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 수 있는 곡이 아니던데?? (2025.09.13.(토)) *
- 울 수 있는 곡이 아니던데??
언젠가 A가 질문했다.
- 낚시 좋아해요??
한 번도 낚시하러 가본 적이 없는 나는, 그 질문 자체가 신기했다. 대답했다.
- 낚...시...요?? 가본 적 없는데요.
- 재미있어요.
- 낚시하러 가서 뭐 하나요??
- 물고기 기다리죠.
- 물고기가 안 잡히면요??
- 그냥 계속 바라보면 돼요. 그러다가 딱! 잡힐 때 희열을 느끼죠!
- 아?? 그럼, 미끼를 던지고서 무슨 생각 하나요??
- 아무 생각 안 하고 멍때리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빵 터졌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질문했다.
- 멍때린다고요??
- 그게 쉬는 거죠. 그게 낚시의 묘미니까.
낚시를 즐기는 선생님들이 간간이 있었다. 언젠가 내 옆에 앉아계시던 B 선생님은 늘 낚시 프로그램을 보고 계셨다. 질문했다.
- 선생님, 재미있어요??
- 네! 재미있습니다.
- 흠…. 이해되지 않는데.
아무 소리도 없이 정적인 화면만 나오는데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물고기가 잡히는 화면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셨다.
- 앗! 잡혔다!
언젠가 C가 한밤중에 잠이 안 와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동생이 나와서 말하더란다.
- TV나 보고 있지.
그래서 TV를 가리켰더니 동생이 폭소하더란다. 낚시 프로그램이어서 소리를 무음으로 해 놓았기 때문이다.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 코로나 시대를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함께 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되니 각자의 방에 들어가 혼자 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또 직접 하는 것에 제약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예를 들어, 게임을 직접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것을 1시간 넘게 보고 있거나, 낚시나 바둑이나 운동하는 사람들을 몇 시간이고 TV로 보는 식이다.
또 요즘 사람들은 연애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데, 연애할 시간도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애하면서 생기는 서로 간의 감정싸움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서는 알고 싶기에 리얼 연애 프로그램은 즐겨 보면서 머리로는 사랑에 대한 이론을 잘 알고 있다고 하니, 아마 연애소설을 읽는 것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헤어지고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직접 겪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지만, TV나 책을 통해서 보게 되는 사랑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마치 여행 프로그램으로 유럽을 잠깐 익혀서 알게 되는 것과 직접 유럽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거니까…. 직접 경험을 해 봐야 진짜일 텐데. 하지만,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으니, 아쉽지만, 책을 들어본다.
지금 학교 내 책상 위에는 읽다 만 책이 4권이 있고, 집에 있는 책상 위에는 10권의 책이 올려져 있다. 다른 것은 하지 않고 책만 읽거나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이 많은 건지. 다행스럽게도 다음 주가 시험 기간이어서 자습 시간을 ‘주어야 했기에’ 책 읽기가 가능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 많은 책 중에 D가 선물해 준 책, E를 골랐다. D가 이렇게 질문했기 때문이다.
- 책 다 읽었어요??
놀래서 대답했다.
- 아.. 뇨??
아쉬워하던 D가 생각나서 애써 잡아들었는데, 단편들을 묶어놓은 책의 첫 편부터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놀라서 D에게 말했다.
- 동성애 이야기인데요?? 자세히 봐야지!
아쉽게도 자세히 보고픈 이상야릇한(?) 부분은 전혀 없어서 아쉬웠다. 하하.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바꿔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감정 서술이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찌 되었든,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 어린 시절의 우정, 해체된 가족 이야기에 이어서 꽤 길게 펼쳐지는 남자 1명과 여자 2명의 사랑 이야기에 진입했다. E 책을 읽으면서 책 속에서 펼쳐지는 F와 G와 H의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다시 책 속으로 빠져있기를 반복하니, 약간 멍한 상태이기는 하다. 언젠가 독서 관련 연수를 들었을 때, I 강사가 말했다.
- 아이들이 너무 책에 빠져있으면 빠져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비현실 속에 빠져있다 보면, 현실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 좋지 않습니다.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때 I의 단호한 말이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주에 내가 약간 그런 상태다. 약간 멍한 상태…. 계속 F와 G와 H의 사랑 이야기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F와 G가 맺어질 줄 알았는데, F와 H가 맺어지는 건가?? 다음 주에 이어서 볼 수 있어야 할 텐데. 하하.
음악실 장식장 문이 고장 나서 수리를 의뢰하면서 오랜만에 음악실을 두루 살펴보게 되었다. 음악실 벽에는 각종 시도 합창대회, 총신대학교와 성결대학에서의 합창대회 등 콰이어가 참가했던 음악 행사 사진 액자가 앞뒤에 빼곡하게 걸려있다.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 이런 것들을 어떻게 했을까….
