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런 것까지 친구한테 다 말해?
나중에 다 너 흉 된다.
엄마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시고, 남을 위로하면 했지 본인이 기대거나 위로받는 쪽은 아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 도와줬지 본인이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 같은 건 하지 않는 그런 분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런 엄마를 보고 자라 나에게도 엄마와 같은 모습이 아주 많이 있지 싶다.
내 속사정, 남에게 말하기 힘든 일들, 집안 이야기...
아주 가끔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는 그러셨다. (물론 엄마한테 말을 잘 하진 않는다. 정말 아주 가끔이다.)
"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다 네 흉이다."
이 말이 날 참 외롭게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엄마 말을 잘 듣는 딸이라 엄마 말처럼 어느 정도 꾸며진 가면을 쓰고 그저 모든 게 좋은 척 살았다. 물속에서 엄청나게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물 위에선 우아한 백조처럼.
나의 엄마처럼.
20대 때 처음으로 친구한테 속엣말을 그것도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친구가 그랬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여태 네 속에만 담고 있었느냐고.
난 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치부를 드러내도 그걸 그대로 들어주고 도닥여주는 사람이 내 친구여서,
엄마가 엄마를 지키는 방식은 홀로 담을 쌓고 그 안에 많은 것들을 넣어두고, 그 담벼락은 아주 좋은 것들로 칠하고 꾸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세상엔 본인 외엔 믿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마음을 다 털어놓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소중한 사람들을 오래 곁에 두기 위해 혹시 모를 안 좋은 꼴 같은 건 보고 싶지 않기에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들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 살지 않는다. 이건 내 삶이고 내 방식이니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내 속 마음 털어놓을 친구가 내 삶에는 아주 중요하다.
외롭고 싶지 않다.
나이 들수록 느끼는 건 남편, 자식은 내 삶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이 내 모든 공허함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즐겁고 재밌게 살기 위해선 내 비극을 듣고 같이 울어주고 결국 깔깔 웃어젖혀주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 난 다 이야기해.
그리고 엄마가 모르는 것도 내 친구는 다 알아.
그게 다 내 흉이면 어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