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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Mar 10. 2024

* 언제 퇴근하지? (2024.03.09.토) *

언제 퇴근하지? (2024.03.09.) *     


 - 언제 퇴근하지?

 - 그냥 하시면 됩니다.


   1년 중 가장 힘들고 바쁜 일주일이 지나갔다. 입학식을 진행했던 월요일부터 마지막 야간 자기주도학습을 했던 금요일까지, 총 5일 동안 1학년 담임선생님들과 진행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전체 기획 회의를 위한 업무 작성을 하면서 1학년에서 진행하는 업무마다 번호를 적어 보니 20번이 훌쩍 넘어가서 큰 타이틀로만 작성했는데도 13번까지 매겨졌다. 사실 그것도 몇 개의 업무는 주저하면서 삭제를 한 것이었다. 다른 부서는 5번 정도까지 작성되었는데….   

  

   학년의 특성상 학교에서의 신입생 준비는 전년도 4월부터 진행이 되고, 1학년부에서는 늦어도 10월경부터 그다음 해의 신입생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해야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있다. 1월 초에 진행했던 신입생 연수를 위해서는 전년도 11월부터 계획을 해야 했고, 올해 4월 초에 진행하는 주제별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작년 10월에 계획해서 11월에 답사까지 다녀왔으니, 3월에 실제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은 이미 5개월 전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작년 12월에 30기와 소통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총 5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2월 중순, 신 학번이 발표되면서부터 작동되기 시작하였고, 이번 주 월요일부터는 학년 오픈채팅방에서 학년 조회 종례가 시작되었으며, 2024학년도 주말 편지 1호가 발송되었다. 매주 금요일에 발송이 되어야 하는 주말 편지를 오늘에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을 정도로 이번 주는 나에게 정말 바쁘고 힘든 한 주였다.     


   특히 이번 주 월요일에 나가야 하는 가정통신문 2개를 위해서 업무를 맡은 A와 B 선생님과는 지난주에 몇 시간씩 채팅과 전화를 하며 문장을 다듬고 내용을 수정하고 확인하여서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이 표면에 나타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휴일을 반납하고 시간을 쓰고 몸을 쓰고 희생하는지,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러니 제발, 쉽고 간단하게 함부로 생각하거나 말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입학식을 했던 첫날부터 아이들은 밤 10시까지 야간 자기주도학습을 했고 담임선생님들께서도 밤늦게까지 남으셔서 학생상담을 하셨다. 작지 않은 교무실이 밤 10시가 다 되어서까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한 것을 보며 드디어 신학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C 선생님에게 말했다.     


 - 선생님, 피곤하지 않아요??

 - 괜찮습니다!     


   D 선생님이 퇴근하며 말했다.     


 - 잠깐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 (모두) 하하하~     


   학급 학생들과 상담하는 시간도 부족할 텐데, 동아리 학생들과 상담하는 E와 F 선생님도 계셨고, 저녁에 퇴근할 때 앉아계시던 G 선생님은 출근할 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계셔서 나를 놀라게 했다.    

 

   H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했다.     


 -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을 통해서 내가 더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 맞아요. 저도 아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어보았더니, 아이들이 이렇게 하라고 알려 주더라고요.     


   5일 내내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I 선생님에게 말했다.  

   

 - 선생님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완전 대단해요!

 - 정말 힘들기는 한데,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요.

 - 아이들과의 생활이 즐거우면 되는 거죠.     


  일을 다 끝내지 못했던 금요일에는 빨리 나가라는 J 님의 성화에 쫓겨나다시피 교무실을 나왔다. 저번 주 수요일에도 모두 다 퇴근한 교무실에서 밤늦게까지 K와 업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렇게 답변한다.     


 - 언제 퇴근하지?

 - 그냥 하시면 됩니다.     


   올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K가 순간순간 나와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한참 일을 해야 하는데 K는 계속 이렇게 말한다.     


 - 주말에는 일 안 합니다.

 - 집에서는 집중이 되지 않아요.


   한창 바쁜 나를 두고는 축구를 하러 나가서 없어진다던가, 한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K.     


 - 안뇽!     


   특히 이전과는 조금 다른 교무실 풍경을 선사해 주었는데, 아침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커피를 내려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것과, 점심에도 강렬한 커피 향으로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도망치는 K에게 톰같이 으르렁거릴 수밖에 없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환호하며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다. 나를 톰으로 만들다니! 나쁜 K 같으니! *^_^*     


   어느 한 분이라도 누구에게 내어줄 수 없는 12분의 귀한 선생님들과의 에피소드를 생각하니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퍼진다. 눈 감으면 다 끝나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일주일을 보내고 맞이한 첫 번째 주말, 358명과 12분의 담임선생님들이 아주 귀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처음으로 학년 조회 종례를 시작했던, 2024년 3월 4일(월)에 신입생들에게 보냈던 음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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