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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l 20. 2024

*우린 선생님을 많이 도울 거예요(2024.07.20)

우린 선생님을 많이 도울 거예요 (2024.07.20.) *     


 - 우린 선생님을 많이 도울 거예요.

 - 절대 힘들지 않게 도울게요.     


  노트북 C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모아놓았다가 노트북에 이상이 생겨서 모든 자료를 날렸던 적이 있다.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는 A가 말했었다.     


 - C 드라이브에 자료를 모아 놓으면 안 돼요. D 드라이브를 만들어서 저장해야죠.     


  그래서 포맷을 한 뒤, D 드라이브로 파티션을 해서 그곳에 중요한 자료를 넣어놓았었는데, 랜섬웨어로 인해서 자료 일부분이 묶여버렸던 일까지 겪은 후, 외장 하드 저장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몇 개의 외장 하드를 거친 후 지금의 빨간색 외장 하드까지 왔는데, 평일에는 학교에 놓고 다니는 외장 하드이기에 금요일에는 따로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주말에 일하지 않고 쉬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토요일에 글을 쓰거나 다양한 일들이 생길 수 있어서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나 학교에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고 출근하거나 퇴근하는 일들이 몇 번 있었다. 언젠가는 집으로 가져간 외장 하드를 월요일에 챙겨오는 것을 까먹어서 B 여사님에게 전화로 부탁해서 겨우겨우 진행했던 일도 있었다. 또 외장 하드를 평일처럼 서랍에 고이 넣어놓고 그대로 퇴근한 뒤 2/3지점에서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학교로 다시 돌아왔던 일도 있었다. 바로 어제도 그런 실수를 했던 날. 학교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E 지점에서야 갑자기 생각이 나서 처음 보는 길로 우회하여 학교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 가지러 가지 말고 그냥 집에 갈까?     


  아주 잠깐의 고민을 했지만 결국 30여 분을 다시 달려서 학교까지 갔던 이유는 나의 분신 같은 물건을 신경 써서 챙기지 않았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토요일에 쓰는 글은 집에 있는 노트북에 저장해서 받아놓으면 되는 일이지만, 외장 하드가 없이는 집중되지 않을 듯했다. 서랍을 열고 외장 하드를 꺼내서 다시 가방에 넣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눈물이 났을까. 잠깐 자리를 비웠던지 F 선생님이 들어와서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 아, 아니에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그래서 너무도 힘든 한 학기를 보내고 이제 딱 일주일 남은 방학만을 간절하게 고대하고 있는 나에게 올해 담임 선생님들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분들이다. 매해 장단점이 있었지만, 이번 학기는 그 어느 해보다도 가장 행복함이 넘치는 교무실 생활 중이다. 무엇보다도, 수시로 ‘~~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를 외치는 나의 제안에, ‘그렇게 해 보죠!’, ‘생각해 보죠!’, ‘해 보죠!’, ‘하면 되죠!’, ‘같이 하죠!’, ‘잘하자!’라는 말로, 그야말로 ‘흔. 쾌. 히’ 동의하고 동조해 주는 긍정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정말 좋다. 


  앞에 선 리더가 힘을 얻는 방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힘든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팀원들이 단지, ‘Yes!’를 외치기만 해도 된다는 것! 굳이 물리적인 힘을 보태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단지, ‘꼭 해야 하나요?’, ‘할 필요 있어요?’,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하죠?’, ‘저는 하지 않을게요!’ 등 ‘말’로 기운을 빼지만 않아도 된다는 걸, 늘 경험한다. 즉, 함께 날아오르고자 하는 리더의 두 날개를 꺾는 것은, 단순한 말 몇 마디면 된다는 것을 늘, 늘 경험한다.


  매 학기 한 번씩 있는 학부모 연수는 주로 금요일 저녁 7시에 있기에 행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선생님들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올해는 모두 다 함께하자는 분위기였기에 지난주 금요일 학부모 연수가 끝난 뒤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 200명의 학부모가 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모든 담임 선생님들께서 함께해 주셔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모아 준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죠. 혼자서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연수 전, 음료수를 카트로 나르는 것부터 연수가 끝난 뒤 현수막을 떼고 문을 닫고 나오는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셨던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특히 올해 선생님 중에는 긍정적인 분위기와 온갖 즐거운 일들로 선생님들을 모이게 하는 몇몇 분이 계신다. 아침과 점심의 커피타임과 담소 시간, 낚시 모임, 운동시간, 청소 시간, 수박파티, 화채 파티, 끊이지 않는 간식, 텃밭 이야기, 이번 주에 있었던 초밥과 라면파티까지, 내가 제안했던 것도 주도한 것은 더더욱 아닌데도 교무실이 항상 즐겁고 화기애애하다. 거기에 학교에서 주최하는 탁구대회와 축제에서의 댄스와 노래 무대에서도 우리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 힘든 나에게 <선물 같은 선생님들>을 주셨어….     


  특히 내가 ‘선물 같은 선생님들’로 명명한 선생님 중 G가 이렇게 말했다.     


 - 우린 선생님을 많이 도울 거예요.     


  곧바로 H가 또 이렇게 말했다.     


 - 절대 힘들지 않게 도울게요.     


  교무실에서 외장 하드를 넣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은, 그때 도착한 이 메시지들을 읽은 후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감동적인 메시지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나를 많이 도와줄 거라니, 절대 힘들지 않게 해 줄 거라니! 이런 달콤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였지….


  노트북 자체에 저장할 수 있지만, 따로 중요한 데이터를 모아놓고 없어서는 안 되는 나의 분신 같아서 아무리 먼 거리라도 시간을 들여 가지러 갈만한 가치가 있는 외장 하드처럼, 자기가 해야 하는 일만 딱! 하고 그만일 수 있는 교무실에서 할 일도 똑 부러지게 할 뿐만 아니라 교무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며 나의 정신적인 힘과 격려가 되고 있는 선생님들, 나에게 <선물 같은 선생님들>이라고 명명되어 ‘따로 관리되고 있는’ 선생님들, 그분들 덕분에 이 끔찍한 한 학기를 이렇게나마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어쩌면 말하고 까먹었을지도 모르는 G와 H에게 말해 본다.     


 - 날 많이 돕겠다는 말,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말, 잊으면 안 돼요!

 - 행여 말로만 끝나더라도, 잊지 않을게요!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2024년도 1학기를!     


  아, 이 말도 해야겠다.     


  - (큰 소리로) 2학기에도 도와주어야 해요! 알겠죠??     


***************      


*** 가장 많은 행사가 있었던 일주일이었다. 학업 역량 및 진로 탐색 프로그램, 마음 세우기, 한마음 큰잔치, 성극 공연, 융합프로젝트와 진로 체험 활동까지…. 이런 일들이 별 특이한 일 없이 잔잔하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학년 교무실에서 있었던 초밥과 라면파티. 낚시했던 생선으로 회를 준비해 오고 밥을 준비해서 함께 만들었던, 학교에서 단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었던 즉석 초밥! 맛도 얼마나 뛰어났던지!


  이런 일을 기획한 1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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