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기억
남편과 둘이 살 땐 작은 거실에 누워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주말을 보냈는데 아이 낳고는 남편이 있는 주말엔 나는 늘 못했던 일을 하느라 종종 대며 바빴다. 이유식 재료를 손질하고 큐브를 만들어 얼려두고 평일엔 봐도 못 본 척 넘어갔던 집안일들을 주말 동안 해치웠다.
좀 쉬어, 남편은 주말마다 종종 대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안쓰러워, 하는 말이었겠지만 지금 쉬면 내 일을 하루 이틀 뒤로 미루고 결국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었기에 그게 안됐다.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난 그런 쪽이라.
무엇보다 아이의 책장과 장난감들, 로션, 손수건, 아이 의자 등등의 물건들로 채워진 (작은 아이 한 명의 짐은 실로 어마 무시하다.) 작은 집 거실에 남편과 아이가 누워있으면 나는 부엌 어디쯤에 누워있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다 아이 세살 때 이사를 하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거의 처음으로 거실에서 뒹굴거리다 우리 셋 모두 ‘거실’에 누워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왈칵해졌다.
부엌과 거실의 확실한 경계라니!
여보 우리 성공했네, 거실에 이렇게 다 같이 누워있을 자리도 있고!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말한 성공이라는 게 멋쩍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