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3
온전한 첫날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푹푹 찌는 더위였다. 간 밤에 선풍기 타이머를 몇 번이나 켰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틀어 둘 수는 없기에 반복했다.
설거지를 하고, 오래된 밥을 버린 뒤 새 밥을 지었다. 거실 정리를 하고 지연이 어린이집 가방과 이불을 챙겼다. 벌써 더웠다. 열이 많은 딸내미가 더울 것 같아 미리 거실에 에어컨을 켰다. 딸내미가 나올 때쯤이 끌 요량이었다.
시간은 8:40. 딸내미는 아직 깜깜무소식이었다. 푹 재우는 게 중요하지만 나는 조리원도 가야 했다. 작전 개시. 우선 청소기를 돌렸다. 소음이 아침을 갈랐지만 딸내미는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머리맡까지 청소기를 들이댔지만 딸내미에게는 자장가일 뿐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마사지를 시작했다. 다리를 주무르고 뽀뽀를 하고 팔을 주물렀다.
“으응~”
하지만 딸내미는 인상을 찌푸린 채 다른 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느린 발길질을 하면서. 마치 귀찮은 파리를 쫓아 내는 소의 꼬리 같았다. 결국 나는 필살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안녕 나는~ 콩순이야~ 잠시도 가만있지 않아~”
명랑한 콩순이의 목소리에 딸내미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나를 쳐다봤다.
“우리 딸~ 일어났어?”
“콩순이는?”
“콩순이가 노래 부르네?”
배시시 웃는 딸을 둘러업고 거실로 나갔다. 아침 루틴의 시작이었다. 삶은 계란을 먹고 옷을 고르고 만화를 보며 갈아입었다. 머리는 내가 좋아하는(사실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양갈래 머리로 묶었다. 그리고 함께 어린이 집을 향했다.
“아빠!”
“왜?”
“괴물이다. 으흐흐흐”
딸내미는 짓궂은 표정을 하며 나를 몰아갔다. 나는 기겁을 하며 도망갔다. 딸내미는 재빠르게 달려와 내 다리에 붙었다. 고목나무에 매미 같았다.
“안아 줘요.”
“우리 딸, 안아 줄까?”
어린이 집 근처에서 딸내미를 안았다. 잘 먹고 잘 놀아서 그런지 묵직해졌다. 몇 년이나 더 누릴 수 있는 행복일까. 그렇게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지연아, 재미있게 놀아.”
“응~”
그렇게 뽀뽀를 날리고 딸내미가 들어갔다. 나는 이제 안해와 토리가 있는 조리원으로 가야 했다. 아침이 참
바빴지만 행복했다.
아이를 기를수록, 시간을 보낼수록 머리를 맴도는 말이 있다. 신성욱 작가가 이야기 한 ‘언어의 풍경’. 내가 좋아하는 최첨단 뇌과학이 담고 있는 아날로그의 아이러니. 요즘 그 말의 의미를 이해가 아니라 느끼고 있다. 나는 호버링 중이지만 어쩌면 호버링 하지 않았으면 보지 못할 풍광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해와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딸과의 둘만의 시간이 꽤나 행복하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우리만이, 지금만이 가능한 언어의 풍경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