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버스 문이 열리는 동시에 아이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나 영어 카드 두장이나 받았어!!!"
아마 바른 자세로 앉거나 수업 태도가 적극적이면 선생님께서 상으로 아이들에게 알파벳 카드를 주는 것 같다. 아이 말로는 이 카드를 열다섯 장 모으면 선물을 받는다는데 이 날은 그 카드를 하루에 두장이나 받아 왔으니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고 왔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엄마 나 오늘은 영어 선생님한테 칭찬받았어. 난 바둑도 발레도 태권도도 장구도 다 잘해.
다 잘해서 칭찬받을 거야."
"엄마는 다 잘하진 않았는데, 우리 OO는 다 잘하나 보다. 엄마는 잘하는 것도 있었고 못하는 것도 있었거든. 그런데 못해도 괜찮아. 다 잘할 순 없는 거야."
"엄마! 나는 다 잘하는데 왜 못해도 된다고 그러는 거야? 난 다 잘할 건데?"
아이는 그저 칭찬이 좋고 선생님의 인정이 좋다. 이건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시기의 또래 아이들은 인정 욕구가 있어서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칭찬받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닐까.
힘들고 어려운 걸 하려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을까.
또 아이의 행동에 걱정이 앞서 나가버린 거다.
애쓰는 것, 잘 안됨에도 잘하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도 아이의 몫인데 엄마인 나는 힘든 건 안 겪게 해주고 싶어서,
굳이 그렇게 애써가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다.
내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아이의 모든 실연을 대신 겪어줄 수 없으면서
또 엄마라는 이유로 그걸 대신해주려고, 그것 좀 막아주려고 했구나.
나는 또 다짐해본다. 아이의 하루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을 존중해줘야겠다.
엄마가 해봐서 아는데... 그래도,
넌 내가 아니니까 너도 한 번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