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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r 16. 2024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시지 *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시지 (2024.03.16.토)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시지 (2024.03.16.) *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시지.     


   저번 주 월요일, 처음 등교하는 30기 학생들에게 보내는 학년 조회 메시지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 오늘부터의 학교생활, 두렵고 떨릴 수 있겠지만, 일단 5일을 지내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먹어 보아요. 좀 가볍게 말이죠.     


   저도 일단, 5일을 지내본다는 생각으로, 오늘 아침을 시작합니다.     


   5일을 지내보면, ‘흠, 이렇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예요.     


     

   두 번째 주까지 보낸 이번 주 금요일, 학생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 이번 주는 어떠했나요??

 - 저번 주는 너무 느리게 갔는데, 이번 주는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 재미있었어요!     


   ‘언제 지나갈까!’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세면서 새 학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나 교사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듯.      


 -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 빨리 주말이 오면 좋겠어!     


   모두가 기다리는 주말을 맞이하며 A에게 말했었다.     


 - 주말에 일을 해야 해요!

   출근하면 일이 쏟아지니까요!     


   그래서 주말에 이런저런 메시지를 보내는 나에게 B는 이렇게 대답했다.    

 

 - 휴일에는 좀 쉬셔야죠~     


   B의 말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마음만 바쁜 주말을 보내고 왔었다. 어제는 퇴근하는 C에게 말했다.

   

 - 일은 다 했어요?

 - (모두) 하하하~

 - 주말에 연락할게요~

 - (모두) 하하하~     


   가장 바빴던 어제 금요일, 학부모 총회까지 마쳤음에도 퇴근하지 않고 늦게까지 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말씀드렸다.


 - 가장 바쁘고 중요한 것들이 지나갔으니, 이제 조금 한가한 느낌이 드실 거예요!     


   피곤한 얼굴이지만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던 선생님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세팅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했던 1학년 담임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잠자던 방학의 습관을 힘들게 힘들게 접어놓고, 일찍 일어나고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평범한 일상, 5일 동안 열심히 일하느라 부족했던 잠을 조금이나마 보충해주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주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시지.     


   차례대로 일을 처리해야 정리가 되는 나인데, 일은 계속 밀려들고 그 속에서 헤매면서 마음만 바쁘던 내가 급하게 했던 어떤 질문에 이렇게 가볍게 답변한 D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 웃다가 이렇게 답변했다.     


 - 넘치는 위트!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라는 D의 유머에 복잡하던 머릿속이 완전히 가벼워져서 오랜 시간 붙잡고 있던 그 일을 순식간에 끝내버리고 퇴근했었다.     


   3월 초에 입학하여, 어느새 3월 하순으로 향하는 다음 주, 오늘 해야 하는 일은 오늘 다 끝내야겠지만 행여 끝내지 못했더라도, 내일로 또는 다음 주로 넘어가더라도, 모두 다 건강한 몸과 가뿐한 마음으로 회복되어 밝은 얼굴로 만나기를 바라며….   

  

********************     


*** E에게 말했다.     


 - 내일 저에게 줄 것 있으신 것, 아시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 E에게 다시 말했다.     


 - 내일 저에게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거 주셔야 하잖아요!

 - (모두) 하하하~     


   다음 날 아침, 내 책상 위에는 다양한 초콜릿과 사탕이 놓여 있었다. F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남자 선생님들께서 각자 준비해 오셔서 주신 거래요!

 - 진짜?

 - 서로 의논한 것도 아니래요!

 - 정말??

 - 아!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 너무 Sweet 하시다!     


   남자 선생님들께서 화이트데이에 준비해 주신 초콜릿~~     


   초콜릿을 받아서 선생님들이 더 좋아진 듯~*^_^*     


#오늘_일을_내일로_미루시지   #학년_조회   #주말   #위트   #화이트데이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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