페달톤 기록 - 박정이
페달톤은 격주로 토요일마다 이루어지는 페달링만의 해커톤입니다. 이 시간에는 팀원들 모두가 돌아가면서 리더의 역할을 맡는데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참여자들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하게 됩니다. 이 주기적인 워크샵은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도 되고 팀원 누구나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페달톤 기록은 그 날 리더의 회고록입니다.
페달링은 7월 중순에 수수료 모델을 제안서 모델로 바꾸면서 수수료를 아예 폐지했다. 선생님은 물론 페달링에게도 좋은 변화라 우리는 이메일, 현수막,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물을 게시하는 방법 등으로 수수료가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지난 페달톤에서 아이디에이션을 하는 과정 중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은 우리가 수수료를 폐지한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파급력이 큰 페이스북 페이지에까지 게시를 했는데도 모른단 말이야? 그날의 리더인 나는 마케팅이나 컨텐츠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모른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페달링 페이지 팔로워들이 Active 한 유저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주길 바란다면 Active 한 유저들과, 미래에 우리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든 없든 우선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에 재밌게 읽었던 배민다움에서 김봉진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자는 거죠.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는 배달의 민족이 어떻게 마케팅을 했는가에 관한 말이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컨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그들' 은 누구이며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는 쏘카가 위치한 장소나, 이용법, 그러니까 그들이 알리고 싶은 것들만 페이지에 게시할 수도 있었다. 온라인 취미 클래스 서비스 하비풀은 그들이 팔고자 하는 수업을 밀어줄 수도 있었으며 부동산 서비스인 직방도 그들이 팔고자 하는 매물을 게시할 용도로 페이지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는 용도로 페이지를 활용하고 있다. 쏘카의 '그들'은 운전을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하비풀의 '그들'은 여가시간이 있는, 취미를 갖고자 하는,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직방의 '그들'은 자취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방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 정도로 분류할 수 있었고 타겟에 맞는 컨텐츠를 게시함으로써 페이지를 활성화하고 있었다.
공지사항 용으로 페이지를 활용하고 있었던 우리
우리는 페달링의 '그들'은 크게 20대의 대학생이라고 생각하고 2명씩 팀을 이뤄 그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컨텐츠는 과외 학생과 함께 풀어보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컨텐츠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풀어보고 싶고, 댓글을 살피면서 나의 정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고, 친구를 태그해 정답을 물어보고 싶은 댓글 조장형 컨텐츠이다. 9월 16일에 게시되었으며 반응은 221개, 댓글은 29개, 공유는 1회 되었고 29,214명에게 도달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들인 노력에 비해 최고의 효율을 냈다.
현재 20대 대학생들이 90년대생임을 고려하여 90년대생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제작된 컨텐츠이다. 9월 19일, 20일 이틀간 주기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게시물이 6개 게시되었고 총반응은 79개, 댓글은 21개, 공유는 1회 되었고 하나의 게시물 당 반응은 13.2개, 댓글은 3.5개, 공유는 0.2회를 기록했으며 3874명에게 도달되었다.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공부하기 싫음'과 영화라는 키워드를 합쳐 제작한 정보성 컨텐츠이다. 일단 공유해 놓고 영화 보고 싶을 때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제작하였다. 9월 25일에 게시되었으며 반응은 14개, 댓글은 9개, 공유는 13회를 기록했고 3206명에게 도달했다. 태그 유도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다가오는 긴 연휴를 노리고 연휴기간 할 일 없는 대학생들을 타켓팅 해 만든 컨텐츠이다. 이 컨텐츠 역시 일단 공유해 놓고 영화 보고 싶을 때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제작하였다. 9월 26일에 게시되었으며 반응은 22개, 댓글은 9개, 공유는 2회를 기록했고 1959명에게 도달했다.
사실 이런 정보형 게시물이 제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리라 생각했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컨텐츠를 올린 기간은 9/16~9/27이다. 우리가 컨텐츠를 올린 12일을 기준으로 그 전후 12일간의 팔로워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전주인 9/4~9/15 의 팔로워 증가율은 0.08% (4명)이었고 컨텐츠를 올리는 기간인 9/16~9/27 의 팔로워 증가율은 0.5%(25명), 그다음 주인 9/28~10/9 의 팔로워 증가율은 0.04%(2명)이었다. 컨텐츠를 올린 기간의 팔로워 증가율은 다른 기간과 비교하여 작게는 6.25배, 크게는 12.5 배 차이가 났다. 또한, 신기하게도 그 외의 기간에는 순 팔로워가 마이너스를 찍는 날도 많았는데 컨텐츠를 올린 기간은 순 팔로워가 마이너스인 날이 없다. 그리고 또, 특이한 점은 논란 조장형 컨텐츠를 올린 16일에 팔로우 취소가 피크를 찍었으나 그만큼 팔로우하는 사람도 많아 순팔로워는 0명이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팔로워를 늘려보자는 우리의 목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를 올리면 (평소보다) 괜찮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가설도 맞았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컨텐츠를 따로 만드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신선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수도, 주기적으로 컨텐츠를 게시할 상황도 못된다. 그런 것 치곤 잘한 것 같다. 하지만 팀원들 개개인이 갑자기 일을 하기 싫다거나, 공유하고 싶은 소재가 생겼다거나 할 때마다 만드는 작은 컨텐츠로도 꽤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