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가 당신을 먼저 (2026.01.17.(토)) *
- 기회가 당신을 먼저 알아본다.
몇 년 전 이즈음 A에게서 연락이 왔다. 졸업 앨범을 보면서 지금 졸업하는 아이들이 맞는지 봐 달라는 것이었다. 즉, 사진 속의 아이들이 3학년 아이들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학년 아이들이 섞인 것은 아닌지 보는 것이었는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제는 이 아이가 3학년인지, 2학년인지, 아니면 졸업한 아이인지 헷갈려서 답장을 주는 데 꽤 시간이 걸렸었다. 또 3학년이 맞는지 보는 것이 주목적이었음에도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과의 추억에 잠겼기에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1학년 입학식 때부터 3학년까지의 학교생활을 졸업 앨범에 담은 것이었는데, 1학년 때의 앳된 모습이 점점 성숙해지는 것을 한 번에 보게 되니 신기했다. 빛이 나는 것 같은 반듯하게 다림질된 교복과 방금 자른 듯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와 볼살이 통통하기까지 한 ‘중학교 4학년’ 같은 얼굴 모습, 거기에 경직된 표정과 일자로 똑바로 앉거나 서 있는 자세까지, 보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편해지고 부쩍부쩍 자라면서 이제는 ‘고등학교 4학년’의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의 생생한 변천사를 보면서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 가고 성숙해 가는지 보게 되어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 맞아. 1학년 때 B가 이런 모습이었지.
- 아, C가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요즘 미디어에 나오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이기에 나에게는 젊은 시절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흘러서 내가 알고 있던 젊은이의 모습이 아닌, 나이가 한참 든 연로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톡스나 그 밖의 시술로 손을 보았더라도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D를 보았는데 여전히 고풍스럽고 멋있었지만,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를 보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이렇게 외쳤다.
- 앗! 저 사람이 D인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80대, 90대 어르신들이 본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E 프로그램에서 그분들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파릇파릇한 젊은 청년들이었다! 또 멋쟁이들이었고 세련된 패셔니스타들이었다! 그분들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당연함에도 놀라웠고 숙연해졌다.
한 사람의 성장기나 가족사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얼마 전에 F 시리즈를 다시 보았다. 1편이 1972년, 2편이 1974년, 그리고 3편이 1990년에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1편부터 3편까지 계속 나오는 배우들이 많았는데, 그 배우들이 실제 영화에서처럼 나이가 들고 노쇠해지는 모습이 눈여겨볼 만했다. 주인공을 맡은 G 배우의 경우, 1편에서는 33살에 젊은 청년 역을, 2편에서는 35살에 중년의 역할을, 3편에서는 51살에 노년(?)의 역할을 맡으며 점점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내친김에 2026년 지금의 모습을 찾아보았더니 87세임에도 여전히 멋지고 오히려 중후해졌다. 역시 젊었을 때의 잘생김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야기 흐름을 떠나 이런 생각이 들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한 사람이 이렇게 변해가는구나….
세월은 어찌도 이리 빠른 것인지, 정말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아직 새파랗게 젊은 H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H는 정년 연장이 되는 나이인데, 정년이 늘어나서 좋을까요?
- 글쎄요, 퇴직하면 어느새 60대 중반인데, 80대까지 15년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좀 더 빨리 퇴직할까, 고민 중입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 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 지금 하는 일과는 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요.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새해가 얼마 전 시작되었지만, 밝고 건강하고 희망찬 소식보다는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이것을 읽어도 저것을 읽어도 어디서나 느껴지는 것은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것들이다. 여기서도 ‘정년퇴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저기서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으며, 힘들고 괴로워하며 아프고 병드는 이야기투성이다. 과거는 찬란했지만, 오늘은 빛바랜 채 멈춰있으며 미래는 불투명하다고들 한다. 하루하루 허겁지겁 살고 있는 나로서는, ‘오늘’을 온전히 살아내기도 참 아쉬운데, 머릿속으로는 ‘과거의 영광’이 막 떠오르고 있고,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으로 ‘미래’ 또는 ‘소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잘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과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미래는 점점더 살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삶’이 ‘앞으로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되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 미래를 위한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학교’라는 곳에서 반복되는 시간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올해도 여전히 1월을 맞이하며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하며, 새 학기를 맞을 준비를 ‘어쩔 수 없이’ 아니 ‘꾸역꾸역’하고 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점점 예년과 다른 마음가짐이지만, E 프로그램에서 어느 어르신께서 젊은 날의 본인 사진을 보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본다.
- 나도 저렇게 젊고 멋있을 때가 있었다오! 오늘이 내일보다는 젊을 테니, 내일을 위해 힘을 내보렵니다.
하루하루 나이 들고 늙으며 변해가겠지만, 오늘이 내일보다는 젊고 예쁠 테니, 내일을 위해 오늘을 더 잘 가꾸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테니.
- 나도 저렇게 젊고 멋있을 때가 있었다오! 오늘이 어제보다는 좀 늙었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지 않을지 꿈꾸어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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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어느 음식점에서 받은 쿠키 안에 들어있던 글귀.
- 기회가 당신을 먼저 알아본다.
이런 멋진 글귀라니!
내가 너를 찾기 전에, 나를 먼저 알아보고 달려온다는 거지?
‘눅눅한 과거’를 후회하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싱그러운 미래’가 확 달려오는 느낌이다.
몇 살 더 젊어지는 느낌?
-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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