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고맙습니다. (2026.02.28.(토)) *
- 참 고맙습니다.
2월 말인 이번 주 여러 대학교 입학식 기사에는 유명 인사들의 자녀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S 대학교 정문 앞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유명하든 무명하든 자녀의 입시 결과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대부분 대학교는 2월 말에 입학식을 하고, 중고등학교는 아마도 3월에 입학식을 하는 것으로 안다. 3월이 되면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기이기에, 중고등학교건 대학교건 3월부터 진행될 학교 업무를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하는 2월은 참 중요한 시기이다. 2월 28일과 3월 1일은 단 하루 차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2월 28일은 겨울이지만, 3월 1일을 겨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같은 3월이라도 입학하기 전 3월 1일과, 입학을 한 3월 2일은 또 전혀 다르다. 입학을 하면 정말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시간이기에 입학식이 있는 다음 주 전, 이번 주가 정말 바빴다.
아이들에게는 ‘봄방학’ 또는 ‘쉼’이라는 달콤한 명사로 지칭되지만, 매년 2월 말에는 작년을 돌아보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연수가 있다. 올해도 이번 주에 2026년을 준비하는 교사 연수가 진행되었다. 방학 동안 다른 일에 집중하다가 연수가 있는 주초부터는 학교에 와서 이것저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고 분주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뵙게 된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 다음 주가 새 학기라니!
-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게 뭐지?
올해 새로 맡게 되는 학급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카페는 일찍 만들어 놓았지만, 확실한 명단은 며칠 전에 알게 되어서 관련된 학급 업무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첫날은 좀 헤맸지만, 다시 제자리로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다. 매년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늘 새롭고, 까먹고 놓치고 다시 떠올리는 이 루틴이 반복되는 것도 신기하다. 다행인 것은, 작년 31기 아이들에게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에는 내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일을 그냥 확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작년 아이들에게 질문하면서 나름 ‘천천히’ 가고 있다.
- 상담을 이 시간에 진행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그러면 작년 녀석들이 대답해 준다.
- 그 시간은 조금 급하고요, 저 시간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언젠가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맡게 된 A에게 B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 잘 모르는 척하면 안 돼요. 다 알고 있다고 해야 해.
그런데 C는 이렇게 답해 주었다.
- 아,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도와주지 않을까요?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 아이들이 미래에 관해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 모른다고 하세요. 더 좋은 답은 ‘같이 찾아볼까? 배워 볼까?’입니다.
정답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 말 중에 가장 좋은 말은 ‘모른다’라는 말이다. 정말 나도 모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오히려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명쾌한 해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 이게 더 나아요!
- 오케이!
2025학년도를 마감하고 2026학년도를 맞이하는 이번 주, 올해의 마지막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한가득하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랬을까.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본다. 그래도 2025년도에 만났던 31기 아이들과의 생활을 생각하면 감사하게도 웃음이 조금 나온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글에 이렇게 썼었다.
- 1년 동안, 정말 감사했고, 좋았어요. 아쉽고 때론 아프고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저의 미숙함이었을 뿐이니. 부디 용서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용서해 준 것으로 믿어 본다. 하하! 그리고 31기 아이들에게, 또 2025학년도에 만났던 모든 이들에게 아일랜드의 축복 기도문을 전해 본다.
* May the blessing of light be on you
light without and light within.
May the road rise up to meet you.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May the sun shine warm upon you,
and the rain fall softly on your fields.
And until we meet again,
may God hold you in the palm of His hand.
* 빛의 축복이 당신에게 머물기를
당신의 밖에도, 당신의 안에도.
인생의 여정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그 길이 당신의 발걸음에 맞춰 이어지기를
바람이 항상 당신의 등 뒤에서 불어오기를
햇살이 당신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춰주고,
비가 당신의 들판을 포근하게 적셔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그의 손바닥 안에 당신을 품어 지켜주기를.
올해 만날 32기 아이들과의 생활을 꿈꾸어 보아도 될까. 아직 시작하지 않은 2026학년도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 아니,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꿈꾸어 보고 기대해 보자!
하나님께서 2026년도에도 빛의 축복과 적절한 발걸음과 살랑이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비를 내려주시고, 그의 손바닥 안에 우리를 안전하게 품어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5>를 정리하면서, 2025년을 내 손에서 떠나보낸다.
D가 준 엽서에 있던, E 수녀의 그림.
-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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