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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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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y 13. 2022

게을러서 정리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나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건 아니다. 내가 하는 살림의 모양을 보고는 주변에서

‘어쩜 그렇게 부지런하냐, 대단하다, 가만히 있질 않는구나.’

그렇게 말하곤 하는데 사실 나는 부지런한 쪽과는 영 거리가 먼, 겨울잠 자는 곰처럼 굴 속에 들어가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는 쪽에 가깝다.




아이러니한 말일지 모르지만 나는 게을러서 정리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한 번 정리를 잘해두면 더 이상 손대지 않아도 되니까 오래 게으르기 위해 한 번 바싹 움직인다.




집에 물건이 새로 들어오면 바로  자리를 찾아준다. 싱크대나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끝도 없이  자리에 있게 되고 그것들이 쌓이면 결국 내가 몸을 움직여 이것저것을 옮기고 빼내고 버리는 품이 든다. 또한 새로 들일 물건의 자리가  마뜩지 않을  들이지 않거나, 있는 물건을 처분하고 들인다.


물건에 제 자리를 만들어주면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오래 게으르고 싶어 내가 머무는 곳은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공간에서 쉴 때 몸과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물론, 아이의 장난감들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두 손 두 발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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