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이란 이런 것이다.
오늘은 청소기만 돌리고 쉬어야지 했는데, 바닥에 얼룩이 많이 보여 걸레질까지 하고 이제 좀 앉아보니 아이 놀이 매트가 더러워 매트 위에 쭈그리고 앉는 일이다. 매트를 구석구석 닦아 내고 물티슈가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핸드폰을 들고 물티슈의 두께, 장수 당 가격, 상품평 등을 고려해 주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월초. 아이, 남편, 내 칫솔을 교체하고 헌 칫솔이 아까워 그대로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바닥 구석에 핀 분홍 물때를 칫솔로 닦아내는 일이다. 스쿼지로 물을 다 쓸어내려 바싹하게 바닥을 말리고 나오면 기분이 개운하지만 곧 아이가 하원하고 나면 다시 물바다가 되고, 청소한 보람은 반나절이면 끝나는 일.
오늘 저녁은 무얼 해서 먹이지? 초록 채소랑 단백질은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고심해 식단을 생각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집 앞 마트에 다녀와 콩나물을 다듬고 시금치를 데치고 미역국을 끓이고 식재료들을 다시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
그러고 나면 내 점심 챙겨 먹을 시간인데 나한테 차려주는 밥상에 힘들이고 공들이고 싶지 않아 대충 있는 것 꺼내 먹거나 라면으로 때우는 것이다.
계절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나, 남편 옷, 아이 옷차림이 맘에 걸려 미뤄뒀던 옷장을 정리하고 니트며 겨울 외투들을 추려 빨래 주의 사항 라벨을 확인한 후 세탁기를 돌려놓고 세탁소에 맡기러 나가는 일. 그렇게 세탁기가 다 돌고 나면 세제통, 먼지망을 꺼내 닦고 건조를 해두는 일.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갔는데 며칠 전 내린 비로 창틀이며 방충망에 땟국물이 가득해 창틀 틈을 닦고 방충망을 닦는 일.
해가 좋아 환기를 시켜두고 아이 하원 때 가지고 나갈 분리수거 쓰레기를 분류하는 일, 라벨을 꼼꼼하게 떼고 투명 플라스틱을 한 데 모으고, 우유팩이나 상자를 납작하게 만들어두고 나면 환기가 어느 정도 끝나고 창문을 닫고 나면 가구 위를 한 번씩 닦아내는 일이다.
두루말이 휴지가 떨어지지 않게 채워두는 것
공과금을 밀리지 않고 납부하는 것
아이 유치원 준비물을 챙겨두는 것
먹을 것을 사다 놓고 손질해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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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육아도 살림의 범주 안에 넣어버리는 이 살림이라는 세계는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고단하다.
무엇보다, 누군가가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으면 이틀 안에 반드시 그 티가 나지만 누군가가 매일 이것들을 하는 건 놀랍게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물론, 나 역시 내가 살림을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이다. 살림 안에 들어가는 수많은 것들을 단지 '청소, 빨래, 요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어두고 쉽게 생각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