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

by clavecin

*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2025.08.30.(토)) *


-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A와 상담을 끝내고 B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 들어온 B의 손에는 무슨 봉지가 들려있었다. 봉지를 내밀며 B가 말한다.


- 선생님, 식사 못하셨죠? 빵 사 왔어요!


깜짝 놀라서 B를 바라보며 말했다.


- 으음??


반짝거리는 눈으로 B가 말한다.


- 지금이 저녁 7시 40분인데, 식사 못하셨을 것 같아서요.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B의 마음 씀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B가 준 빵은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2주 동안 진행된 수행평가를 끝마친 후 녹초가 되어 있던 어느 날, 복도를 지나가던 나에게 C가 다가와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 선생님! 수행평가 하시느라 고생하셨죠? 감사합니다!


깜짝 놀라며 말했다.


- 음??


쓰러질 것같이 가녀린 몸으로 늘 피곤해 보이던 C가 방긋 웃는 모습도 처음 보았지만, 수행평가 하느라 고생했다는 인사말을 건네받은 것도 처음이라 무척 당황했다. 내가 말했다.


- 너희가 고생했지, 뭐!

- 선생님이 진짜 고생하셨죠!


수행평가 점수에 벌벌 떠는 아이들로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을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슨 이런 녀석이 있지??

급식실에서 식사를 마친 후, 물컵을 놓고 나오다가 아이들과 부딪힐 뻔했다. 아이들을 피하느라 양손을 들고 허공을 휘저으며 한 바퀴 돌게 되었는데 3학년 D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서 물어본다.


- 선생님, 괜찮으세요??


딱 ‘예전 우리 학교 학생의 전형’처럼 보이는 D의 그 따뜻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학기 초에 전학을 왔다는 D는 첫 만남에서도 내 눈을 보며 이렇게 인사를 했다.


- 선생님, 저 전학 왔는데요, 선생님 이야기 들었어요. 만나 뵙고 싶었어요. (아마 이런 내용이었던 듯하다. 약간 미화해서 내가 들었을 듯.)


나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 오! 저를요?? 그런데, 원래 우리 학교 학생이었던 듯한 분위기인데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E 학급에서 늘 눈을 맞추며 방긋 인사하는 D를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는 것을 말해 본다. D, 알겠지??

2025년 8월은 헤어짐의 달이다. 근무연수를 다 채우고 퇴직하시는 선생님부터 조금 일찍 퇴직하시는 선생님과 다른 학교로 가시는 선생님까지, 이런저런 이별로 뚜렷하게 기억되는 달이 되었다. 선생님들과 헤어지기 전에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서 아쉬운 마음을 나누었는데, F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나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한 교사였는데, 선생님의 말에 반응을 보이며 성장하는 아이들로 인해서 F 선생님은 교직을 다시 생각하게 되셨다고 했다. 그리고 F 선생님의 말씀에 대부분 교사는 전적으로 동의할 것 같다. 또 이와는 반대로, 천직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교직이었지만, 이런저런 어려움 즉, 아이들이나 학부모와의 불협화 등으로 인해 교직을 내려놓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퇴직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니, 여기저기서 퇴직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언제 퇴직하는지, 그런데 언제 할 것인지, 근무연수는 다 채울 것인지, 몇 년 앞당겨서 나갈 것인지, 퇴직한 이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그렇다면 언제부터 퇴직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등. 그러던 중 G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반복되는 이 삶이 지겨워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그만두어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입학과 졸업, 1학기와 2학기, 개학과 방학 등 거의 반복되는 학교 일정이어서 아이들만 바뀌고 거의 모든 상황이 똑같은 경우가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벚꽃 사진을 보면, 벚꽃과 나는 그대로인데, 함께 서 있는 아이들만 계속 바뀌고 있으니까. 심지어, 내가 입은 옷이 똑같았던 때도 있었다. 하하. 아직은 이러한 반복이 지겹지 않아서 좀 더 있어도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H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직장으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직장으로 종착하고 있어요.


퇴직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해지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곳으로서의 ‘꿈꾸는 학교’가 그냥 일개 ‘직장’으로 바뀌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H도 이 말에 동감했다.


- 선생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나도 직장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는데….


‘참 대범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개 뻣뻣이 들고 얼굴 빤히 보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선생님들이 참 순수하고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도 한다.


- 아이들은 젊은 선생님을 좋아해. 나 같아도 젊은 선생님을 좋아하겠다.


그런데도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아이들에게 부탁해 본다.


- 우리를 선생님답게 만드는 것은, 너희들이야. 알고 있을까? 학생이 없는데, 교사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내 말을 듣는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선생님들도 사람이야. 웃고 떠들고 슬퍼하고 속상해하지. 그리고 너희들의 고개 끄덕거림에 힘이 나는 존재들이야. 앞에 서신 선생님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 줘. ‘선생님! 힘내세요! 잘하고 계셔요!’ 그리고 복도에 지나가는 선생님을 보면 눈인사라도 해 줘. 쌩하고 지나가지 말고. 선생님들도 아파하고 눈물 흘려.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이곳에서의 생활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 많으면 좋겠다. 저녁을 못 먹었을 선생님이 걱정되어서 빵을 사 오는 아이, 수행평가 때문에 힘들었을 선생님을 걱정하는 아이, 할리우드 액션(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선생님을 걱정하는 아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조금 더 기대해 보아도 될까.

아이들과 함께하는 꿈 꾸는 학교생활을 머릿속에 그리며 달려온 선생님들이, 30년을 넘어 40년을 향해 가는 반복되는 생활일지라도, 그 시간 속에 내 말 한마디에 반응을 보이고 꿈틀거리며 주저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울고 있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삶의 작은 소망 하나를 품게 된다면, 그것으로 나의 삶은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보내온 세월인데, 요즘에는 ‘직장’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도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씁쓸하다.

하루에 왕복 3시간을 쏟으며 출퇴근하는 나에게 다시 질문해 본다.


- 내가 이곳에 왜 가고 있는가?

- 언제까지 갈 것인가?

-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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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하는 선생님들의 한마디 한마디 말이 마음에 꽂혔다. 이런 말씀들을 하셨다.


-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습니다. 지각한 적도 없어요. 직장 생활 개근입니다.

- 가족들과 놀러 다닌 적도 없어요. 주말마다 아이들 성적 분석하고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 학교의 온갖 일들을 해결하느라, 외로웠습니다.

- 뜻있는 선생님들과 학교를 변화시켜 보자고 뭉쳤습니다.


선생님들이 퇴직한다고 하니, 1기 졸업생부터 최근 졸업한 아이들까지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 울고불고하며 슬퍼하는 여학생들도 많았지만, 남학생들이 눈이 빨개지며 우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이토록 사랑을 받은 선생님들이 계신다니, 부러웠다.

1학년에서 딱 우리 반만 수업하신 I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하는 날을 위해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준비했다. 선생님 교직 생활에서 마지막 막둥이들이 된 우리 반 아이들을 얼마나 예뻐해 주셨는지 모른다. I 선생님이 나중에 말씀하셨다.


-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담임 학급이 아니었지만, 선생님을 쓸쓸히 애매하게 보내드리기 싫어서 나는 현수막을 만들었는데, 처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온갖 치장을 해서 만들어 보았다. 그 무엇보다도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27. 눈물.jpg

#퇴직 #학생 #교사 #직장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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