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글을 쓰자. *

by clavecin

* 자, 글을 쓰자. (2025.10.18.(토)) *


(지금까지의 글들도 그랬겠지만, 오늘 글은 특히,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아주 편향적이고 비논리적일 수도 있는 생각으로 가득 찬 글로, 읽기에 매우 불편할 수 있습니다.)


- 자, 글을 쓰자.


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일들이 있다. 역사 이래로 가장 풍족한 물질의 시대, 수도 없이 많은 교회와 종교인으로 사상과 철학과 관념이 넘치는 시대인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게 보일까. 왜 이렇게 자살자와 우울증 환자가 많이 있는 것일까. 물질과 정신이 풍요로워서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시대인데 어쩌자고 이토록 무섭게 거칠고 무력하고 공허한 걸까. 무엇이 문제인 걸까.

연휴 기간에 외국을 나갔다가 온 A에게 B가 질문했다.


- C 나라에 갔다 왔나 봐요.

- 네! B도 D 나라에 갔다 왔죠?

- 네! 그런데 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서 일주일 동안 사진은 가려놓았어요. 오늘에서야 풀었네요.

- 아? 저는 그냥 마음껏 올렸는데.

- 저는 좀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갑자기 바뀐 카* 프로필 시스템으로 인해서 지금은 누군지도 모르겠는 사람들의 사진이 막 뜨고 있지만, 들여다보지 않는 나로서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이 프로필 사진에 이런저런 사진을 편하게 올리면 행여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자기의 여행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는 B의 이야기가 굉장히 신선했다.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E 부부를 보면서 F와 이야기했다.


- 유명한 사람들은 살아가기 정말 힘들겠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을 텐데,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쇼윈도 부부가 되겠어.


오래전 내 글을 보고 외국에 있는 G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굉장히 행복해 보여요!


나는 그 메시지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굉장히 행복해 보여요!’라니! 그때 그 시절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일 힘들 때였다. 그래서 질문했다.


- 네? 전혀 아닌데요!


G는 내가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야기 몇 편을 읽고서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하고, 아이들로 인해서 엄청 행복한, 복 받은 사람’으로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 정말 부러워요!


‘부럽다’라는 그의 말에 깜짝 놀라며 내 글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90%는 힘든 생활이지만, 그중에 10% 정도의 조금 반짝거리는 이야기를 썼던 것인데, 거의 90% 행복한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오해와 착각에 나를 가두어 놓고 그럴듯한 사람으로, 부러운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포장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동일한 생각이다.

학년 부장을 하는 4년 동안 학년용 인스타그램(이후부터는 ‘*’로 표기함.)을 만들었다. 공적인 홍보의 유용한 수단으로 누구나 사용하는 시대이기에 그에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관리는 가장 젊은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했고, 학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신속함과 순발력이 필요하고,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매번 자료를 탑재하는 것 자체를 젊은 선생님들도 힘들어했다. *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의 가치와 홍보 효과를 알고 있음에도, ‘순간의 포착’보다 ‘지속적인 기록과 결과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을 ‘애용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또 개인 * 계정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들어가 보지도 않는다. (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서술이니 이해해 주기를.)

내 책상 위를 정리하며 내 삶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는데,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심을 둘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고, 무엇보다 사진 몇 장을 보고서 쉽게 판단하거나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좋고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설사 그것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고 생각지도 않게 밀려오는 씁쓸한 감정을 굳이 느끼며 잠들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내가 아끼는 H가 새롭게 *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걱정이 되어서 말했다.


