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

by clavecin

*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2026.01.10.(토)) *


-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언젠가 A와 대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한참 늦은 나조차 알게 됐다는 건, 사실상 이미 다 알려진 이야기라는 뜻이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마지막에 듣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내가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아주 아주 가끔은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참 드문 일이지만 말이다. 보통 그도 나처럼 어떤 소식에 귀를 열어놓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시작했는데 모르고 있기에 별수 없이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약간은 이런 심정으로 전한다.


- 앗! 재미있다!


이런저런 세상사와 사람들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다. 듣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에게 전하기도 할 테니, 그런 ‘에너지’와 ‘열정’이 정말 부럽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애정이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 그런 ‘사랑’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 삶만 신경 쓰기도 급급한데 말이다. 하지만, 나 이외의 다른 사람 이야기나 세상사가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본인이 말하는 것이 아니면 굳이 상대방에 대해서 자세하게 물어보지 않는 것도 예의로 되어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 선배인 B가 후배인 C에게 이렇게 묻는 장면이 있었다.


- 주말에 뭐 했어요?

- 사귀는 사람 있어요?


머뭇거리는 C를 보며 직장 동료 D가 B에게 말한다.


-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 실례라던데요.


나 또한 누가 나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본 이후로는 특히 웬만한 관계가 아니면 신상에 대해 잘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간단한 인사만 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그런 것인지, 미용실이나 택시같이 어쩔 수 없이 외부인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말을 걸지 않기를 바란다는 옵션을 둔 업체들의 이용이 많아졌다고 한다. 머리를 하는 시간이 보통 3~4시간이 되는 때도 있는데, 그동안 어떤 말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던 미용실 디자이너분들이나 택시 기사님들이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얼마 전 병원을 다녀온 E가 말했다.


- 나는 눈 감고 있는데 의사가 계속 자기 집안일을 이야기해서 너무 힘들었어. 나도 반응을 보여야 하니까. 친밀한 분위기를 내려고 하는 건가?


또 전화보다 문자로 연락하고 보고하는 (젊은) 사람들로 인해서 마음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문자로 툭 던지는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운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 나 또한 전하는 내용의 99%를 문자로 하는 사람이기에 할 말이 없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경우는 진짜 진짜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고,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허걱!’하고 놀라면서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사람들이 다 이런가 보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모두 다 그렇다는 거니까.

F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 지하철을 타고 가세요.

- 헉! 아뇨!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에요. 사람과 부딪히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모두 힘들고 어렵고 즐겨 하지 않는, 때로는 피하고 싶은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혼자서도 건강하게 잘 보낼 줄 알아야 할 텐데.

모두 다 각자의 삶에 올인하며 ‘섬’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발달장애인들로 이루어진 앙상블(중주단)을 만들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G였다. 오르간을 전공하고 음악치료를 전공했다는 G는 H 지역에서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가르치고 악기를 연습시키면서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비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음악회 하나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연습시키고 개최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대단한 일인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눈을 떼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신념 같은 것이 있나요?


G가 이렇게 대답한다.


-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저를 지탱해 주는 노래입니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용히 <소원>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G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얼어붙었고 생각지도 않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나를 한 대 친 것 같았다. 발달 장애인분들이 연주하기 쉽도록 쉽게 편곡하고 연습을 시켰는데 그중 한 명이 G를 향해서 계속 외친다.


- 같이 살아요!


G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한다.


- 같이 살면 안 돼요~

- 같이 살아요!

- 같이 사는 거 아니에요~


웃음이 나는 부분이었지만, 따뜻함과 친절함이 묻어나는 G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G의 음악 활동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돌아보게 했다.

자기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 관한 글을 읽었다. 하고 싶은 일은 보수가 없어도 하며, 목표를 성공에 두지 않으며, 1만 시간을 버티게 하는 내적동기, 열정이 있으며, 행복감, 성취감, 존재 의의, 선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였다. 어떻게 하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한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재능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겨본다. G는 어떤 열정으로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전혀 요란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주변을 선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G가 너무도 부러웠다. 한때 꿈꾸었던, 한때 나도 그런 모습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모든 미디어에서 AI로 인한 산업의 재편성에 대하여 쏟아내고 있고, 앞으로 놀랍게 달라질 세상에 대해서 걱정들이 많으며, 또 서로 얽매이거나 간섭하거나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고 내 할 일만 뚝딱하고 사라지고 싶어 하는 요즘, 순수한 마음으로 젊은 날의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어여쁜 사람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날이다.


*******


*** 지난 12월 초에 1학년 학부모 연수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가 참여했고, 내용도 무척 훌륭했다.

그런데 사실 가끔, 아니 자주 생각한다. 성공적인 대입을 위하여 우리가 모두 모였으니 아주 정확하게 맞는 내용이기는 한데, 무언가 생각이 깊어지고 정말 이것이 전부인가를 돌아보게 되고 의미를 짚어보게 되고 나를 살펴보게 되는 건 어찌 된 일인지…. 진짜로, 오름직한 동산이 되도록 하고 싶은데, 쩌기 높이높이 솟아오른 산으로 만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으니 맞는 것인지…. 산도 안되고 동산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앗, 그러는 새, 무슨 그런 고민을 하냐며, 취업이 안 되는 요즘 교대 지원율이 부쩍 올라갔다고 한다. 아, 다시 직장인으로서의 교사로 돌아와 본다. 직장인 말고 좀 더 깊은 의미를 두고 지내야 할 텐데….


46. 오름직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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