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질문으로 사람 잡아 봤나요?

20180731

by 도대영

“아빠, 저기 왜 까만 자동차가 있어요?”


요즘 딸내미는 질문 폭발이다. 구강기가 질문으로 다시 터진 것 같다. 책에서만 읽었던 아이의 끝없는 질문을 체감하고 있다. 질문을 한다는 건 참 뿌듯한 일이다. 그만큼 어휘가 늘고 있고, 그에 맞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지금도 기미가 보이지만 조금 더 있으면 공포의 질문, ‘왜요?’가 가득 찬 대화의 세계로 강제 초대될 것 같다.

아이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귀찮아하거나 화를 내면 아이는 서서히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는 아이는 성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막상 부모가 되어보니 상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선 맥락 없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렵다.


“아빠, 왜 저건 파란색이에요?”

“저거? 아, 저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 파란색으로 칠했나 봐.”

“왜요?”

“음, 아마 그 사람이 파란색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왜 파란색을 좋아해요?”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깔이 있으니까. 지연이가 핑크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지연이는 핑크 좋아하는데 왜 그 사람은 파란색을 좋아해요?”

“...;;;”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대답을 지어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게 잘하는 건지 확신도 서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다. 대강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뭐든지 명확해야 만족하는 딸내미에게는 효과가 없다.


두 번 째는 딸내미의 집요함이다. 딸내미는 앞서 이야기 했듯 명확해야 만족하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키웠다. 그래서 상황을 대강 넘어가거나 얼버무리는 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설명한 건 이해하려 하고, 이해했으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질문을 하면 반응이나 답을 꼭 얻어야 한다. 물론 나는 성의껏 대답하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가령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 중이라든지, 중요한 통화 중이라든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고민하고 있을 때가 그렇다. 더구나 질문도 가볍지 않기에 즉답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답이 늦어되면 딸내미의 재촉이 시작된다. 오늘도 그랬다.


“아빠, 왜 토리는 여름에 태어난 거예요?”

“(운전 중) 응? 음……”

“... 왜 여름에 태어난 거예요?”

“(운전 중)”

“왜요? 왜 토리는 여름에 태어난 거예요?”

“지연아, 잠깐만~”

“왜요? 왜 잠깐만이에요? 토리는 왜 여름에 태어난 거예요!”


결국 나는 차를 갓길에 잠깐 세웠다.


“지연아, 아버지가 답을 안 해줘서 답답했구나.”

“응.”

“그래, 미안해. 그런데 중요한 운전을 하고 있어서 답하기가 어려웠어. 운전할 때는 지연이가 조금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왜? 쾅, 사고 나?”

“응, 다른 차랑 쾅! 부딪힐 수도 있거든.”

“그럼 아버지랑 지연이랑 다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안 되잖아.”

“왜 다쳐?”

“음, 차가 쾅! 부딪히면 자동차가 아파서 안에 탄 사람들도 아프거든.”

“그런데 왜 다쳐?”

“하아……”


세 번 째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딸내미의 질문이다. 딸내미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딸내미는 최근에 꽂힌 하얀 상어(죠스바)를 연신 춥춥거리며 먹고 있었다. 한참을 먹다 문득 딸내미가 물었다.


“아빠.”

“응? 왜?”

“그런데 저 아줌마는 왜 뚱뚱해?”


나는 놀라서 황급히 둘러보았다. 체격이 좋은 여성 한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들었을까? 나는 눈을 아래로 깔며 속삭였다.


“지연아, 그런 말을 하면 아주머니가 속상할 수도 있어.”

“왜 속상해?”


나는 이야기를 더 끌어가는 게 오히려 역효과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냉큼 관심을 돌려 자리를 떴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매일매일 딸내미의 질문 속을 살아가는 기분이다. 물론 어렵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그래도 즐거움이 더 크다. 어느새 딸내미랑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우리 딸내미가 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일도 조잘조잘 딸내미는 묻고 나는 답하겠지.


PS. 어서 와, ‘왜요?’는 처음이지?

이전 09화Day #9 딸내미, 펀치를 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