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9
밤에는 열이 치솟았다. 39도 대를 찍었다. 해열제를 먹이며 몸을 닦았다. 날이 밝았고 병원을 향했다.
서울여성병원 소아과, 지연이가 더 어릴 때 참 많이 다녔다. 일찍 진료 보기 위해 내가 출근하면서 대기 번호를 뽑아 몰래 숨겨두기도 했다.(지금은 아예 불가능하게 바뀌었다.) 여기서 지연이가 돌도 되지 않았을 때 모세기관지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고, 추운 겨울이면 발을 동동거리며 번호표를 기다렸다. 수액을 안 맞겠다며 버텨서 곤란했던 일, 진료실에서 오열하던 기억까지 선명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크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던 초짜 부모에게는 아련한 곳이었다.
이제는 제법 컸다. 씩씩하게 들어가서 진료를 봤다.
"지연이가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열이 많이 나서요."
"아고, 힘들었겠구나."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지연이를 이리저리 살피셨다. 씩씩하게 문을 열고 들어 온 지연이도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길다란 두 눈이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러댔다.
"열이 좀 높네요. 그래도 약 먹으면 괜찮아 질 겁니다."
"혹시 다른 병은 아닌가요?"
"네, 감기예요."
다행이었다. 역시 이곳은 집이 멀어져 잘 오지 못하지만 왠지 믿음직한 병원이었다. 우리는 3년을 이곳에 다니며 다녀서 지연이를 키웠다.
다음 코스는 정해져 있다. 근처 갈비탕집. 사장님도 지연이 얼굴을 아실 정도로 단골이다. 24시간 운영하고 놀이방도 있어 꼭 들른다. 처음 왔을 때는 겉싸개에 누워 있던 지연이가 지금은 혼자 놀이방에서 논다. 치열하게 3년을 키운 것 같아 괜히 기분이 묘했다. 이제는 나랑 겸상을 하고 만두를 시켜달라고 할 정도다.
생각해보면 나는 딸과 둘이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크다. 안해가 고생하는 일상을 나 혼자 하고 싶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안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싶다. 장모님이 자주 말씀하신다. 사랑도 쏟을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이 시기를 진하게 보내고 싶다. 아이의 컨디션을 챙기느라 하루를 몰두했다. 힘들고 지쳤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일들이니까. 지금 주양육자의 자리에 있는 아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