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의 육아 휴직을 마무리합니다.

그것은 한 철 꿈이 아님을

by 클로드

3개월간의 육아 휴직이 이제 곧 막을 내린다. 월요일이면 출근이다.


휴직 생활에 대한 글을 많이 써보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에는 단 한편도 쓸 수가 없었다. 끝나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애써 외면하고 싶어서였을까. 몇 번이나 노트북을 열었다 닫으며 끝내 글을 시작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리 쉽게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열어놓은 문을 잘 닫으며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남은 육아 휴직 중 3개월을 아이 학교 적응을 위해 썼다. 첫 3월은 아이의 스케줄에 동당거리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들락날락하며 시간 체크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이프랜드 활동으로 일주일이 참 바쁘게 지나갔다.


이렇듯 3월에는 처음인 게 많았다. 초등 엄마 노릇, 이프랜드, 요가, 도서관 등등. 아, 카카오 브런치도 처음이었구나!


그러다 맞이한 4월은 그야말로 봄 햇살 가득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여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스케줄 표를 안 보고도 아이 데리러 갈 시간에 척척 몸이 움직였다. 아이와 동네 산책하며 봄꽃 구경으로 즐거웠다. 책도 많이 읽었다. 정말 책에 마음껏 푹 파묻힌 기분으로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도반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났을 때의 그 반가움이란!


그렇게 행복한 4월을 보내고 나니 마치 연말을 맞이하듯, 휴직 막달인 5월이 왔다. 마음이 급 쓸쓸하고 조급해졌다. 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버킷리스트를 적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요가 후에도 바로 집에 오는 대신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며 책을 읽곤 했다. 시간이 여유로운 날에는 좀 더 거리가 있는 멋진 브런치 카페를 찾기도 했다. 가끔 휴가를 얻어 서울로 훌쩍 올라가 미술관도 가고 사람들도 만났다. 부지런히 글을 쓰는 대신 드라마도 보고 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5월 역시 4월 못지않게 즐거운 날들이 많았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날들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따금씩 불면증이 찾아왔다. 휴직 후 아이 케어와 근무 조정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엄마 손을 떠나 아이가 오갈 길을 생각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는 기분에 심란했다. 회사로 돌아가는 게 엄청 싫은 건 아니지만 이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기에 그 끝남이 사무치게 아쉬웠다.


고민 끝에 앞으로의 3개월은 단축근무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오후에 일찍 퇴근해서 학원 다녀오는 아이를 맞이하는 일정으로 말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오후 간식을 챙겨 줄 수 있고 학원 오가는 길을 함께 할 수 있다. 여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말 꺼내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 분들은 내 상황을 공감해 주시고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그때의 안도감이란!


한편 나의 루틴들도 조정이 필요했다. 이 휴직의 제목은 어디까지나 아이 케어를 위한 육아휴직이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나는 사심을 가득 담고 휴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참 많은 루틴들을 만들었다. 요가, 이프랜드, 독서, 글, 시, 산책, 카페 등등. 이제는 정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단축근무 덕분에 몇 가지는 이어갈 수가 있겠다. 오전에 다니던 요가는 저녁 타임이나 주말에 다니려고 한다. 모든 걸 이전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다 포기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이렇게 나는 바쁜 삶 속에 찾아온 방학 같은 3개월을 행복하게 보냈다. 회사 다닐 때 만큼이나 바쁘게 보냈지만, 하루하루가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꽉 찬 날들이었다. 그 안에 새롭게 찾은 일도, 스스로 뿌듯할 만큼 성장한 일도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것, 그리고 이프랜드에서 매주 시를 주제로 밋업을 여는 것. 모두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이번 휴직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일들이다.


이제 나는 다시 오랜 일상으로 복귀한다. 언제 쉬었냐는 듯이 매일 출근을 하고 동료들을 만나며 실험을 하고 보고서를 쓰겠지.


하지만 이전과 다른 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이 한 철 꿈이 아니도록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가겠다. 나에게 좋아하는 일들을 해주며 살기! 내 좌우명이 그 어느 때보다 가치롭게 느껴졌던 날들. 그 덕분에 다시금 확인했다. 역시 나는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살아야겠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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