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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Sep 24. 2022

*말, 말, 헛된 말(2022.09.24.토)-1*

* 말, 말, 헛된 말 (2022.09.24.토) - 1 *  -

헛된 말 (2022.09.24.) - 1 * 

- (2편 중 첫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에는 2편의 글을 썼습니다) -    

 

   학교에 늘 계시는 A께서 나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 제가 B선생님에게 말했어요.

   1학년 부장님은 얼굴이 환해서 복이 데굴데굴 굴러 들어올거예요 라고 했죠..

 - 앗??? 진짜요?? 감사합니당!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마디 말이 그날따라 힘이 빠져서 퇴근하는 나에게 놀라운 생기를 주었다.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는 음악을 들을 때 주된 멜로디나 악기나 베이스나 화음이나 여러 가지들을 한꺼번에 듣는다. ‘이게 무슨 뜻이지’라고, 생각하면서 듣지 않고 전체적인 것들을 종합해서 듣는다. ‘시간예술’로 흘러가버리는 음악이기에. 흘러가는 음악을, 보이지 않는 그 음악을 귀로 잡아서 상상하고 머릿속에 악보로 옮겨보면서 듣기도 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사람이 말할 때도, 음악처럼 듣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흘려서 듣는 경우’가 많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않고 음악처럼 ‘소리’로 듣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때처럼 흘려보내면서 듣는 것. 그래서 어떤 경우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했는데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음악처럼 들어서..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다시 묻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 말씀은, ~~~ 하다는 말씀인가요?      


   또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말씀해 주세요..     


   이 이야기를 C에게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 뭐야... 좋지 않은 거잖아요..

 - 그렇죠..ㅠㅠㅠ     


     

  21C 최고의 Leading 도구는 ‘공개적인 글쓰기’와 ‘연설(말하기)’이라고 한다. 글과 말로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쓰고 다듬을 수 있는 글과 달리 한번 내뱉은 말은 수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 글쓰는 것을 훠~얼씬 좋아하고 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글을 읽었다.     


 - 말은 모두 헛된 것이다.  

   

   얼마나 놀랐던지...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 말이 모두 헛된 것이라면, 글은 뭐지????         

 

   말은 모두 헛된 것이니, 멋지게 말한다고 현혹되지 말고 그 사람의 행동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에 공감한다. 사실 말을 멋지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멋지게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글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기에 마음에 들어오는 글이 있다면 글을 쓴 사람도 마음에 넣어놓기 때문에, 글만 보고서도 사람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의 경우 말보다도 글에 현혹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말 잘하는 사람의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글 잘 쓰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나에게는.     


   공감되는 단어를 콕콕 짚어서 글을 쓰는 D의 글을 접할 때마다 그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험상, 글이 그렇다고 그 사람도 멋질 것이라는 내 생각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 안타깝고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지는 않다. 환상이 깨질까 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E가 이렇게 말했다.     


 - 만약 내가 20대로 돌아가 사랑한다면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애쓰지 않고 가만히 그 사람을 관찰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게 되면 그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해서 즐겁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요즘은 E의 말이 깊이 이해가 된다. 그냥 가만히, 진짜 가만히 내 앞에 앉은 사람을 지그시 바라만 보고 싶다는 생각..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에 사실 그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누가 지나가며 했던 말이라도, 그냥 고대로 잘 기억해버리는 나로서는, 진중하고 멋진 단어를 사용한 말이라도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느껴지면 마음이 닫힌다. 정작 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기억하고 있어서 더 힘들다. 차라리 듣지나 말걸...     


   말은 모두 헛되다고 하더라도 말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실수가 좀 더 적기를, 요즘 쪼금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할 때마다 서로가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럴 수 있을까....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이런 글을 읽었다.     


 - 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더 잘 알 수 있다 : 오드리 햅번     


   다른 사람에 대한 말도, 나에 대한 말도, 무엇보다 말을 줄여야겠다.   

   

   말은 모두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니까....     


***************************     


*** 매주 화요일 오전에 교사 기도회가 있는데 20분 정도 하는 기도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귀하다. 그렇게 집중해서 기도할 만한 시간을 평소에는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맞춰서 서울에서 나오려면 엄청난 바쁨이 요구된다. 하지만 빠지지 않고 챙기려는 시간이다.      


   기도할 때 피아노로 찬송가나 CCM 반주 음악이 나오는데 저번 주에는 한참 기도하던 내 귀에 한창 열정적이던 시절, 내가 제일 좋아하던 찬양곡이 들렸다.     


 -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     


   진짜 좋아했던 찬양곡이어서 그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낮은 첼로 소리가 잡혔다. 분명히 메인 악기는 피아노인데 아주 작은 소리로 베이스를 첼로가 연주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마음을 울리던지! 그 잔잔한 음악에 깊고 굵은 소리의 첼로 베이스가 얼마나 멋있었던지!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악기 소리인 첼로가 무척 멋진 악기이기는 하지만 우울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서 듣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기도 음악이 나를 사로잡아서 목사님께 문의를 했고 음악 파일을 받았다.   

   

   평상시에 높고 가느다란 소프라노나 테너 목소리보다 저음의 알토나 베이스 목소리를 좋아한다. 태중의 아이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듣기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남학생의 중저음 목소리도 무척 좋지만, 여학생들 중에서도 낮거나 허스키한 목소리를 발견하게 되면 나는 소리를 지른다.     


 - 아....진짜 멋진 목소리인데요!!! 다시 한번 말해 봐요!



   낮은 음은 진동수가 많지 않아서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마음과 온 정신까지 같이 쏟아야 그 낮은음이 겨우겨우 들리기도 한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F에게도 이 기도 음악을 보내 보았다. 이렇게 말하면서..   

  

 - 첼로 소리가 들릴까... 워낙 저음이어서..



   (헛된) 말이 아닌, 굵은 중저음의 이 멋진 첼로 소리를 들어 봤을까... 그 깊은 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보냈는데 말이다.     


   (09:55 ~ 15:38).....     


https://han.gl/vQv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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