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 그리고 헤어지지 말기 *

by clavecin

26-5. * 그리고 헤어지지 말기 (2026.04.04.(토)) *


- 그리고 헤어지지 말기.


인생에는 아이러니한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사람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으며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내며 마음을 나누던 사람과는 어느 순간 거리감이 생겨 서서히 멀어지기도 한다. 잠깐의 웃음으로 불편한 감정을 숨기는 일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한때 친밀했던 사람과 점점 소원해지는 일은 나를 견디기 힘들 만큼 슬프게 만든다.

우리는 어떻게 가까워지는 걸까? 전혀 몰랐던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알아가게 되는 걸까? 우리 중 누군가 용기 있게 먼저 나서서 손 내밀어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깨주어야 하는데, 이 벽을 깨야겠다는 마음을 같이 갖게 된다면 좀 더 빨리 가까워질 것이고, 한 사람만 애쓴다면 가까워지는 것이 아주 더딜 것이며, 아무도 나서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면, 견고한 벽으로 둘러싸여 홀로 서 있는 ‘섬’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즉, 누군가와 가까워졌다면, 우리 중에 누군가가 먼저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 준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내민 그 손을 잡으면서 벽이 깨진 것이다. 아, 이런 일이 언제 있었지?

이번 주 체험학습을 위해서 아이들의 숙소를 배정했다. 아주 예전에는 교회에 다니는 학생과 다니지 않는 학생 수를 맞추거나 기숙사생을 섞거나 하는 식으로 방을 배정했다. 지금은 번호순대로 배정한다. 강제로 배정한다고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일 밤 모든 활동이 끝난 다음 아이들의 방을 방문했는데, 방마다 특색이 있었다. 4명이 모두 있는 곳도 있었고 늘 다른 방에 가 있는 녀석도 있었으며, 짐을 다 풀어놓은 곳도 있었고 방마다 짐을 정리해 놓은 곳도 있었다.

침대가 1개밖에 있지 않아서 나머지 3명은 다른 방이나 거실에서 자야 했는데, 그것도 특징이 있었다. 3일 동안 돌아가면서 침대를 쓰기로 한 곳도 있었고, 침대 주변에 이불을 깔아놓고 3명이 삥 둘러서 자는 곳도 있었으며, 거실에 나란히 이불을 깔아놓고 자는 방도 있었다. 여하튼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과 같은 숙소에서 잠을 잔다는 것에 내심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편하기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좀 더 크지 않았을까.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 벽을 깨려고 했을까. 내민 그 손을 덥석 잡았을까. 아님, 못 본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까. 아님, 그 벽을 깨려고 하지 않고 멀뚱멀뚱 머쓱하게 지냈을까. 3박 4일 동안 어떻게들 지냈을지 궁금하다. 적어도 하하 호호 함께 어울리지는 않은 방이 있을지라도, 서로 적어도 몇 마디 말은 했겠지?

다른 사람에 대해 잘 알아도, 잘 몰라도,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 사람이 앞에 있어도 힐끔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없으면 더 신나서 이야기한다. ‘저 사람은 이렇대.’ 또는 ‘저 사람은 이렇지 않고 저렇대.’라고.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A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어디에선가 나에 대해 뒷담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 앞에서 나쁜 이야기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죠.


맞다. 적어도 그 사람이 앞에 있을 때 좋지 않은 이야기 또는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또한, 그 사람이 내 앞에 없을 때는 더더욱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할 줄 아는 것, 그리고 적어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판단하고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글을 읽었다.


- 아무도 보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 곧 나의 인격이다.


잘 몰랐을 때는 서먹하고 몇 마디 하지 않고 조심스러워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가까워지게 되면 허물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슬픈 일인지. B가 학생 C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 울컥했다고 한다.


- 때때로 다정한 말을 해 주어서 고마워.


가끔 C는 B에게 길지 않은 몇 마디 말을 건네는데, B는 C의 말이 그렇게도 좋았다고 한다. C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눈물이 흘러서 혼났다고 했다. 이런 말이 있다.


- 다정한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다.


3박 4일 동안, 잘 모르는 아이들과 한방에서 지낸 지금, 조금은 친해졌을까. 가까워졌을까. 아니면 원래 그대로일까. 아니면 더 멀어졌을까. 에이, 더 가까워졌겠지?

어떻게 하면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몰랐던 사이도 따뜻하게 변하고, 가까웠던 사이도 멀어지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늘 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정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씩 서로에게 해 보자. 허공에 메아리치는 말이라도 좋다.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해 보자. 가까워지고 계속 붙어있자. 그리고 헤어지지 말기.

애당초 알지 못하고 아예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우리는 왜 가까워졌을까. 그리고 왜 멀어졌을까. 어쩌면,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야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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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학습 두 번째 날, 거실에 이불을 정리해 놓은 어느 방.

누워만 있어도, 서로에게 다정한 말이 쏟아질 것 같다.

가까워진 거지??

5. 그리고 헤어지지 말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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