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하고 싶은 일은 (2025.10.11.(토)) *
-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교사 이외에 하는 일이 있으면 <겸직 신고서>라는 것을 제출해야 한다. 겸직하는 것이 있으면 서류를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읽은 A가 말했다.
- 나도 겸직하고 싶어.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웃었지만, 아마도 규정에 맞추기 위해서 겸직 신고서를 제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른 저녁이든 한밤이든,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달리기를 꼭 한다는 B가 C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누가 B에게 질문했다.
-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요?
-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데요.
- 그러면, 왜 달리는 건가요?
- 달리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숨 고르는 시간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학기에는 다문화 관련 책을 출간한 D 작가를 초대했었고, 2학기에는 응급의학과 의사인 E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각각 30명씩의 신청자를 받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1학기와 2학기 모두 신청자가 많았다. 1학기에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했는데, 2학기 강의를 듣고 온 F가 이렇게 말했다.
-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의사, 작가, 방송인, 강연자, 개인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운영 등등.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는 걸까요?
듣고 있던 내가 말했다.
- 분초를 다투는 응급의학과 의사인데, 그중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함께 있던 G가 말했다.
- E가 글을 쓰는 건 의사로서 생과 사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본업은 의사이기에 가장 오래 하고 싶은 일은 환자를 살리는 일이라고 하네요.
E처럼 메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다른 일들을 거의 전문가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대학교 전공도 한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이 기본이 된 지도 한참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H는 학부에서는 I를, 대학원에서는 J 학문을 전공했지만 새롭게 K 과목을 공부해서 지금은 K 전공자이면서 I와 J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메이징한 사람들이 참 많다.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시즌이다. 올해는 특히 겨울방학을 빨리하게 되어서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오랜만에 하는 담임이라 여러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했다.
- 어떤 것들을 해야 하나요??
아무런 요동함도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척척 해내는 베테랑 선생님들이라 나의 질문에 이렇게 저렇게 대답해 주신다.
- 이거 해야 해요.
- 저거 해야 해요.
그중에 L 선생님이 이렇게 질문한다.
- 에이! 전문가이면서 뭘 질문하고 그래요?
- 제가요?? 저 이제는 초보인데요, 완전 초보!
그럼 이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 아마, 다 해놓고 저런 질문을 하고 있을걸?
- 맞아! 아마도 자기는 다 했는데, 이런 거 해야 하지 않은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걸 거야.
- 제가요?? 지금 놀리시는 거죠??
아, 12월 방학을 하기 전에 끝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한데, 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하다가 번뜩 아이들에게 <희망 분야 – 취미 – 관심사 – 특기 - 강점>을 써보게 했다. 먼저 내 것을 본보기로 적어주었다.
- 희망 분야 : 교육 분야, 예술 분야
- 취미-관심사-특기 : 피아노 연주, 글쓰기, 세계사, 미술 감상, 옛날 것, 웹툰 보기
- 강점 : 침묵, 시끄러운 곳에서 집중하기, 완성 속도가 빠름, 기억하기, 기록하기, 유행을 좇지 않음, 버리지 않음, 싼 것으로 비싸게 표현할 수 있음, 근검절약, 한번 정한 것을 쉽게 바꾸지 않음 등
아마도 나는, 내 성격의 특징을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도 끝도 없이 쓸 수 있는 내용을 줄여서 적어주었더니 아이들도 자기의 특징을 잘 작성해 주었다. 또, 본인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강점을 적어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진학을 희망하는 분야는 생명, 화학, 공학 분야가 많았고, 아이들의 취미, 관심사나 특기는 영화 보기, 그림그리기, 만들기, 연주가 많았다. 또 강점으로는 말을 잘 들어주고 친절하고 귀엽다는 특징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희망하는 분야보다 아이들의 취미나 특기와 관심사가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의 매력을 한껏 더 살려준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희망하는 분야로 진학해서 그 전공으로 메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때로는 취미나 관심사나 특기 중에서 메인 직업을 갖거나, 또는 일명 ‘부캐’, 즉 부(副)캐릭터(Character), 부업으로 ‘본캐’, 즉 본(本) 캐릭터(Character), 본업을 넘어서는 활동을 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메인 직업 1개에 부캐(부업) 2~3개 정도는 가지고 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 또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 하고 싶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지 않고 할 수 없지만, 해야만 하는 일, 하고 싶고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조합일까. 아마도, 하고 싶고 할 수도 있으며 우리에게 꼭 필요해서 해야만 하고 있어야만 하는 일을 본캐(본업)와 부캐(부업)로 삼을 수 있으면 가장 좋을 듯! 그런데,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흠, 여기서부터 인생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겠다.
일반적으로 본캐, 즉 메인 직업은 경제적인 수단으로 삼고 부캐, 또 다른 직업은 돈과 상관없이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부캐에서의 수입이 본캐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출중하여서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일들을 몇 가지씩 하면서 살아가기를, 본캐와 부캐로 돈도 많이 벌고, 원하는 겸직을 원 없이 하며, 돈과 상관없이 부캐 자체를 마음껏 즐기고, 부캐를 할 때처럼 본캐에 임할 때도 기쁘고 즐거운 삶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꼭!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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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의 특징을 나타낸 워드 클라우드.
희망 분야, 취미, 관심사, 특기, 강점이 골고루 섞이면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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