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겼다. 그렇게 결혼 3년 만에 확신이 생겼고 임신을 계획했고 출산을 했다.
첫 출산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엄마! 신생아 기본 검사는 어떻게 할 건지 정해서 알려주세요, 그랬다. (그게 뭔가요?)
삼칠일이 지나니 bcg 예방접종을 경피용으로 맞힐 건지 피내용으로 맞힐 건지 선택하라고 했다.(경피...뭐요?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니었나요?)
배앓이가 심한 아이에게 먹일 분유와 젖병 선택도 내 몫이었다. (자기네 분유가 다 최고래)
태열이 올라오는 아이에게 수딩젤을 발라줘야 하는지 옷은 얼마나 더 얇게 입혀야 하는지 에어컨을 틀어줘도 되는지 모든 게 다 시험 같았다.
쪽쪽이를 물려도 되는지,
과일은 언제쯤 줘야 하는지,
이유식은 조금 더 있다가 시작해도 되는지,
매일매일 내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는 것들이 줄 서 있었다.
어렵고 답답했다. 피하고 싶었고 모른 척하고 싶었다. 외롭고 무서웠다.
너무나 불안한 내가, 정작 엄마로 사는 삶에 대해선 하나도 몰랐으면서 그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아이는 너무나 빨리 느끼고 알아차린다. 엄마가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아이는 방황하고 길을 잃는다.
그걸 알기에 아이 앞에서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해주는 엄마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
괜찮지 않고, 잘 모르겠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무슨 선택이 옳은 건지 실은 하나도 모르면서. 나도 그저 가끔은 애처럼 발버둥 치면서 맘껏 울고 싶으면서.
그래도 오늘도 나는 엄마라서, 나에게 거는 주문처럼 아이에게 말해 본다.
괜찮아, 엄마가 네 옆에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