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30
해도 해도 너무한 태양이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도 푹푹 찌는 폭염. 열감기를 앓는 딸내미는 다행히 낮에는 컨디션이 좋았다. 우리는 에어컨을 피해 나가기로 했다. 근처 대공원 얕은 개울에서 신나게 놀았다. 끝난 뒤에는 딸내미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딸내미와 나는 둘이서 당당하게 고깃집을 향했다. 2인분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딸내미는 처음으로 콩고물에 찍어서 먹기도 하고, 구운 가지, 버섯, 파인애플 등도 먹었다. 역시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잘 먹는다.
“지연아, 아버지 맥주 한 잔 마셔도 돼?”
“음, 그래. 한 잔 마셔.”
선뜻 허락한 딸내미 덕에 시원하게 맥주도 한 잔 했다.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여름 낮이었다.
고기를 다 먹고 가게를 나섰다. 시간을 보니까 14:30. 집에 가서 딸내미 낮잠을 재워 볼까 싶었다.
“지연아, 더우니까 유모차 타자.”
“싫어, 걸어갈 거야.”
“걸어간다고? 집까지 너무 더워.”
“아냐 아냐. 집에 안 가.”
“집에 안 가? 그럼 어디 가는데?”
딸내미는 야무지게 양 손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투 빵!”
무에타이 체육관에 가자는 의미였다. 토요일, 혹은 지연이랑 나랑 둘만 있을 때 가끔 체육관에 데려갔다. 걱정하는 안해와 달리 딸내미는 무척 좋아했다. 사실 체육관은 딸내미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푹신푹신한 바닥으로 된 넓은 공간, 거기다 가지고 놀 장난감도 가득했다. 특히 커다랗고 말캉한 짐볼을 굴리는 건 딸내미의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놀다 보면 초등학생 오빠들이 귀여워하며 말을 걸어주고 이것저것 시중을 들어준다. 이모, 삼촌들은 꿀 떨어지는 미소를 띠며 귀여워해주고 여자 코치님은 아예 데리고 놀아주신다. 딸내미는 체육관에서 행복했다.
딸내미를 돌보며 일주일 가까이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 앞 주까지 하면 운동을 무척 많이 빠져서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방금 배 터지게 밥을 먹었고 나는 맥주도 한 잔 했다. 더구나 이 폭염에 낮잠도 자야 했다. 나는 딸내미 설득에 나섰다.
“지연아, 우리 집에 가서 한 숨 푹 자고 아버지랑 원투 빵~ 하러 가는 건 어때?”
“싫어, 지금 갈래.”
“지금 가면 너무 덥고 배도 부르잖아. 오늘 갈 거니까 일단 집으로 가자.”
“지금 하고 싶단 말이야. 가자~”
자기주장 분명한 우리 딸내미, 역시 설득은 소용없었다. 한 번 꽂히면 해야 한다. 나는 체념하고 유모차를 체육관으로 끌었다. 다행히 체육관은 시원했다. 딸내미를 보자 관장님과 코치님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반겨 주셨다. 체육관에는 초등부 타임이어서 그런지 초딩 오빠들이 가득했다.
“안녕~ 어서 와.”
딸내미는 내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신발을 벗고 들어 갔다. 그리고 마치 등록한 회원처럼 활보하기 시작했다.
“공 내려주세요.”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공을 내려주었다. 딸내미는 한 마리의 쇠똥구리로 빙의해서 짐볼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샌드백도 때려보고 링 로프도 흔들었다. 오빠들이 하는 복근 운동은 마치 아이돌을 쳐다보는 팬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막상 보니 귀여웠다. 나는 부른 배를 조금 꺼트리기 위해 스트레칭을 했다.
“아빠, 운동해봐요!”
“아버지? 알았어.”
쉴 틈이 없었다. 나는 트렁크를 갈아 입고 운동을 시작했다. 딸내미는 딸내미대로 즐거웠다. 그렇게 부녀는 함께 더운 여름에 땀을 흘렸다.
사실 딸내미가 체육관을 좋아해서 기쁘다. 아이와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 특히 부모가 좋아하는 걸 아이도 좋아한다는 건 엄청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딸내미를 체육관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걱정하는 안해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참았다. 하지만 어느새 딸내미는 더 컸고 제법 체육관을 누릴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고사리 같은 주먹으로 펀치를 하고, 내가 하는 복근 운동이나 케틀벨 운동을 흉내 내는 걸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안해가 발레복을 입고 발레를 하는 딸내미를 상상하듯 나도 글러브를 낀 딸내미를 상상해본다. 나중에 뭘 할지, 더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사실 어느 쪽이라도 좋다. 다만 바라는 건, 무엇이든 다양하게 해 보고 도전할 줄 아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것이다.
원투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