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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Sep 24. 2022

* 무뚝뚝함 (2022.09.24.토) - 2 *

무뚝뚝함 (2022.09.24.) - 2 * 

- (2편 중 두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에는 2편의 글을 썼습니다) -     


   A 학생이 말했다.


 - 선생님... 저 만만하게 보여요??

 - 네???

 - 아니... 저 만만하게 보이는지 해서요..

 -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만만하게라니요... 친근하게 보이는데요..

 - 그게 만만하게 보이는 거 아닌가요..

 - 아니죠... 만만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따뜻하고 친절하게 보여요..

 - B가 그러는데, 제가 만만하게 보인데요...

 - 친근하고 편하게 보인다는 말이예요..

 - 무슨 일이든지 편하게 대하기는 해요...*^_^*..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A가 ‘만만하게’라는 단어를 써서 깜.짝. 놀랐다. ‘만만하게’ 라니...     

   옆에 있던 B가 거든다.     


 - 무슨 일이든지 편하게 대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듣지 않아요..

 - 맞아요... 저는 세상만사가 다 편해요... 하하하     


   다른 사람에 대한 것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왜, 이런 A가 부럽게 보이는걸까...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 사람들이 말할 때 고개를 끄덕끄덕해 주면 좋아..

 - 친구들의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나를 발견한다.      


 - 어떻게 하면 조용하게 살 수 있을까..

 - 사람들이 말할 때 꼭 고개를 끄덕끄덕해 주어야 해..??

 - 나랑 다른 사람들은, 틀린 거 아냐..??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꼭! 이 말을 덧붙인다.     


 - (작은 목소리로) 사실, 나도 이렇게 살지는 못하지만.... (큰 목소리로) 여러분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사실이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살아야 해요’가 아니라, ‘나는 못하지만, 여러분은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요’는 진심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걸 따르려고 하면, 몸이 굳어버리고 잘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무언가 ‘잘 보여야겠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잘 되지 않는 것은 이것이다.    

 

 - (이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면 좋겠지...

 - (실제)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해...       

   

   기본적으로 나는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한 사람에게는 더 강하게 되고,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하게 되는 것이 나의 특징이라면 특징....     


   즉, 일반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더 높이 들게 되거나,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저것 다 빼 주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상대방이 좀 강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를 뻣뻣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판단할 것이고, 도움이 필요한 유약한 사람이라면 나를 보기보다 착한 사람으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가려서 사귀는데다 상대방에 따라 나의 행동 스타일이 바뀌니 아마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겠다. 다른 평가가 나오더라도 기본적이고 정확한 내 모습은, 부드럽고 따뜻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잘 보이려고 굳이 애쓰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대부분 무뚝뚝하다는 것...           


   대학 시절 내가 엄청 좋아했던 C가 요즘 자주 생각난다. 순수했던 그 시절 진짜 온. 맘. 다해 좋아했었다. 왜 그렇게도 C가 좋았을까.... 그런데, 그토록 좋아하던 C가 정작 내 눈앞에 있으면 제대로 바라보지를 못했다. 어이없게도 바들바들 떨면서 딴 곳을 바라봤었다. 내 앞에 앉아있던 C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던 나의 어리숙함을 탓하며 그와 헤어지고 난 뒤에는 매번 후회했었다. 그리고는 다짐을 했다.     


 - 다음에는 똑바로 봐야 할텐데..     


   하지만 도저히 되지 않았다. 눈을 맞추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     


   무엇무엇 때문에 C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무작정 좋았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의 무.뚝.뚝.함이었다. 여자들이 훨씬 많았던 동아리에서 이런저런 접촉이 많았었지만, 그는 일정 선을 지켰다. 모든 사람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었건만, 그는 무뚝뚝했다. 다른 사람과 달라 보였던 그 모습이 왜 그리도 멋있어 보였을까....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마음 문을 열게 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일정 선을 지키는 무뚝뚝한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나 스스로가 말랑말랑한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겉으로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에게는 일단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게 되고 오히려 더 일정 거리를 두면서 가까이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모습이다.     


   딱딱하고 무뚝뚝한 겉모습과 달리 가끔씩 보이는 속에 담겨있는 부드럽고 친절하고 다정한 모습을 제대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겉과 다른 속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아마도 그래서 덜 친절한 사람들을 더 주시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만만하게 보인다는 말에 고민하면서도 실제로는 세상만사가 편하다는 A가 무척 부럽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되기는 많이 어려울 듯 하다.     


   오늘따라 카리스마 있고 강한 척하는 내 겉모습 속에 있는 유약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알아주었던 C가 그리워진다. 나처럼 무뚝뚝했던 C는 그런 내 모습을 제대로 보았었고 내 진짜 모습을 잘 이끌어 주었으며 이해해 주려고 노력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뚝뚝했지만 나에게는 의외로 부드러웠고 자주자주 웃음을 주었던 C... C가 보고 싶다...... 갑자기...     


   왜 그렇지....   

  

   아.....가을이 오고 있어서 그런가.......



*************************



*** 9월 하순이 되었지만 한낮에는 30도가 넘어서 아직 여름옷을 입고 있다. 체온이 높은 나로서는 적어도 10월로 넘어가야 가을옷을 입는다. 그런데 어제부터 아침과 밤에는 바람이 많이 불면서 체감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진 느낌이다.     


   여름의 뜨거움과 오렌지빛을 담은 태양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오렌지에 브라운이 담겨 조금씩 싸늘하게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의 이 바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렌지도 브라운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말이다.

     

   차 안에서 느껴지는 태양빛은 아직도 뜨겁고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로 찬란한데, 직접 나를 스쳐가는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무척이나 아쉽다....     


   가을을 담은 음악 하나....     


https://han.gl/wJf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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