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전체가 슬럼프였어요. (2025.08.23.(토)) *
- 인생 전체가 슬럼프였어요.
수요일 담임 학급 경건회를 위한 말씀은 주로 월요일이나 화요일 정도에 정하게 되는데, 주제를 정한 뒤 관련된 성경 구절을 찾는 때도 있고, 성경 구절이 생각나서 그에 맞는 주제를 정하게 되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이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났다.
-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는 단어가 아이들이 듣기에 조금 강렬할 듯해서 주춤했지만, 해야겠다는 또 다른 어떤 강렬함에 끌려서 이 말씀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우리 인생에서 ‘라라라~’하면서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행복한 시기도 있을 것이고, ‘골짜기’에 있는 것같이 힘든 시기도 있을 겁니다.
‘하늘’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손으로 하늘을 휘저으며 말했고, ‘골짜기’라는 단어를 말할 때는 까치발을 하고서 교탁 위에서 교탁 앞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밑을 손으로 가리켰다.
- 이것이 골짜기죠.
이렇게 말하면서 내려다본 교탁 앞 밑바닥이 너무도 까마득하게 보여서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이어서 말했다.
- 이렇게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합니다. 지금이 어느 시점일까요? 혹시 지금 하늘에 떠 있는 것같이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몇 명이 밝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다시 질문했다.
- 그렇다면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이 내 인생에서 골짜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인 사람이 있을까요?
나를 보고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몇 명의 아이들이 있어서 내 눈이 커지면서 깜짝 놀랐다. 이어서 말했다.
- 우리가 이렇게 골짜기에서 헤매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위에서 바라보시면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계신다고 해요.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말씀을 믿어 볼까요….
대중적이지 않은 하지만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과의 대화>라는 책에서 5명의 전문가와의 인터뷰 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 창작의 과정에서 자신을 '쓰레기'처럼 느낄 때도 있으며, 작품마다 괴로움과 절망감을 겪지만, 고통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창작이다.
- 음악과 관련 없이 사는 날은 하루도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하기가 무섭다.
- 바깥에서 나를 인정하거나 성공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특히 진은숙은 이런 말을 했다.
- 창작하는 인생 전체가 슬럼프였다.
진은숙을 인터뷰했던 A는 진은숙의 ‘인생 전체가 슬럼프였다’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다지 행복한 삶이 아니었던 A는 본인의 삶만 슬럼프였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신경림의 시 <갈대>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런 글을 읽었다.
- 인생은 슬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행복론에 너무 빠져 있었다. 인생은 슬픈 것인데, 행복을 찾으러 다니다 결국 찾지 못하거나 너무도 짧은 행복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본래 슬픈 것이다.
선생님들과의 회식이 끝난 뒤 다른 학교에 잠시 가 있는 B와 이야기하게 되었다. 나를 보며 이야기한다.
- 잘 지내시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빨리 돌아오기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B의 그 한마디 말에 내가 무너지고 말았다.
- 아니…. 너무 힘들어.
눈물범벅이 된 나에게 B가 말한다.
- 선생님, 다른 학교는 더 이상해요. 학교가 다 그런 곳이더라고요.
학교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닌 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B의 말이었음에도, 신기하게도 그의 말은 큰 위로가 되었다. B가 함께 있으면 또 자주 본다면 정말 더 큰 힘이 될 텐데….
-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시편 23:4)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주고자 했던 말이지만, 믿기가 쉽지 않은 말이기에 이렇게 말했다.
- 음…. 이 말을 받아들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선생님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믿던, 믿지 않던 이 말은 사실이에요.
하늘을 날아다니기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헤매며 슬럼프와 울음과 슬픔으로 가득 찬 인생길이기에, 혼자 두지 않고 우리와 늘 함께하겠다는 그분의 말씀을 다시 한번 믿어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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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나의 하루>라는 플래너를 검사한다. 매일의 계획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내용을 쓰는 칸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의 <나의 하루>를 살펴보다가 ‘으흠?’하고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는 감사 내용들이 있었다. 아이들의 인생에서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슬럼프, 울음과 슬픔이 있을 텐데도, 아주 작은 것들에 감동하며 감사하고 있었다.
역시 아이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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