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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에 많은 시간을 쏟을 때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다.

생각하자. 그리고 질문하자.

by ClassicK


나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을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 쓰겠다.
Give me six hours to chop down a tree and I will spend the first four sharpening the axe.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요즘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며 아쉬운 점은, 너무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강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부분이 개념에 대한 설명이다. 개념 설명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많은 얘기를 해준다. 개념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고, 또 이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개념은 어떠한 과정으로 확정되며 쓰이는지에 대해 하나의 스토리처럼 기억할 수 있도록 알려주려 노력한다.


이렇게까지 개념에 진심인 이유는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때 비로소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개념 이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개념이 이해되고 나면 바로 문제에 적용하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며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을 택한다. 왜 이런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물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대답한다. 정말 시간이 모자란 것일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간이 부족하단 이유로 개념 이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문제를 많이 풀어서 개념을 습득하는 방식은 그저 그 유형에 익숙해지게 만들 뿐이다. 즉, 시험과 같은 결과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학습 방식이다. 문제에 있어서 유형이란 게 과연 있을까. 유형이라는 것은 그저 패턴화 해둔 여러 문제 중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유형 위주의 학습을 진행한 학생은 그 유형을 조금만 변형하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유형 비틀기'라고 한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살짝 비틀어 100문제를 만들어 훈련 시켰다고 가정하자. 그 학생은 100개의 변형된 문제를 충실히 풀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101번째 또 다른 비틀기 문제를 접한다면,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형 학습조차 그저 암기 위주의 학습으로 밖에 진행되지 않았단 증거다.


가르치는 학생 중 소수만이 정말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기며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개념의 과정을 이해하려 하는 학생은 반드시 나에게 '질문'을 한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납득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답도 난 직접 주지 않는다. 새로운 질문을 던져 직접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그 학생은 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완벽한 이해의 단계에 접어든다. 이렇게 개념의 이해도가 높아진 학생은 문제 유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떠한 유형이 나와도 하나의 개념이란 걸 알고 풀어낸다. 결과가 유형만 열심히 다진 학생들보다 잘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개념 이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는 이유다.


실제로 개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만 많은 유형을 풀어보는 시간보다 의외로 적게 걸린다. 이해도 안 된 상태로 수많은 문제를 풀어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당장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느끼겠지만, 이해 후에는 문제를 푸는 데 막힘없이 풀어나갈 수 있기에 문제를 푸는 속도는 앞의 과정보다 훨씬 적게 걸린다.


지금의 시대는 '쇼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2분의 영상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2배속 또는 스킵(skip)으로 빠르게 정보를 얻으려 한다. 그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를 받아들이면 그 정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그에 따른 비판 등이 따라야 하는데, 그저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진정한 학습은 생각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이해와 분석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 말하고 싶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에게 나무를 자를 여섯 시간을 준다면 나는 먼저 네 시간을 도끼를 날카롭게 하는 데 쓰겠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너무 공감이 가는 말이다. 진정한 학습은 생각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이해와 분석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생각과 인식을 통한 깊은 이해로서의 학문에 힘쓴다면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런 자세가 삶의 방향에 있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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