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4
요즘 유행하는 이 신조어가 이렇게나 와 닿은 적은 처음이다. 16개월에 접어든 우리 딸내미를 보고 있자면 관심도 없던 비글이라는 개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미지를 검색해보게 된다.
#비글
요즘 딸내미에 대해 말하자면 빨리 걷기 혹은 뛰기를 하며 180도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침대를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소파에 머리를 눕히고 다리를 꼬은 채 까닥거릴 수 있다. 스스로 음악을 튼 뒤 신나게 춤을 추며 82세의 왕할머니까지 자신의 댄스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또래에 비해 언어인지발달이 빨라(부모마음?) 거의 모든 일상 언어를 다 이해하며 단어의 한 음절 정도를 발음해 의사표현까지 다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저지레의 달인이 되어 가고 있다. 건조대에 널린 빨래는 다 끌어내리고 과자는 꼭 바닥에 부은 뒤에 주워 먹는다. 먹기 싫은 음식은 능숙하게 옆 사람 입에 넣으며 포크로 일단 다 쑤시고 본다. 저지레를 보면 한숨이 나오다가도 씨익 웃는 딸내미 얼굴이 이내 웃음이 터지고 만다.
오늘도 한창 댄스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잠시 앉아 있고 딸내미는 연신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손에는 물이 든 컵이 들려 있었다. 즉각적으로 수분 보충을 하며 이어지는 댄스는 끝날 기미가 없었다.
“너, 그러다 물 한 번 쏟겠다.”
안해는 귀여워하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엄포를 한 번 놓은 뒤 바닥을 정리하고 시작했다. 우리는 또지(딸내미의 애칭)의 귀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철퍼덕"
우리의 시선이 동시에 향한 곳에는 아니나 다를까 딸내미가 무릎을 꿇은 채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안해의 예리한 예언은 현실이 되어 물이 바닥에 엎질러졌다.
“악! 어떡해!”
안해는 놀라며 손을 뻗었다. 딸내미가 물을 쏟은 곳에 핸드폰이 있었던 것이다.
“어떡해. 구멍으로 물이 들어갔어. 괜찮을까? 내 핸드폰은 방수도 안 되는데!”
딸내미는 옆에 얼음이 되어 서 있었다. 시선은 엄마에게 고정되어 다리를 까딱 댈 뿐이었다.
“또지! 엄마 핸드폰에 물 흘렸잖아! 사과해, 얼른!”
“또지야, 엄마 핸드폰이 아야 했대. 미안합니다 할까?”
그러자 딸내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핸드폰에 시선이 꽂힌 아내는 연신 걱정을 쏟아낼 뿐이었다.
“아까까지 바닥에 핸드폰 없었는데…… 방금 놓은 건데. 고장 나면 어떡하지? 나는 무급휴직인데.”
나는 안해는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나, 그리고 눈치 보는 딸내미는 어떡하나 고민을 급하게 하고 있었다.
“또지, 미안합니다 해야지!”
안해는 다시 딸내미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고 딸내미는 다시 사과를 했다. 그때였다.
“에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이미 엎질러졌는데 뭘 어떡해. 이제 괜찮아. 핸드폰 괜찮을 거랬어 아빠가.”
으잉?
“그리고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 뭐. 지연이가 할 수 있는 거 하자. 지연아, 저기 걸레로 물 닦으세요.”
딸내미는 옆에 있는 수건으로 바닥의 물을 닦기 시작했다. 주관적인 해석이지만 진지하고 열심이었다.
“화내지 말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 이럴 때는 도움이 되네 PD가.”
나는 안해의 표정을 살폈다. 진짜로 감정이 풀린 표정이었다. 마음속으로 감동이었고 기특하다고 생각했다.(수직적인 발언이 아니다.)
사실 안해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 뒤를 많이 돌아보는 성격이다. 원인과 책임을 밝히고 싶어 하고 자책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적 소모나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것에 의미를 많이 두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딸내미를 키우면서 안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딸내미는 죄책감을 가지거나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자존감을 가지고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무작정 넘어가라는 의미가 아니다. 반성과 고민이 없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감정적 압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들은 본인의 감정을 쏟아내는 걸 모른 채(혹은 외면한 채) 아이가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화를 내거나 처벌하는 부모의 자녀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부모의 눈치를 살피기 마련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떳떳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안해가 좋은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 기쁘다.
#육아빠 #아빠육아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