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고양이가 매일 간식을 먹는다
어느 날 제주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주방 쪽 뒷문에서 "야옹~"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한 고양이가 새끼들을 몰고 와서 밥을 달라고 우는 것 같았다.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하지만 밥을 주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한 번 주면 매일 올 텐데, 서울과 제주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책임질 수 없는 일은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고양이의 용기에 호응해줄 수 없어 미안했다. 그래도 옆집에서 길고양이들 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외면하기가 조금 수월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옆집에서는 처음에 길고양이 두어 마리에게 밥을 줬다고 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임신하고, 또 그 새끼 고양이들이 임신을 하면서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물론 밥 양을 늘려주었지만 그럼에도 워낙 아이들이 많아져서 양이 부족했을 거라고 했다. 아마 우리 집에 왔던 고양이는 자기 새끼들을 풍족하게 먹여보고자 우리 집 문을 두드린 것 같았다.
내가 밥을 주지 않았는데도 그 고양이는 우리 집에 매일 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새끼들을 데리고 오거나 밥을 달라고 울진 않았다. 그저 우리 집 마당에 앉아 쉬거나 낮잠을 자고 돌아갔다. 옆집에는 고양이들이 많아서 조용한 쉼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매일 얼굴을 마주쳐서 그런지, 나도 그 고양이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고양이가 오면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약간의 간식은 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갑자기 서울에 가더라도, 간식 정도는 못 먹는다고 큰 일 나지 않으니까. 그 마음이 들자마자 펫 샵에 가서 고양이 간식을 잔뜩 사 왔다.
경계심이 많은 아이 었지만, 안면을 튼 사이라 그런지 손에 올려주는 간식도 곧잘 먹었다. 그렇게 그 고양이는 3개월째 우리 집에 매일 간식을 먹으러 놀러 온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짱이'. 옆집 동생이 태어났을 때부터 짱 귀여워서 짱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옆집 마당엔 고양이가 열 마리도 넘게 살고 있다. 용기 내어 우리 집에 찾아온 고양이는 짱이뿐이다. 짱이도 첫 시도에는 나에게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있는 곳에, 계속 용감하게 찾아온 덕분에 결국 매일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짱이도 안개 낀 미지의 세계가 두려웠겠지만, 그 안갯속을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엔 사실 너무 야박하지만은 않은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용기 내어 행동한 짱이는 다른 고양이들은 누리지 못하는 간식 타임을 가지며 산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두렵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성격이 활발하든 소심하든. 하지만 그 마음을 뚫고 한걸음 더 내딛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새로운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맑고 깨끗한 물도 고이면 썩는 법. 인생은 사람 인(人)과 날 생(生)의 조합. 인생은 곧 살아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움직인다.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정체되어 있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흘러가야 한다.
짱이를 통해 배운 교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