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아빠는 일번이고 싶다.

20180726

by 도대영

오늘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의가 있는 날이다. 이번 방학은 토리 출산 관계로 강의를 아예 잡지 않을까 했는데 안해와의 상의 끝에 하게 되었다. 내가 강의 때문에 나갈 때는 장모님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늘 내가 강의를 간다는 걸 어제 딸내미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본래 우리 부부는 일어날 일에 대해 딸내미에게 미리 설명을 해준다. 느닷없이 얼렁뚱땅 진행하기보다는 어리더라도 일정을 알고 미리 준비하는 게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어제는 늦게까지 책을 읽기도 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설명하면 되기에 하지 않았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집에는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산더미였다. 우선 마치지 못한 강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며 분 단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어 놓은 빨래를 넣고 건조대를 정리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장난감을 비롯해 물건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했다. 쌀을 씻어 밥을 얹었고 청소기를 돌렸다. 화장실도 청소했다. 너무 바빴지만 해야만 했고 하고 싶었다. 한 학기 동안 장모님께서 지연이 등원과 하원을 도와주셨다. 그때 무거운 몸에도 밤늦게 집을 치우고자 했던 안해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장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줄이고자 최대한 깨끗하게 만들었다.


“엄메? 어떻게 보람이 있을 때보다 더 깨끗하데?”


기척도 없이 들어오신 장모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치사시겠지만 그래도 안도할 수 있었다.


“어머님, 바쁘신데 고맙습니다.”

“아녀 아녀. 얼른 챙겨서 가.”


나는 장모님께 이것저것 부탁을 드렸다. 지연이가 요즘 젓가락을 가지고 가고 싶어 하니 같이 싸 달라는 부탁과 옷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에 출근할 때면 안해가 그렇게 장모님께 이것저것 당부를 했다. 그럴 때면 솔직히 나는 ‘어머님이 더 잘하실 텐데 뭘 저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니 똑같이 하고 있었다. 어머님은 알았다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때였다.


“으앙!”


딸내미가 칭얼댔다. 그동안 한 번도 칭얼대며 일어난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칭얼거림과 함께 뒤척였다. 장모님께서는 얼른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그 찰나에 딸내미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아빠!”


잠결에 하는 칭얼거림이 분명했다.


“얘 봐라, 그새 지네 엄마는 안 찾고 아빠 찾네.”


나는 딸내미가 혹시 깰까 봐 얼른 옷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기분이 묘했다.


이후 강의를 무사히 마쳤다. 조리원에 들려 안해와 토리를 본 뒤 집으로 향했다. 처제네와 어머님이 함께 있어서 안심했지만 그래도 빨리 보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내미는 사촌 동생과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더니 냉큼 일어나 다다다다 달려왔다.


“아빠 아아아아~~~~!”


그리고 내 목을 안으며 품에 폭 들어왔다.


“딸내미!”


나는 한 달음에 딸내미를 안았다. 그리고 뽀뽀를 했다.


“이이~ 저 봐. 지네 아빠라고 좋아하는 거 봐.”


장모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산가족상봉에 버금가는 애틋함이었다. 그 후 다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목욕을 하고, 같이 인형놀이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버지, 더워요.”

“응, 알았어. 에어컨 세게 틀어줄게.”


더위를 많이 타는 딸내미는 에어컨이 필수다. 나는 에어컨 타이머를 꼭 해놓는 편인데 그럼 중간에 딸내미의 칭얼거림에 깨야 한다. 그래도 좋다.


“딸내미, 잘 자.”

“아빠.”

“왜?”

“내 땅에서 같이 잘래?”


자기 땅은 에어컨 직 반경인 침대를 말한다. 보통 아래 바닥의 요는 아빠 땅, 침대는 자기와 엄마 땅이다. 그래서 잘 놀다가도 잘 때면 나는 내 땅으로 쫓겨나고는 했다. 물론 딸내미는 자면서 왔다 갔다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잠들기 전에 초청을 받았다. 비자 발급 성공이라고나 할까?


“아버지가 같이 잤으면 좋겠어?”

“응! 우리 같이 코~ 할까?”

“좋아!”


사실 어제도 몸부림 심한 딸내미가 떨어질까 봐 몰래 침대 가에서 잤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올라가는 기분은 훨씬 좋았다. 그렇게 쾌적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이 흘렀다. 어김없이 칭얼거림이 들렸다.


“더워요. 더워요.”


딸내미는 잠결에 본인 옷을 들추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에어컨 2시간 타이머가 끝나고도 시간이 훨씬 지났다.


“알았어. 딸내미 에어컨 틀어줄게.”


나는 약한 바람으로 에어컨을 틀었다. 물론 타이머도 했다. 딸내미는 여전히 눈도 뜨지 못했다. 하지만 칭얼거림은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딸내미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 안아줘요.”

“응?”

“안아줘요.”


나는 빙긋 웃으며 딸내미를 안아줬다. 품에 폭 안긴 귀여운 인형 같았다. 엄마를 찾지 않고 칭얼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딸내미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찾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여전히 엄마가 1순위겠지만 그래도 주양육자 반열에 끼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안해가 힘들 때가 있었다. 몸도 무거운데 지연이가 칭얼대고 앵길 때였다. 날카로워진 안해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편하지? 지연이가 나한테만 앵기잖아.”


그때 내가 대답했다.


“여보 힘든 건 아는데 나는 좀 부러워. 지연이가 힘들 때 아빠 찾으면서 나한테 안기면 좋겠어. 왜냐하면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안해는 어이없어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힘들다. 안아달라고 칭얼대는 딸내미를 안고 폭염 속을 걷자면 쓰러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딸내미의 입에서 ‘아빠'가 먼저 나오는 게 정말 좋다. 그래서 부모가 힘들어도 쓰러지지 못하는 이유인가 싶기도 하다.


소박한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안해가 조리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나랑 등하원하는 걸 바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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