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t Them! Let Me! (2026.01.24.(토)) *
- Let Them! Let Me!
오랜만에 A와 B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말했다.
- 이렇게 저렇게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들은 A와 B가 진지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덧붙였다.
-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조금씩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교사이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지금 당장 좋은 것보다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을 권하곤 해요. A와 B에게도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하게 되네요.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고 좋은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A와 B와 이야기한 뒤 ‘나와 같은 사람’이 나에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란, 내 이야기를 사심 없이 잘 들어주고 나의 인생에서 나아갈 바에 대해 따뜻하게 조언해 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하.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지 않을까? 아참, 그런데 A와 B는 나를 이렇게 느꼈을까? 아님, ‘웬 오지랖이야’라고 느꼈을까?
얼마 전에 대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매번 주기적으로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방학 일정이 잘 맞지 않아 오랜만에 보는 친구도 있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모임을 하던 우리 학번인데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 우리 학번처럼 지금까지 이렇게 오랜 기간 만나는 학번이 없는 것 같아.
- 맞아.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 튀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 자기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같아.
참 오랜 시간 알고 있던 아이들인데, 어느 모임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해 뒷담화한다던가, 잘난 체를 한다던가, 말로 상처를 준다던가, 무례하게 한다던가 등등의 일들이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없었다. 물론 친구로서 서로 장난기를 발동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조심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귀하다. 요즘 자주 읽게 되는 문구 중 이런 말이 있다.
-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가 많아지니, 말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은 말이다. 입을 다물고 먼저 잘 들어야 하는데 그새 까먹고 말이 먼저 나가니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고 또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니, 나이가 들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 아닐까 한다. 인내심을 갖기 위해서는 문제를 조금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이런 글을 읽었다.
- Let Them! Let Me!
이 말은, 타인의 시선이나 행동에 감정을 낭비하지 말고, 오로지 나의 성장과 행복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좀 더 풀어 보면 이런 내용이다.
- Let Them : 타인의 생각과 평가, 타인의 감정적 반응, 인생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받아들이자.
- Let Me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행동과 태도, 나의 선택과 결정, 자기 돌봄에 집중하자.
비슷한 의미로 키에르케고르의 글이 있다.
- Life is not a problem to be solved, but a reality to be experienced.
직역하면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다.’라는 뜻이지만, ‘삶을 분석하고 고치려 애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려라.’라는 말로 의역할 수 있다. 또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들에서, 예술이 삶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루기보다 한 편의 작품처럼 바라보게 함으로써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 Art helps us grasp the complexity of life by encouraging us to view it as we would a work of art, rather than a problem to be solved.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던 C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그림을 감상하듯이 한 발짝 떨어져서 인생을 바라봐.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지 말고.
A와 B에게 인생의 조언이라고 했었지만 사실, 이 말을 한 것이었다.
- Let Them! You Do You! (내버려둬! 너희 갈 길 가면 돼!)
우리 학번의 모임이 지금까지도 따뜻하게 지속되는 것도 아마,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 Let Them! We Do Us! (내버려둬! 우리 갈 길 가면 돼!)
절대로 다른 사람을 바뀌게 할 수 없다는 것과 인생에 일어나는 문제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버린 나에게 이만큼 큰 위로를 주는 단어를 근래 만난 적이 없다.
- Let Them! Let Me!
- 내버려둬! 받아들이고 인정할게! 그리고 나는 내 갈 길 갈게!
그림을 감상하듯, 본체에서 조금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방학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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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보았을 때 감쪽같이 속았던 장난꾸러기 D의 넥타이.
가까이 가서도 잘 몰랐던 색종이 넥타이.
역시, 멀리서 보아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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