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나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건 아니다. 내가 하는 살림의 모양을 보고는 주변에서
‘어쩜 그렇게 부지런하냐, 대단하다, 가만히 있질 않는구나.’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사실 나는 부지런한 쪽과는 영 거리가 먼, 겨울잠 자는 곰처럼 굴 속에 들어가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는 쪽에 가깝다.
아이러니한 말일지 모르지만 나는 게을러서 정리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 번 정리를 잘해두면 더 이상 손대지 않아도 되니까 오래 게으르기 위해 한 번 바싹 움직인다.
집에 물건이 새로 들어오면 바로 제 자리를 찾아준다. 싱크대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끝도 없이 그 자리에 있게 되고 그것들이 쌓이면 결국 내가 몸을 움직여 이것저것을 옮기고 빼내고 버리는 품이 든다. 또한 새로 들일 물건의 자리가 영 마뜩지 않을 땐 들이지 않거나, 있는 물건을 처분하고 들인다.
물건에 제 자리를 만들어주면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오래 게으르고 싶어 내가 머무는 곳은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공간에서 쉴 때 몸과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물론, 아이의 장난감들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두 손 두 발 들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