- 있던 사람도 없애는데 왜 계정을 만든 거야? 핸드폰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 다니며 보고 있는 거야? 보면서 무얼 느끼려고 하는 건데? 결국에는 우울하게 될 거야. 네가 *을 하게 되었다고 하기에 깜짝 놀랐어. 이곳을 돌아다니는 너를 상상할 수 없고, 상상하고 싶지 않아. 너와 어울리지 않아. 그냥 덮어버리면 좋겠어!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또는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고,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 놓는 것이 어떨까. 아름답게 포장되어 올라간 사진 한 장이 생각지도 않게 부풀려져서 엉뚱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될 수 있으니까. 어렵겠지만, 오히려 나쁜 것, 아름답지 않은 것, 또는 감추고 싶은 것을 모두에게 꺼내놓는 것이 어떨까. 나로 인해 위로받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이트를 굳이 찾아다니지 말자. 아니면, 다른 사람의 좋은 것을 보았을 때,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정말 잘됐다!’라고 마음껏 축복해 주고, 잊어버리자! 행여 마음속에서 무언가 답답하거나 속상한 것이 올라오는 것 같으면, 당장 닫아버리자! 아니면, 보는 것을 멈춰버리자! 혹 (예상대로) 잠깐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아예 계정을 없애버리자! *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쉽게 올려지는 사진이나 이미지나 동영상보다 약간의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글을 써보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행동을 멈추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감정이 정리되면서 제대로 분별이 되고, 그 내용을 글로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놀랍게도 치유가 되기도 한다. 좋을 때 쓰는 글은 이 아름다운 시간을 주셨음에 감사하게 되고, 그러나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으며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다. 나쁘거나 우울할 때 쓰는 글은 한층 더 깊어져서 놀랍게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는데, 슬프거나 아픈 마음을 글로 토로하면서 마음이 정리되고 더 넓게 생각하게 되며 성숙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상태일 때 올렸던 사진이나 글보다, 좋지 않은 때의 글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시끄럽고 복잡한 현실을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밥을 먹어서 영양을 보충하는 것처럼, 내 영혼을 충전시키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가끔 있는 내 삶의 반짝거림에 너무 주목하지 말자. 그 반짝거림은 연기처럼, 안개처럼 곧 사그라들 테니, 그 잠깐의 빛남에 취하지 말자. 순간에 사라지는 그 찰나의 반짝거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 그냥 나 혼자 있을 때, 예쁘고 소중하고 애틋하게 바라보자. 비밀스러운 나만의 기쁨으로 만들자.

그리고, 항상 엉망이고 실수투성이이며 허물투성이인 허름한 내 삶에 오래오래, 길게 집중하자. 그 보잘것없고 내세울 것 없는 일상이 곧 나를 말하는 것이니, 눈길 주는 것을 피하지 말자. 애정을 가지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사랑하자. 그게 나에게 주어진, 내 삶이니까.

나만 바라보면 그냥 그대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데, 무언가 다른 사람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고 우울하고 죽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쓸데없이) 다른 이들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서로에 대해 무서워지고 거칠어지고 무력하고 삶이 공허해지는 것 아닐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크나큰 축복 중 몇 가지는, 돈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니고,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부자가 가난해지기도 하고, 가난했던 사람이 재벌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세대를 거치면서 바뀐다는 것, 유명했다가 무명해지기도 하고, 무명하고 비참했지만,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다가 나를 바라보지 말고, 그냥 내 삶만 충실하고 우직하게 바라보자.

그러니, * 계정을 없애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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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감이 진행되던 며칠 전 I 부장검사가 울면서 이야기했다는 저 내용에 마음이 매우 아팠다. J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들이 개정된 퇴직금 법령 때문에 퇴직금을 못 받고 퇴직하는 <J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맡았던 검사로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정의와 책임감, 조직적인 갈등,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민 등이 얽혀서 감정이 복받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각자에게 맡겨진 직업에 충실하게 살아가면 정직한 보상이 따라오는 좋은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그게 언제쯤일까. 올 수 있을까. 세상이 점점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왜 점점 힘들어지는 걸까. 우리는 모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눈을 들어 보면, 저마다의 자리에서 걸어가고, 뛰어가고, 버텨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습이 참 “짠하고 뭉클하고 애틋하다.”

이런 우리의 삶을, 인생을, 시간을, 단숨에 한 컷으로 올리기에는 너무 죄송스럽고 송구하다. 시간을 들여서 기록으로 남기고 두고두고 읽고 생각하자. 사람 하나하나가 우주니까. 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 자신이니까. 우주인 나를 표현하기에 사진 한 컷은 가당치 않다. 우주인 나를 누구에게 보여준다는 말인가.

‘보여주는 삶’이 아닌, ‘글로 바라보는 삶’을 선택하자.


- 자, 글을 쓰자.


* (이번 글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보여주는 삶을 피해 보려는 작은 실천이에요. 하하.)


#SNS #행복 #삶 #보여주는_삶 #글로_바라보는_삶 #글을_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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