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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13. 2024

* 이걸요? (2024.07.13.토) *

이걸요? (2024.07.13.) *     


 - 이걸요?

 - 제가요?

 - 왜요?     


  법조인 아버지와 의사인 형,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를 거쳐 현재 유명 법무법인의 변호사인 A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태생부터 금수저인 데다 온갖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수재로서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오만방자한 성격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이루며 살아왔던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2가지의 암 선고가 삶을 잠깐 돌아보게 했다는 내용도 아니었다. 어떤 실패도 없이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성공스토리였다면 사실 끝까지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A의 경우는 하늘에 떠있는 상태에서 태어났기에 성공 운운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진부해진 용어인 금수저도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였으니까.   

  

  내가 A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맡고 있었던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조금 편하다는 가정법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하게 되었던 소년 재판을 통해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마음으로 재판해야 한다’라는 동료들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하루에 만나는 60여 명의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면서 아이들의 딱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는 판사로 바뀌게 된 A.     


 - 주기적으로 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방문하고, 숙제로 내준 애들 편지에 일일이 답장하다 보면 결국 형사 단독 때보다 더한 격무에 시달렸다. 그래도 아침에 눈만 뜨면 한시라도 빨리 법원에 가고 싶었다. 나아지는 애들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아침에 눈만 뜨면 빨리 법원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어 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내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가르쳐 본 사람들은 아마도, 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었던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아직도!     


  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교직에 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B에게 물었다. 

    

 - 사범대학에 다니면서 왜 교사에 관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어요?

 - 요즘 시대에 교사가 무척 힘들게 느껴졌고, 저와 교사는 특히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 같은 과 친구들은 어떤가요?

 - 친구들도 교직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 지금도 그런가요?

 - 음,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져서 교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도전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C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교사를 하고 있는 D 녀석이, 가르치는 것은 하겠는데, 학생 지도가 무척 힘들다고 해요.

 - 요즘 학생 지도가 힘들죠.

 - 그래서 교사라는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전국적인 의대 쏠림 현상과 진학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다양한 직업군을 거쳐 특히 유O브의 구독자 수로 몇십억, 몇백억을 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E가 말했다.     


 -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귀 닫고 눈을 감아야 해요.

 - 왜요?

 - 속상하니까요.

 - 그렇기는 하죠.

 - 이제 교사는 ‘방학’이 있다는 것 말고는 할 이야기가 없어요.


  가장 슬픈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 전에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보면서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 이제는 그런 아이들이 없는 것 같아요.

 -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이죠.

 - 어려운 시대예요.     


  언젠가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본인 공부만 하고 있는 F에게 질문했다.     


 - 학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왜 자퇴도 하지 않고 전학도 가지 않는 건가요?

 - 졸업장이 필요해서요.

 - 네??

 -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 그럼, 전학을 가는 것은요?

 - 우리 학교 졸업장이면 좀 낫지 않을까 해요.     


  좋은 생활기록부를 받기 위해서는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즉, 세특을 잘 받아야 하는데, 세특을 잘 받기 위한 6가지의 비법 중, ‘선생님과 우호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놀랐던지! 아마 그래서 수행평가 하기 전의 아이들의 모습과 수행평가가 끝난 후의 아이들의 모습이 달라지는 걸까?? 그나마 좀 낫다는 우리 학교 아이들도 예전과 다르게 변하고 있어서 선생님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걸까? 학교의 존재 이유가 뭘까?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G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요즘 젊은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갖지 않으려고 한대요.

   학생들과도 힘들지만, 특히 학부모들하고도 너무 힘드니까요.

 - 힘들죠….

 - 하지만 무엇보다도 월급이 너무 적으니까요.

 - 다른 일에 비해서 많지는 않죠.     


  사실, 많지 않은 월급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이고, 지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아이들이나 대하기 까다로운 학부모들도 기대 수준을 확 낮추면 적절한 거리를 두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깔끔한 직장인으로서의 터치만 하면 되니까. 무슨 일이든지 평균 이상으로 관심을 쏟아부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관심을 조절하면 그다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즉, 관심을 덜 주면 된다.     


  가장 아쉬운 것은, 좋은 세특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마음껏 사랑을 주고 때로는 혼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진심이 담긴 존경과 애정으로 따르는 모습을 바라는 (조금은 순진한) 교사들과 달리, 대학 진학에 꼭 필요한 내용만 콕 집어서 알고 싶어하고 유리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교사인지를 저울질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아지는 요즘이라는 것, 또 이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지혜로운지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 이걸요?

 - 제가요?

 - 왜요?     


  요즘 MZ 세대가 자주 하는 말인데 거기에 ‘싫어요!’ ‘못해요!’가 더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말을 늘상 외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예전 같으면 깜짝깜짝 놀랐을 법한 대답에 이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시대가 우리를 점점 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 하지만 무엇보다도 월급이 너무 적으니까요.

   - 다른 일에 비해서 많지는 않죠.     


  G와 이야기하던 이 지점에서 나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강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 하지만, 저는 이 세상에 있는 어떤 일보다도 ‘교사’가 가장 의미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교사는, 미래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방학’이 있다는 것 말고도 이것저것 내세울 수 있는 것이 많은 ‘교사’가 되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요?’ ‘~요!’를 외치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기쁘고 재미있고 유쾌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아직은 그래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미래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     


*** 매 학기 말에 진행하는 학부모 연수를 이번 주 금요일에 진행했다.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200여 분의 학부모가 함께했던 뜨거운 시간이었다.     


  1학년의 모든 강의에서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메시지와 ‘격려와 응원’이 포함되어 있어서 학생이나 학부모, 또 1학년 담임까지도 ‘하면 된다’라는 소망을 품게 된다.      


  H 선생님이 했던 강의 중 격려의 메시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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