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 선생님, 지금 학교! (2026.03.07.(토)) *
- 선생님, 지금 학교!
오래 사용한 청소기가 있는데 몇 달 전 충전하는 지지대가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묶어서 충전하고 있었다. 학기 중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방학에서야 새것으로 장만했다. 이전 것은 청소한 뒤 모두 분해해서 먼지를 버리고 세척하고 닦고 말려야 했다. 그래서 청소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데 시간을 더 써야 했다. 그런데 새로운 청소기는 게으른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일단 청소기 밑에 전등이 달려 있어서 바닥에 있는 먼지가 다 보인다. 집에 이렇게 먼지가 많다니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스스로 먼지통을 청소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도 청소할까 말까 했던 내가 매일 청소기를 들고 내 방을 포함해서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날씨가 매우 차갑다. 그래도 분명 볕이 봄을 향해서 가고 있다. 이제 겨울 색을 버리고 봄빛을 입어야 하겠는데 언제까지 추우려나.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는 첫 번째 행사 중 하나는 ‘청소’일 것이다. 문을 활짝 열고 안에 있는 묵은 공기를 빼주고 새롭고 상쾌한 바람이 집안에 들어오게끔 해야 하는데,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겨울 방학 내내 석면 공사로 바빴던 학교가 이번 주에 드디어 새 학기를 시작했다. 신입생이 들어오고 새 학년으로 진급한 아이들로 북적거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저번 주말까지만 해도 교무실과 교실에 짐이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드디어 이번 주 일요일에 이삿짐을 다 옮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1층에 있는 음악실도 석면 공사를 했기에 짐을 모두 빼 두었는데, 그 짐이 다시 들어왔다는 것이다. 음악실에는 음반과 DVD와 파일과 수행평가 과제물이 많다. 무엇보다 책과 악보집이 아주 아주 많다. 그 짐이 뒤죽박죽 섞여 있을 테니 정리를 해야 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입학식 전에 2026학년도 우리 반 교실이라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1층에 있던 짐이 각 교실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청소해야 했다. 신입생이 교실에 들어와서 앉으려면 쓸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 가는 것이 문제였다. 언제 가지? 고민 끝에 주일 저녁 아니, 주일 밤 7시 10분에 서울에서 학교로 출발했다. 가족들은 놀라워했다.
- 이 시간에 학교를 간다고??
주일 밤 8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우리 반 교실과 복도를 정리하고 쓸고 대걸레질하고 책걸상을 닦고, 명렬표를 교탁에 붙이고 3월 자리표까지 붙이고 나니 밤 10시 30분이었다. 내 방도 청소하지 않는 내가 우리 반 교실과 복도를 3번이나 대걸레질을 했다! 집에서는 최첨단 청소기가 나를 도왔지만, 학교에서는 오로지 나의 몸과 대걸레뿐이었다. 아이들에게 메시지와 함께 교실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 선생님, 지금 학교!
여기서 ‘지금’이라는 단어를 썼던 시간은, 주일날 오후 9시 41분이었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신입생을 맞기 위해서 미리 와서 청소했던 적은 없었다. 이번 겨울은 교실 상황이 너무 힘들었기에 한 번은 와서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기억해 놓을 만한 2026년이다.
32기 아이들을 맞이하고 정신없이 보낸 4일. 일과 시간 중에는 교무실에 있었지만, 일과 이후에는 밤 9시 30분까지 음악실에 있었다. 아무것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음악실에서 수업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지금까지 첫 수업을 음악실이 아닌 곳에서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교실에서 첫 수업을 했다. 교실에서 첫 수업을 하는 나에게 A가 이렇게 질문했다.
- 정리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음악실에 아이들이 앉을 수는 있잖아요?
내가 강하게 말했다.
- 이 상태로 신입생에게 음악실을 보일 수는 없어요!
꼬박 나흘 동안, 저녁마다 음악실 청소 전용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앞치마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서는 책장을 정리하고 음반을 정리하고 액자를 달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세탁한 피아노 커버를 씌웠다. 이것도 3학년 아이들과 행정실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음악실은 다음 주까지 난장판이었을 것이다.
3월 입학식을 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만 신경을 써도 마음이 복잡하고 몸이 힘들 때인데, 이번 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얽혀 있던 모든 것이 조금은 정리가 되고 어렵게 맞이한 주말 저녁이다. 아이들은 잘 쉬고 있을까?
드디어 2026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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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더라도, 아이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학교다.
- 선생님, 지금 학교! (선생님은 지금 학교야!)
여기에 아이들이 응답한다.
- 선생님, 지금 학교! (선생님, 저희 지금 학교입니다!)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대걸레질까지 한 교실, 한껏 정리해 놓은 음악실. 그리고 입학하고 첫 주 금요일 저녁, 야간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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