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머리 묶기는 어렵다.

20180725

by 도대영

“지연아, 만화 하나 보면서 옷 갈아 입자~”


아침을 다 먹은 딸내미는 상어까지 한 마리 드신 뒤였다.(상어는 딸내미가 요즘 빠져 있는 죠스바 이야기다.) 다음 코스는 노트북으로 만화를 하나 보며 옷을 갈아 입고 머리를 묶는 것이다. 나는 네이버를 좋아하지 않지만 주니어네이버만큼은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딸내미는 오늘도 본인이 만화를 고른 뒤 몇 개 볼 지 나와 약속하고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콩순이였다.

나는 재빠르게 작업을 시작했다.


‘만화가 끝나기 전에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만화를 틀어야 하고 어린이집 등원이 늦어진다.’


우선 옷부터 갈아 입힌다. 물론 옷도 딸내미가 직접 골랐기에 입히는 건 수월하다. 평소에는 혼자 입게 하지만 아침에 그런 여유는 사치다. 오늘 간택된 옷은 노란 해지스 피켓티! 왼쪽 가슴에 개가 그려져 있어 따님이 멍멍이 티셔츠라고 부르는 잇 아이템이다. 이로써 나의 드레스 코드도 정해졌다.


“아빠도 멍멍이 티셔츠 입어!”


티셔츠를 입히고 짧은 청반바지를 입혔다. 여름은 이게 좋다. 옷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내복, 타이즈, 목수건, 카디건…… 어휴…….

드디어 옷이 완성되었다. 이제는 머리를 묶는 시간이다. 긴장감이 돌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괜찮아. 손은 눈보다 빠르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빗으로 머리를 빗기 시작한다. 어제 야심 차게 시도했던 춘리 머리는 자유분방한 가르마를 창출하며 여러 엄마들의 웃음을 샀다. 어린이집 선생님마저 알림장에 ‘아버님이 머리를 시원하게 묶어주셔서'라고 적어주셨다. 딸내미 머리 묶는 건 정말 고난도 작업이다. 마치 외과 의사가 가능성 30% 이하의 수술을 집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하고 특히 얇고 작은 고무줄에 손가락을 놀릴 때면 엄청난 집중력과 소근육이 소모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예쁘게 묶인 딸내미의 머리를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더위에 목을 덮고 있는 딸내미의 머리는 내 숨까지 막히게 한다.


‘그래, 오늘은 그거에 도전하자!’


우리 반 수정이가 자주 하던 소시지 머리에 도전하기로 했다. 평소에 유심히 보고 물어봤던 머리였다. 설명만 들으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짱짱한 머리 고무줄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에 두 번 꼬아 끼웠다. 왼손으로는 머리를 모아 당긴다.


‘잔머리 하나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를 위해 타이트하게 잡아당겼다. 아뿔싸! 그랬더니 만화를 보던 딸내미가 의자를 조금

씩 당겨 도망가기 시작한다.


“아파!”

“아, 알았어 딸내미. 안 아프게 해 줄게.”

“싫어~”

“우와? 콩순이 방이 깜깜해졌다!”


딸내미는 다시 정신을 빼앗겼고 나는 작업을 이어 갔다. 이제부터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닥터 K로 빙의된 나는 손가락을 바삐 움직였다.


‘됐다!’


그렇게 소시지 머리가 완성되었다. 나는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그렇게 어린이 집을 향했다. 햇살도 아름답고 딸내미 머리와 잘 어울리는 날씨였다.

딸내미의 머리 묶기는 나의 로망이다. 내 손을 거쳐 탄생한 아름다운 머리는 내 어깨를 한껏 치켜 세울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역시 사람은 노력하고 경험해야 하나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머리를 길러서 묶어볼 걸 그랬다.


그나저나, 내일은 무슨 머리 하지? 유튜브에서 설명해주는 엄마들은 너무 불친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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