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 내 언니들 같잖아! (2026.03.14.(토)) *
- 내 언니들 같잖아!
점심을 먹은 후 산책하는 내 뒤로 작년 우리 반 녀석들이 따라왔다. 조잘대며 이야기하던 중 A가 말한다.
- 선생님! 아이들이 울었다고 들었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고 물었다.
- 무슨 말인가요??
- 우는 아이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너무 놀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
- 우리 반 아이가 울었다고요? 누가 그러던가요?
- 복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 2학년 복도에서요?
- 아이들이 1학년에 내려갔다가 봤나 봐요.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을 2학년 아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니 놀랄 수밖에. 캐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혼내서 우는 아이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는 것 같았다. 이게 뭐지??
- 내가 혼낸 거 아닌데요??
내가 너무 놀란 모습을 보이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 선생님 힘드시죠?
- 아직 아기들이어서 많이 어려요.
- 아직 초반이어서 힘들 거예요.
어쩌면 이렇게 말을 예쁘게들 할까. 나를 위로하는 B, C 그리고 D의 말에 웃음이 픽 나왔다. 속으로 생각했다.
- 짜식들, 내 언니들 같잖아!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청소 구역이 바뀌어서 음악실 청소를 우리 반 아이들이 하게 되었다. 1층 음악실 청소 담당 아이들이 3층 교실에 와야 종례할 수 있기에 아이들이 바쁘다. 그런데 의외로 청소를 빨리 끝내는 듯하여 음악실 청소 대표 E에게 물었다.
- 청소가 굉장히 빨리 끝났네요. 잘하고 있는 것이죠?
- 아이들이 점점 빠르게 하고 있어요.
- 꼼꼼하게 해야 해요.
-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직 아이들이 미숙하니까요.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하는 E의 표정과 눈빛이 얼마나 예뻤던지! E의 말을 들으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지. 아직 아이들이 미숙하지.
시스템이 정해지고 정리가 되어야 그다음 단계로 머리가 돌아가는 나로서는, 아무것도 구성되어 있지 않은 신학기가 무척 힘들다. 처음부터 새롭게 짜야 하는 것도 힘들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익히게 하는 일도 쉽지 않다. 또 아주 잘 돌아가던 학급을 맡은 다음에는 더 힘들다. 특히 올해는 일과 중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일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데에 거의 10배는 더 힘든 것 같았다.
그러던 이번 주 초, 학급 임원을 필두로 10명이 넘는 부장까지 정하고 나니 조금 숨이 트인다. 임원을 뽑기 전과 뽑은 다음이 얼마나 다른지, 임원을 뽑은 선생님들은 어느 사람 할 것 없이 교무실에 와서 모두 이렇게 외쳤다.
- 오늘, 학급 임원 뽑았어요! 이제야 살 것 같네!
일은 진행해야 하는데 맡길 사람이 없어서 헤매다가 확실하게 지명해서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생겼으니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겠다. 임원을 뽑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 회장이 될 만해서 회장으로 뽑히는 것이 아니고요, 회장으로 뽑혀서 회장으로 만들어져 간다고 생각합니다.
월요일에 뽑힌 (새싹) 임원들이 5일이 지난 금요일에는 무언가 (쓴) 세상을 경험한 듯 5cm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 앞으로 나의 길도 작년처럼 편안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하하. 임원들이 이렇게 외쳤다.
- 앞으로 꼼꼼하게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점심에 만났던 B와 C와 D는 내가 많이 걱정되었나 보다. 저녁에 나를 다시 찾아와서는 무언가 건넨다.
- 선생님, 내일 무슨 날인지 아세요?
- 음, 뭐더라.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척함.)
- 내일 사탕 받는 날이에요.
- 아??
- 혹시 말차 좋아하세요? 이거, 말차 캔디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캔디예요.
- 이건 F 과자예요.
- 이건, G 사탕이에요.
- 선생님, 힘내세요!!!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키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가르친다. 내가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어쩌면 이렇게 내 언니들 같고, 어른스러울까!!! 아이들이 금방 자라는 건지, 아니면 원래 다 자라있었던 것인지. 지난달까지는 1학년이었는데, 며칠 새 2학년이 된 티가 나는 걸 보니, 지금 1학년 녀석들도 머지않아 언니들처럼 의젓하게 잘 자라겠지? 아이들을 생각하니 대견하고 뿌듯하고 고맙다.
내가 가르치는 줄 알았지만, 사실 나를 걱정해 주고 돌보아주고 깨닫게 해 주는 아이들과 함께, 3월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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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과 3월에는 아이들에게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는 날이 있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그냥 아이들에게 무언가 주는 날. 얼굴 보고 주는 것은 쑥스러워서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채플 시간에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봉지 색상이 ‘파스텔 파스텔~’이어서 선택했는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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