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안해는 떠나고, 나와 딸은 남았다.

20180722

by 도대영

“지연아, 다시 말해봐. 뭐라고?”

“집에. 집에 가자~”


딸내미는 분명히 집에 가자고 하고 있었다. 오늘은 산부인과 병원 이틀째 날, 내일이면 안해는 갓난 토리를 데리고 조리원에 들어간다. 조리원은 자녀의 출입이 안 되기 때문에 오늘은 지연이가 엄마와 잘 수 있는 마지막 밤이다. 그래서 안해도 지연이에게 함께 병원에서 자도 된다고 했다. 나는 내일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준비를 다 해왔다. 그런데 잘 시간이 다가 오자 딸내미는 집에 간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의아했고 안해는 당황했다.


“지연아, 집에 가서 아버지랑 잘 거야?”

“응.”

“엄마랑 여기서 안 자고?”

“집에, 집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이미 신발을 신고 선 딸내미의 뒤를 따라 나는 나섰다. 그렇게 엄마 없는 부녀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뭐 이리 느닷없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사실 안해와 장모님은 걱정하시지만 나는 딸내미와 지내는 게 부담스럽거나 걱정되지 않는다. 지연이가 무척 어릴 때도 그랬다. 가끔 안해가 공부하러 가면 내가 혼자 재웠는데 난감한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그 경험이 즐거웠다. 비록 안해처럼 세심한 케어는 안 될지 몰라도 그 특별한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안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내가 혼자 지연이를 돌보게 된 것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선다. 물론 100%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강의가 있어 장모님의 신세를 지기도 해야 하고, 잠들 때나 자다 깨서 엄마를 찾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잘 되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부딪히는 것이니까.

예상과 달리 차 안에서 딸내미는 잠들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쁜 루틴이 시작되었다. 간식을 먹이고 샤워를 시키고 양치질을 해줬다. 옷을 함께 고르고 몸에 로션도 발랐다. 새로 가져온 인형을 조금 가지고 놀았더니 시계가 어느새 10시 30분을 넘고 있었다. 또지가 함께 토리(둘째의 태명)를 기다리며 밤을 새운 뒤로 리듬이 조금씩 꼬였다. 얼른 다시 맞춰야 했다.


“딸내미, 이제 잘 시간이야.”

“그래? 벌써? 더 놀고 싶은데.”


아쉬워하는 딸내미에게 말했다.


“아쉽구나? 우리는 내일 또 놀 수 있어. 책 읽어줄게. 골라 와요.”

“그래.”


딸내미는 거실에 있는 책장을 잠시 살펴보더니 말을 이었다.


“나 오늘은 공룡 책 읽을래.”

“오, 오랜만이네? 그래, 책방으로 갑시다.”


딸내미는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한 권과 공룡 책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나를 곁눈으로 쳐다보다 말했다.


“우리…. 하나 더, 볼까?”


능청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좋지. 얼른 가져 가자.”


그렇게 우리는 책 세 권을 가지고 침대에 누웠다. 뒹굴며, 묻고 답하며, 웃고 장난치며 책의 시간이 깊어 갔다.


“끝~ 다 읽었다. 이제 불 끄자.”

“까까!”


요즘 지연이가 자주 하는 장난이었다. 모든 대답을 ‘까까'로 한다. 나는 웃으며 불을 껐다. 그리고 뽀뽀를 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잘 자.”

“응애~”


딸내미의 아기 성대모사를 뒤로한 채 잠을 청했다. 열대야를 막아주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뜨거운 공기, 에어컨에 건조해진 피부, 회전하는 선풍기 팬 소리, 여름밤이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청명하고 행복한 부녀의 첫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