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원입니다. (2026.01.31.(토)) *
- 2,000원입니다.
며칠 전 지인들과 식사 중 새로 산 옷을 입으신 분이 계셔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 멋진 코트를 입으셨네요!
- 요즘 옷이 매우 비싸죠?
- 오십만 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 와우!
- 이건 비싼 것도 아니에요. 요즘 겨울옷은 몇백이 넘잖아요.
- 아이고, 천만 원이 넘는 옷을 입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뭘.
- 천만 원이요? 오래 입어야겠네요.
- 그런데, 천만 원이 넘는 옷을 입을 필요가 있어요?
천만 원이 넘는 겨울옷 하나는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몇백도 과하다, 그 정도 가격의 옷이 필요한가 등등 각자가 생각하는 경제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코트 하나에 몇십만 원, 백만 원, 천만 원의 단위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웠던 대화로 기억한다.
‘미니멀 라이프(Minmal Life)’를 보여주는 A의 집을 보게 되었다. 3명의 가족이 사는 살림살이가 무척 간단하다 못해, ‘너무 없었다.’ 밥그릇, 국그릇, 컵, 수저와 젓가락이 총 3개씩이었고, 심지어 냉장고 안도 텅텅 비었으며 그나마 있던 사과도 달랑 2개였다. A의 옷은 상의와 하의가 각각 2~3벌이었고, 직장에 다니는 남편의 옷은 조금 더 있었다. 아이의 그림책과 남편의 책 몇 권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책은 다 버렸다고 했다. 그릇, 수저, 과일, 옷, 심지어 책에 대한 욕심도 많아 부엌, 냉장고, 옷장과 책장이 가득 차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 놀라운 사람이었다!
지난 2학기 2차 지필고사 후, 학급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는 게 좋으니 복장도 캐주얼하게 갖추었고, 그것에 맞게 굽이 있는 구두가 아닌 플랫슈즈를 신었다. 전혀 비싸지 않은 제품이지만, 평소에 아끼는 신발이기에 많이 신고 다니지 않았다. 즐겁게 영화를 본 후 아이들과 헤어져서 전철역을 향해서 가고 있는데 왠지 발에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어서 밑을 살펴보니, 신발 바닥이 본체와 떨어져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너무 속상한 마음으로 한동안 신발을 바라보다가 이미 저녁 6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 금요일 늦은 시간이고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단념한 채 조심히 하지만, 종종걸음으로 빨리 걷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띄었던 B 구두 수선점! 오후 6시 10분 전에 들어선 나를 본 사장님께서는 흔쾌히 신발을 맡아서 감쪽같이 접착제를 붙여주셨다. 그러면서 한마디 하셨다.
- 귀여운 신발인데, 잘 신지 않아서 갈라졌네요. 오늘은 대략 수선했지만, 다음에 떨어지면 버리세요.
수선하는 내내 딸 자랑을 하시던 사장님께서 가격을 묻는 나에게 이렇게 답변하셨다.
- 딱 6시에 퇴근하라는 딸의 말을 들으려고 지금 퇴근하려던 참이었는데, 금요일이기도 하고, 제가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하니, 오늘은 공짜입니다!
그렇게 따뜻한 손길로 수선해 준 신발을 어떻게 버릴 수가 있나. 조심히 신고 와서 아직도 내 신발장에 고이 모셔놓았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행사를 위해 격식 차린 옷차림의 마지막 포인트로 신었던 구두 밑창이 툭 떨어졌다. 이 구두도 몇 번이나 수선했던 것인데 다른 사람은 수선했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말끔해서 계속 신고 있는, 사랑하는 구두다. 정말 좋아했고 이를 대체할 만한 디자인을 아직은 찾지 못해서 계속 수선해서 신었지만, 이제야말로 수선하지 말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아예 신발장에 넣어놓지 않고 며칠을 보내다가 ‘혹시나’하는 생각에 동네 C 구두 수선점에 가지고 갔더니 맡기고 가라고 하신다. 흠칫 놀라며 언제 와야 하는지 물었더니, 1시간 뒤에 오라고 하셨다.
- 좀 더 빨리 안되나요??
- 음, 1시간은 있다가 와야 완성됩니다.
- 네.
1시간 뒤, 찾으러 갔더니 역시, 깨끗하게 수선해 놓으셨다. 부끄러워하며 질문했다.
- 이제는 버려야겠죠??
- 아뇨. 고쳐서 계속 신을 수 있어요.
- 그런가요?
- 그럼요. 신을 수 있을 때까지 신어야죠.
- 아! 감사합니다. 얼마인가요??
나는 C 사장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 얼마인가요?
- 2,000원입니다.
- 네?
- 2,000원.
- 2,000원이요??
- 네.
아무렇지도 않게 가격을 말씀하시던 C 사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그토록 귀한 돈의 가치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10년 만에 재산이 100억이나 늘어났다는 D의 이야기 사이로 ‘노바이(No Buy)’가 유행이라는 글을 읽었다. 노바이(No Buy)는 일정 기간 물건을 사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하는 것인데, 단순히 ‘돈을 안 쓴다’의 의미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소비 습관을 돌아보며,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는 것!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인생 조언 중에, ‘자동차는 이동하기만 하면 되니 비싼 것을 타지 말고, 오래 쓸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는 내용이 있다. 워런이 1958년에 약 4,000만 원(지금 20여억 원)을 주고 샀던 집에서 68년째 살고 있다는 것과, 2014년부터 같은 차를 타고 있다는 것과 매일 아침 E 햄버거를 먹으며 근검절약하는 것도, 일종의 ‘노바이’로 보인다. 워런이 입는 겨울 코트나 구두는 집이나 자동차처럼 오래 사용할 듯하니, 비싼 것일까?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는 A의 집을 둘러본 기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 굉장히 검소하시네요. 이런 삶이 가능한가요?
- 네. 꼭 필요한 것만 사니까요.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 그럼, 혹시 인간관계는 어떤가요?
- 네. 꼭 필요한 사람만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관계가 필요 없더라고요.
코트나 구두는 저렴하게 사서 몇 번을 수선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신고 다닐 수 있지만, 버핏의 조언이나 미니멀 라이프나 노바이,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미니멀하게 실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방금도 꼭 필요하다고 나 자신을 설득해서 G 제품을 구매했는데 말이다. 휴.
***공짜로 고쳐주셨던 내 신발.
아직은 신을만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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