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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Sep 17. 2022

* The Golden Age(2022.09.17.토)

* The Golden Age (2022.09.17.) *     

 

   연예인 A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가족들과 관련 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웃겨서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보지도 않았고 A에 대한 별 정보도 없었던 B가 말했다.     


 - 너무 짠한 것 같아

 - 어떻게 알아?

 - 그냥 보면 느껴져..

 - 지금은 성공했으니까 다행이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연예인이 왜 이다지도 많을까.. A가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혼자 살기도 했다는 말에 놀라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8번의 전학을 했다는 말에는 멈칫할 정도로 참 속상했다. 친구들이 자기 말에 웃는 것이 너무도 좋았다는 A의 전성시대가 이제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데뷔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A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요즘 A 옆에 C가 있는 것이 보였다. C 또한 데뷔 3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인데 10살이나 어린 A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가고 있었다.      


   본인의 무대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걸까?? 아님, 나보다 더 빛날 후배를 키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2015년 22세의 나이로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하며 나타난 피아니스트 D는 7년 뒤 혜성처럼 나타난 10살 연하, 19세인 E의 출연에 대해 어떤 심정이었을까... 잔잔하고 안정적인 느낌의 D 분위기와 좀 더 본인의 음악에 강하게 몰입하는 듯한 느낌의 E는 여러 가지로 다르게 느껴진다.          



   시대에 따라 언제나 새로운 천재가 등장했었고 한동안 주목받았으며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지는 것이 역사다. 그러다가 갑자기 옛날의 그 천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기사가 나오고 옛날보다 퇴색한 그의 모습에 안쓰러워들 한다.     


   그래서 사실 나는, 새로운 천재의 등장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구) 천재에 더 마음이 간다. 어떤 심정일까...어떤 심정이어야 할까...     


   음악을 비롯한 ‘창조적’인 일을 하는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누군가가 만들어내지 않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탄생시켜야 한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무리 쥐어짜도 나에게는 새로운 것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데,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내가 그토록 얻고 싶었던 것을 양 손 가득히 들고 나타난다....마치 아무런 고민도 고통도 없었던 것처럼... 그것을 (힘들게)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퇴장준비를 하는 것이 예술계,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고충이다.     


   굳이 창조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나 한때 주목받았던 인물들이 선배로 물러나며 신선한 감각의 인물들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당연한 역사의 순리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들어왔던 익숙한 이름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무려 70년 동안 통치했던 F여왕이 타계했다.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 나이 75세인 아들 G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F는 왜 더 빨리 왕위를 물려주지 않았을까.. 75세인 아들은 69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왕세자 자리에 있었을까... 새로운 시대를 더 빨리 열어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F는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노쇠한 G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일까...늦었지만..     


   어느 시대에는 H의 시대였고, 또 몇 년 뒤에는 I의 시대였으며 지금은 J와 K의 시대이기도 하다. 시절마다 주인공들이 바뀌는 것이 신기한데, 연예계 뿐만 아니라 음악계도 그런 듯하고 심지어 교회에서도 그렇게 보인다.     


   어느 때는 L가족의 시대로 보이고 또 언젠가부터는 M과 N의 가족과 그 자녀들이 교회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촛대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 같다.              

 

   ‘고생스러운 어린 시절’을 베이스로 삼아 찬란한게 떠오르고 있는 A..

A를 더욱더 빛나게 해주려고 그 옆에서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는 C..

새롭게 주목받는 후배의 등장에 흔들림 없이 본인의 음악세계를 튼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D..

동네 상가 피아노학원에서 늦게 배우던 피아노로 기초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고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 라는 말로 강렬하게 등장한 E..

