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오력이 필요한 세대의 고오오급 취향 #2

#물신들의 만신전

by 규니동

여기까지 고오오급 취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내내 고오오급이라 비꼬며 편협한 시각으로 훑어보았지만 비싼 시계와 차, 술과 음식들의 향유와 품격들이 전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품을 넘어 물신으로, 기호(嗜好)를 넘어 키치로, 격식을 넘어 오만으로 나아가는 속물주의, 그것을 동력으로 증식하는 허위와 허식들을 고급 취향이란 단어에서 따로 떨어트려 놓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러한 고오오급 취향을 획득하기 위해선 고급의 첫 번째 정의에 따라 재화적 기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고오오급 취향의 획득은 사회에서 이미 기반을 다진 기성층(주로 중장년층의 남성)들에게 유리함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고오오급 취향이 이것도 저것도 다 포기해버렸다 하여 삼포세대(혹은 N포세대, 달관세대)라 명명된 젊은 세대 내로 침투, 작동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세대들의 고오오급 취향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그들이 착지해 있는 문화지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은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신인류라는 거창한 수사와 함께 등장했던 X세대와 지금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과거 X세대와 선행 세대 간의 간극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 디지털 문명의 세례가 내려지기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 X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문화적 인터페이스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 양식이 점차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이르러 SNS(특히 인스타그램)라는 기폭제를 맞아 폭발해버렸다. ‘힙’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화 인터페이스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툴과 인터페이스를 지닌 세대에서도 취향을 가장한 남근의 지향이 존재했다. 늘 그래 왔듯 주로 물신과의 접촉을 통해 타인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작동했으나, 동세대가 획득한 새로운 툴(SNS)의 특성에 따라 좀 더 진일보한 피드백 시스템(불특정 다수를 향하는 인풋과 좋아요와 댓글로 이뤄지는 즉각적인 아웃풋의 구조)을 가지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이 가지는 양식적 특징, 즉 사진의 순차적 나열로 구축되는 개인의 사가(이것들은 역사라고 부르기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철저히 연출된 기록들이다. 직접 겪은 현실에 기반을 두긴 하지만 이는 차라리 한 개인이 설계하고 내보이고 싶어 하던 자아가 개인의 역사와는 별개로 겪는 하나의 모험, 서사라 할 법하다)와 그에 충실히 따르며 개수, 확장되는 사이버상의 자아와 취향의 전시적 특성, 그리고 그와 적극적으로 융합된 고오오급 취향의 종합적 형태가 그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동세대들의 욕망은 이렇게 인스타그램이라는 툴을 통해서 꽤나 구체적인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이 형식은 새로운 고오오급 취향으로써 고가의 의류(주로 스트릿+하이앤드란 카테고리 안에 분류되곤 하는 브랜드들)들과 그들만의 품격인 ‘힙’에 부합하는 고오오급한 취향(음악, 장소, 인물 등)들이라는 두 가지로 형태로 구분된다. 인스타그램엔 이러한 것들이 때로는 무의식적이고 불규칙하게, 때로는 고도의 계산과 계획에 의해 나눠진 채로 전시되어 있다. 타인의 응시를 철저히 의식한 채 청춘의 자아를 능숙하게 연기할 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동세대 취향 전쟁의 승리 공식이다.



>> 앞서 설명한 동세대들의 새로운 고오오급 취향 중 힙이라는 단어로써 대표되는 전시적 취향의 형태는 상당히 흥미롭다. 이 새로운 고오오급 취향은 힙이라는 개념과 키치적 태도(키치적 태도가 흔히 포착되는 미술관의 예를 들자면,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 그 자체에 몰입하지 않고, 작품을 감상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몰입하는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SNS 상에 수없이 올라와 있는 미술관 인증샷들과 그것을 개시한 사람들이 그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표출하고 연출하고자 하는 이미지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이중 몰입의 태도가 일시적인 자아도취가 아니라 삶의 전반을 지배하게 되면 자신의 본연을 망각하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구적 모습에 현혹된 채 살아가게 된다)가 인스타그램이라는 툴과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동세대들만의 허위와 허식들의 구조와 예시(SNS를 통한)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겠지만 나름의 분석과 결론을 도출하기엔 나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므로 이 글에서는 앞서 설명했듯이 고급 제 1의 정의, 그에 따라 물성을 지니는 고오오급 취향들을 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렇듯 사각의 프레임 속 이미지들이 전부인 인스타그램은 물신의 과시와 그 추종자들의 증식에 특화되어 있다. 프레임 속 피사체는 물신 혹은 물신과 접촉한, 혹은 더 나아가 아예 상품화 되어버린 육체들이며, 이러한 이미지들은 활발한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시공을 초월해 증식해 나간다. 그리고 우리는 디지털 문명이 우리에게 제공한 사이버 상의 전지적 시야(즉 창공에 떠있는 새의 수직적 시선)로써 추종자들이 제단(사각의 프레임) 위에 고이 모셔놓은 물신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SNS와 달리 아직 세대간의 시차가 존재한다. 기성의 감시자들은 배제된 청춘들만을 위한 폐쇄적 사이버공간, 거기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고오오급 취향들, 새로운 형태의 만신전이 탄생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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