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애은영입니다.

교육학 박사였지만, 그저 엄마였습니다.

by 교육학자 최애은영

먼저 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게요.

저는 그 유명한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82년생 최은영입니다^^
벌써 나이가 이렇게 들어버렸네요. 82년생이면 이제 마흔넷. 아직도 스물넷 같은데 말이죠.


남들과 반대로 산 삶


20대는 육아로 보냈습니다.
30대는 학업으로 채웠습니다.
남들과 반대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대에 공부하고, 30대에 아이를 낳습니다. 저는 그 순서를 바꿔 살았습니다.

일찍 낳은 아들은 지금 21살, 군복무 중입니다. 제가 스물넷에 낳은 아들.

친구들이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 다닐 때, 저는 기저귀를 갈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습니다. 또래들과 이야기가 안 통했습니다. 친구들은 회사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분유 가격과 예방접종 스케줄을 검색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초등 3학년, 엄마도 학교에 가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저는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계기는 복합적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수학 과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래 했습니다. 생활을 위해서였죠. 하지만 점점 지쳐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 풀이 기계처럼 교과서를 풀게 하고, 좋은 점수를 받게 하는 것. 그게 전부인 교육이 너무 공허했습니다.


'이게 진짜 교육일까?'
'점수가 오르면 다인 걸까?'
'아이들은 정말 배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훈련되는 걸까?'


그런 의문들이 쌓여갔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도피하듯이, 그러나 절실하게.

대학원에 가자. 제대로 배워보자. 교육이 뭔지, 아이를 키운다는 게 뭔지, 점수가 아닌 진짜 배움이 뭔지.

그렇게 저는 스물아홉, 초등 3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나이로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공부하며 깨달은 것들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 깨달음: "아, 이게 그거였구나"

수업 시간에 배우는 이론들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미 그것을 우리 아들에게서 경험했거든요.

"또래관계가 학령기 아동의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
→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가 없다고 울던 날

"교사-학생 관계의 질이 학업 동기에 미치는 영향"
→ 담임 선생님과 부딪힌 후 공부를 놓아버린 우리 아들

"ADHD 성향 아동의 학급 적응"
→ 40분을 못 앉아있어서 혼나던 우리 아들

교과서의 이론들이 우리 집 거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겁니다.


두 번째 깨달음: "아, 내가 잘못 키웠구나"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뼈아프게.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동의 자기 효능감과 도전 정신에 미치는 영향"
→ 아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다가 "엄마, 나 못할 것 같아"라고 먼저 포기하던 모습

"과잉 통제와 비판적 양육이 아동의 불안과 회피 성향에 미치는 영향"
→ 제가 너무 야단쳤구나. 너무 잘하라고 다그쳤구나.

교과서를 읽으면서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성격이 된 건, 바로 나 때문이었구나.'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줬어야 하는데, 잘해야 한다고만 말했구나.'
'야단치고, 다그치고, 비교하고... 그게 다 아들의 용기를 꺾었구나.'

제가 특별히 못 키운 게 아니라고 위로받고 싶었는데, 오히려 제 잘못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 중요했습니다. 알아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 깨달음: "그런데 이론만으로는 부족하구나"

아무리 많이 배워도, 논문을 읽어도, 이론을 알아도, 실제 아이 앞에서는 그냥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아들이 울고 있을 때, 저는 교육심리학 석사과정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슴 아픈 엄마였습니다.

"엄마, 나 못 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들 앞에서, 저는 '자기 효능감 이론'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냥 "괜찮아, 엄마가 믿어"라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이론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고,
양육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둘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그게 제 평생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석사, 박사, 그리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교수님을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현재는 건국대학교 초빙교수이자, 여러 대학에서 예비교사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6년 동안 학교폭력 예방 전문 강사로 4,000시간 넘게 강의했습니다. 10년간 학생과 학급을 연구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현재까지 논문을 28편 썼고, 정부 연구과제를 27건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클래즈(CLAZ)라는 교육 연구 기업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클래스맵(ClassMap)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학급 내 아이들의 관계를 쉽게 파악하고, 위기에 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이력서에 쓰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제 이력을 보고 말합니다.

"와, 교육학 박사시네요. 아이 정말 잘 키우셨겠어요."
"학교폭력 전문가시면 자녀 교육도 완벽하게 하셨을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키우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저는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엄청 많이 실패했어요."

"아들 공부와 제 공부를 바꿨습니다^^;"

정말입니다.


교육학 박사지만, 아들의 담임선생님과 여러 번 부딪혔습니다.
학교폭력 전문가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힘들어할 때 과연 그 대응은 적절했다..라고 확언할 수 없습니다.
4,000시간 넘게 강의했지만, 정작 우리 집에서는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론을 알아도, 내 아이 앞에서는 그냥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자신 있습니다

우리 아들, 공부는 못합니다. 좋은 대학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선생님들께 걱정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는 자신 있습니다.

아들과 정말 사이가 좋습니다.


예전에 아들 학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와... 공부 못하는 아이 중에 이렇게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는 처음 봐요."

그 말을 듣고 울컥했습니다. 뭔가 제대로 한 게 있구나 싶어서요.


저희 아들은 공부를 잘하지도, 좋은 대학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장점이 100가지라면, 그중 99개는 가진 아이입니다. 딱 하나, 공부만 빼고요.

아들은 착합니다. 친구들을 잘 챙깁니다. 약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예의 바릅니다. 유머가 있습니다.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를 좋아합니다.

그게 저는 가장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40대, 강의로 채워가며

30대를 학업으로 채운 저는, 이제 40대를 강의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교단에서, 연수장에서, 학부모 교육 현장에서, 저는 제가 배운 이론과 경험한 현실을 함께 나눕니다.


"이론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되더라고요."

"교과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한테는 이렇게 해봤어요."


교육학 박사의 권위와 선배 엄마의 솔직함을 섞어서요.


이 브런치에서 나누고 싶은 것들


저는 이 플랫폼에 제 솔직한 경험과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교육학 박사로서의 관점과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경험을 함께요.

현실과 이론을 연결해서, 선배 맘(제 친구들에 비해 제가 10년은 앞서 양육을 했으니, 이렇게 호칭해도 되겠죠?)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도,
화려한 이론이 아닌 엉망인 현실도,
정답이 아닌 시행착오도,
완벽한 결과가 아닌 진행 중인 과정도.

모두 담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진짜 육아이고, 진짜 교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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