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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Oct 30. 2021

* 주말 단상 (2021.10.30.토) *

주말 단상 (2021.10.30.) *  

         

   - 다음 주에도 학교에 등교하는 거예요~~~ 까먹으면 안돼요~~

   - 연속해서 2주 동안 등교를 하니까 몸이 너무 힘들어요~~~

   - 재작년까지 어떻게 매일 등교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10월 중순경부터 진행된 전면 등교로 인하여 학교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다. (등교수업 - 원격수업)을 교대로 진행한지 벌써 2년째가 되어가니 몸도 시스템도 익숙하게 되었는데, 갑작스런 (전면 등교)에 (그래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2년 동안 익혀온 패턴에 여러 가지 오작동이 생기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찾으면서 정상적으로 진행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주 4일제 근무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나 솔깃한 단어인지.... 물론 그것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한가득이기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7일 중에 4일만 수업을 한다면, 수업 시간이 줄어들어야 할테니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은 좋아하겠지만 일자리도 함께 줄어들게 될터이니 더 많은 실업자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대학생들은 금요일부터 쉬기 위해서 목요일까지의 수업시간표가 무척 빼곡하다는 이야기를 이미 몇 년 전부터 들었었다. 그래도 목요일까지의 빡센 시간표가 3일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견들이었다. 3일의 달콤한 쉼이 약속되어 있다면 4일 동안 정신없이 일하는 것도 괜찮을 듯...     


   2012년경부터 시작된 주5일제는 ‘황금 같은 토요일’을 발견하게 해 주었고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주말’의 기대감을 선사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에 조퇴를 하는 경우도 있고 금요일 오후에 수업이 몰려있으면 왠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금요일의 저녁 감독 근무는 특별한 부담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근무표를 따로 돌린다. 사실 나는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라는 것 때문에 금요일 근무가 좀더 마음이 편하기도 한데 말이다...      


   한때 유행했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문구처럼, 모두가 원하는 주말, 사람들은 어떻게 보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일’을 멋지게 계획하고 다양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요즘 몇 분의 선생님들은 골프를 즐기기도 하시는 것 같은데 A선생님께서는 나에게도 골프를 권하셨다.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야외에서 햇빛을 계속 받아야 한다는 것과 왠지 허리에 무리가 갈 것 같은 느낌을 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제쯤 그런 여유를 낼 수 있을지.... 우선 화려한 색상의 골프복 특히 짧은 미니스커트나 팬츠를 입은 내 모습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머지않아 옷이라도 한번 입어볼까...       

   

   코로나 이전까지 나의 일요일은 교회에서 성가대 연습과 반주 때문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경까지는 꼼짝없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날이었다. 그것도 오후 예배에 성가대가 있으면 오후 5시 30분까지는 앉아있어야 했다. 교회에서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있으니, 사실 일요일은 나에게 휴일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작년 2월부터 갑작스럽게 성가대 활동이 없어지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요일 오후가 ‘선물처럼’ 주어졌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1시경이 되는데 그 때부터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주일이 이렇게 긴 시간일 줄.....어떤 선생님께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요... 그냥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보내요...나는 이렇게 보내는게 더 맞다고 생각이 되네요..     


   교회에서 내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좋은 휴식을 취했다니....그래서 예전부터 나에게는 토요일이 무척 소중했고 그렇기에 토요일은 완전히 비워 놓는 날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에게 휴식은 없었으니까...내가 정한 규칙은 이렇다.     


 - (월 ~ 금)은 열심히 일한다.

 - (토요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일요일)은 피아노와 함께 한다.     


   물론, 토요일 오후에도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한다. 성가곡이 어려워서..ㅠㅠ 그래도 일주일 중 나에게 아주 중요한 날은 토요일이다. 사실...      


   그런데..... 10월 중순부터 성가대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성가대를 해야 한다고 하니 일요일이 바뀌기 시작한다. 물론 예전처럼 오랜 시간 연습을 하지는 않지만 선물 같았던 일요일 오후가 조금씩 사라져간다...아쉽고 슬프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나의 피아노 실력인데... 작년 초까지 평생동안 매주일 하던 피아노 성가 반주를 21개월 동안 잠깐 쉬었더니, 반주 실력이 더 좋아졌다는 사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초견이 좋은 나는 어려운 곡을 한번 보고 단번에 잘친다.(자랑은 아니고 사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연습할수록 조금씩 틀린다는 것.. 그래서 계속 연습하면 안되고 적당한 때에 연습을 멈추어 주어야 한다. 우습지만 말이다.      


   ‘한번 몸에 익힌 것은 시간이 지나도 몸이 기억을 한다‘는 말을 알고는 있지만, 잠깐 쉬어 주었더니, 내 몸이 훨씬 더 잘 반응하고 잘 기억하고 훨씬 더 잘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피아노 건반을 터치할 때의 그 깊은 감각과 심장을 울리며 퍼지는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왠지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성가대 연습으로 인해 몇 달 쉬었던 일요일 오후가 사라지고 다시금 조금씩 바빠졌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던 피아노 반주에 대한 사랑과 실력이 다시금 회복되고 달라진 것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무언가 익숙하게 하던 일이 왠지 싫증이 나거나 지쳐있을 때, 그 일을 잠깐 내려놓아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이 다시 그리워지거나 어쩌면 더 잘 하게 되지 않을까...    

 

   - 공부가 되지 않을 때, 잠깐 내려 놓아 보기...

   - 책을 잡아야겠다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기..

   - 더 밑바닥 성적을 맛보기...

   - 그런데 이 시간들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미리 알아놓기..

   - 고등학교는 3년밖에 되지 않음을, 생각보다 길지 않음을 알아놓기...

   - 그러니 (월 ~ 금)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기..

   - 그리고 (토 ~ 일)에는 잠깐의 쉼을 주어 보기..

   - 그래야 다시 (월 ~ 금)의 공부가 잘 될 수 있으니...

   - 하지만, (잠깜의 달콤한 쉼)을 위해서는, 반드시 (빡센 5일의 공부)가 있어야 함을, 잊지 말기.....

   - (잠깐의 공부)를 하면 (긴, 아주 긴 쉼)이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기..

   - 이걸, 헷갈리지 말기.....     


   언젠가는 주 4일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며, 주 5일의 빡센 노동을 그리워할 날도 있으리라 생각해 보며, 아직은 피아노를 칠 줄 앎을 감사해 보며, 내일도 피아노를 깊이 터치하는 순간을 기다려 보며....     


   토요일에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글쓰기는 꼭 하기’를 실천하며....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봄의 세레나데’ 인 곡..     


 - Serenade To Spring · Secret Garden -     


  https://youtu.be/87s99PUda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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