또 책에 욕심이 많아서 음악실 장식장과 사물함에는 음악 관련 책과 악보가 굉장히 많이 있다. 콰이어(합창단)를 운영하면서 만들었던 40여 권의 콰이어 악보집과 CD와 DVD가 꽤 많이 있는데, 특히 14회까지 진행했던 정기연주회를 위해서 시간을 들여서 편집하고 복사하고 인쇄해서 만든 매년 400페이지가 넘는 콰이어 악보집과 14개의 콰이어 정기연주회 공연 DVD를 살펴보면서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 정말, 이런 것을 어떻게 했었을까….
코로나 이후 콰이어가 해체되어 정기연주회도 멈추었는데, 이것을 지금 다시 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어떻게 했을까. 무슨 열정으로 했을까. 토요일과 휴일에도 나와서 늦게까지 악보를 편집하고 인쇄했던 기억이 난다….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후회 없이 해 보았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교실에 키보드가 필수였고 남학생 학급에는 기타까지 있었으며 어떤 학급에는 드럼까지 세팅이 되어 있어서 멋진 음악연주에 맞추어 학급 경건회를 했었는데, 오랜만에 담임을 하면서 보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교실에서 키보드를 직접 연주하며 찬양을 부르던 학급 경건회가 유튜브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사람만 부르는 시대로 바뀌어서, 악보를 보고 직접 노래하는 것보다, 노래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채플 시간에 하는 학급 성가를 위해서 6월부터 선곡이 시작되었는데, 기도송과 끝송은 여학생 학급을 위해서 내가 편곡한 <Sanctus>를 늘 하였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본성가가 문제였다. 굉장히 오랜 시간을 거쳐 결국 <찬양의 심포니>라는 곡을 아이들이 정했을 때, 나는 정말 깜. 짝 놀랐다. 제목처럼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연주해야만 하는, 웅장하고 화려하고, 고음이고, 그야말로 어려운 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휘자 J와 반주자 K에게 계속 물었다.
- 이 곡으로 할 건가요??
- 이 곡으로 정해진 건가요???
아이들은 흔쾌히 대답했다.
- 네!
유튜브를 틀어놓고 학급 찬양을 부르던 아이들이, <할렐루야> 가창 수행평가를 위해서도 유튜브를 틀어놓고 연습했던 아이들이, 과연 이 노래를 어떻게 연습할 것인가…. 그리고 이 노래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 이 고음은 어떻게 낼 것이며, 박자와 빠르기와 조성의 변화와 점점 화려해지는 곡의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했고 연습하게 했다.
학급 성가를 할 때 내가 정해놓은 규칙이 있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만들게 한다’라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규칙을 나름 지켜왔지만, 때때로 조금 손을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일부러 연습하는 것을 보지 않았고 듣지 않았다. 어설프더라도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반보다 먼저 성가를 했던 옆 반, L 학급이 음악 시간에 불러보겠다며 나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 선생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 그렇게 부를 거면, 노래 바꿔! 라고 말씀하셔도 돼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L 학급의 성가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나도 놀라고 아이들이 더 놀랐는데, 왜 그랬을까. 요즘 내가 눈물이 많아져서인지 걸핏하면 눈물이 나서 주체가 되지 않는데 그런 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L 학급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가 울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L 학급 담임 선생님 N 선생님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 우리 성가 듣고서는 안 우셨는데, L 학급 성가 들으시고는 우셨대요….
- 선생님도 저희 성가 들으시고 울어주세요.
N 선생님께서 나에게 와서 말씀하셨다.
- 아이들은 나에게 노래 듣고 울어달라고 했는데, 선생님네 반 성가는, 울 수 있는 곡이 아니던데??
정말 얼마나 웃겼는지! 우리 반 성가는 힘이 넘치는 곡이어서 눈물이 나는 곡이 아니었으니까!
낚시도, 게임도, 연애도, 노래도 남들이 하는 것을 무심히 바라보는,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린 요즘 시대에, 거의 2달 동안 굉장히 높은 고음을 포르테로 노래하는 통에 3층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고 교무실까지 울려 퍼졌던 노래를 드디어 이번 주에 하게 되었다. 직접 반주에 맞추어 전교생 앞에서 머리 묶고 손모아 찬양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시험 바로 전인데도 아이들이 열심히 해 주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도 크지만, 무언가 해냈다는 것에 대한 후련함이 더 크다. 잘 쉬고 있겠지??
***(2025.09.12.(금)) 채플 성가
* Sanctus - Libera (여성 3부)
- https://youtu.be/1BUFDE6xwjg
* Sanctus - Libera (여성 3부)
- https://youtu.be/LggiOnDutLE
* 찬양의 심포니 (Jon Mohr & Randall Dennis 작곡)
- https://youtu.be/IRV3_LR-W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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