97세까지 현직에 있었던 F와 75세가 되어서야 정식 직업을 갖게 된 G..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누렸거나 지금 황금기인, 또 앞으로 찬란하게 빛날 황금기가 될 유명인들의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삶이라는 무대에서 한때는 등장도 하지 않았던 이가 주연을 꿰차고 조명을 받으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던 인생의 황금기를 맛보다가 새롭게 등장하는 또 다른 주연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며 조용히 사라지는, 아니 좀 더 농익은, 다른 삶의 무대로 옮겨가 조연으로 엑스트라로 활동하는,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이런 글을 읽었다.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조연이다     


   아마도 누군가는 오랜 시간 주연을 하기도 할 테고, 또 어떤 이는 꽤 오랜 시간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이기만 하기도 하겠다. 그러나 아마도 대부분은 등장과 주연과 조연과 엑스트라와 퇴장을 반복할 것이다.    

 

   젊은 시절 주연으로 유명하던 배우들이 조연이나 엑스트라 역을 맡아 공연을 하는 일들이 부쩍 늘었다. 젊은 시절의 넘치는 역량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였을 것이고 단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하니까...     


   나는 어땠을까....     


   한때 내가 있던 곳에서 주연이었던 시절이 있었을까.. 주연이고자 (의미없는) 노력을 했던 적도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무언가 열심히 하다 보니 (가끔) 주목을 받았던 시간도 있었겠지.. 어떤 때는 조연이었고 엑스트라였을 것이고...그리고 언젠가는 퇴장할 것이고..    

      

   지금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 A가 말했다.     


 - 어린 시절의 결핍과 고뇌, 외로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살아가다 보면 내 인생에 일어나는 일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힘겹게) 받아들여야만 할 때가 있다. 한참이 지난 뒤 이해가 되는 일도 있지만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아 보고 인생의 법칙을 깨달아 보며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가 있을 것이라는 것..

 - 인생의 황금기가 반드시 주연일 때만은 아니지 않을까..

 - 어쩌면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일 때가 더 낫지 않을까..

 - 하지만 한 번쯤은, 몇 장면쯤은 주연이 되어 보기를,,

 - 주연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비치던 조명이 다른 사람을 비추게 되는 것 같을 때 힘들어하지 않기를..

 - 다음 주연에게 쿨하게 (쿨한 척) 힘껏 박수 쳐 줄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 (원하지 않았던) 조연이거나 엑스트라인 듯한 역할이어도, 한껏 열심히 지내보기를..

 - 어쩌면, 그 조연과 엑스트라에서 생각지 못한 만남과 기쁨이 있을 수도 있으니..

 - 인생의 황금기나 인생의 암울기나,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어 보기...

 - 어쩌면 인생의 우울한 시기, 암울기에도 무언가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 보기..   

  

   사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 모든 것은, 모든 것은 한때이며, 다 지나가는 것이니....

 - 지금 이 시간에, 최선을 다해 보기....모두들...     


*************************************     


*** 3년 만에 대면으로 학교 입학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설명회장 로비에서 학부모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선생님! OOO 선생님이시죠??

 - (놀라며) ....네...

 - 아! 맞구나! 선생님, 저 O예요.. 1기!

 - 아?? 진짜??? 마스크 좀 내려 봐~     


   28년 전에 1기로 들어왔던 O였고 옛날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볼살이 많이 빠진 것 말고는. O가 말했다.     

 - 선생님! 똑같아요! 

 - 마스크를 썼는데 어떻게 알아보겠어?

 - 네! 어쩜!     


   중3 아들과 같이 온 O를 보면서 O에 대한 정보가 휘리릭 나왔다. 어느 대학교 무슨 과, 1학년 때 몇 반, 담임선생님은 P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며 놀라는 O가 귀여웠다.    

 

   자기가 졸업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졸업생들이 몇 년 전부터 생기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심정으로, 본인이 거쳐간 곳을 자녀에게 권하는 학교는 진짜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을 듯..  

   

   고등학교 시절이 인생의 여러 황금기 중 또 하나의 황금기가 되기를....     


* 2023학년도 입학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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