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게 막막한 세상에서 끝까지 버텨보기 (2021.11.20.토) *
* 사는게 막막한 세상에서 끝까지 버텨보기 (2021.11.20.토) *
어디선가 들었던 말...
- 산다는 건, 버티는거야..
- 죽는게 제일 쉬운거지....
- 산다는 건, 버티고 버티는거야.....
- 죽지 말고, 버텨!!!
언젠가 A와의 대화 중 일부분...
- 선생님...10년 뒤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 글쎄요...*^_^*...
- 저는.....사는게 막막해요...
나는 밥을 먹다 말고 너무 깜짝 놀라서 돌아보며 진지하게 질문을 했다.
- A....왜 그런 생각을 해요...
- 사는게 막막하지 않아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많은 말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런 멘트를 이렇게 직접 들은 적이 없어서, 이 말을 하는 A를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나도 먹먹했고 속상했고 슬펐다. 사는게 막막하다니.........그리고 그 말을 며칠 동안 되뇌이면서 A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고 그의 미래의 삶을 생각해 보면서 깊이 공감이 되고 있었다.
사실, 사는 것이 녹록지 않고 막막한 것이 사실이니까.......
광야같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내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삶을 산다면, 인생이 잘 풀려야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씩 알아 가고 있고 주변에서 보고 있으니까.....
1과 1을 더하면 2가 되어야 하는데, 왜 4가 되기도 하고, 0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세상은 사실 공평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공평하다고 주입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살아오면서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방에서 서울로 홀로 상경해서 대학교를 나오고 결혼하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아무도 없는 이곳 서울에서 혼자의 삶을 개척하고 새로운 삶까지 마련했다는게 그렇게도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서울 토박이인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의대나 한의대, 치대나 로스쿨로 진학하는 만학도들이 많은 요즘, 지방이건 저기 산골짜기건, 어디든 붙기만 하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삭막한 그 동네로 이사해서 주변을 익히고 외로움을 벗삼아 홀로 공부하는 그 사람의 어려움이 어떤 것일까 하고 말이다... 나에게 그러한 삶이 닥치면야 못할 리가 있을까 싶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고 고달픈 일이다. 그걸 해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대단하게 보인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 내가 딱 1년을 있다가 수십년 동안 출근 1시간 10분, 퇴근 1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마음을 제대로 붙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아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어도 무얼 했을까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척박하고 새로운 땅 어딘가에, 누군가에, 무엇인가에 마음을 두고 정을 붙이고 뿌리를 내린다는 것,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메이징한 일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막막하고 불안한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우리의 삶이 놀라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나는,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
세상이 사람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은 아마도 내가 고3 때였던 것 같다. 같은 고등학교의 옆 반에 나와 같이 S대를 생각하며 같은 선생님에게 작곡 레슨을 받는 O가 있었는데, 겨우겨우 레슨을 받는 나와 달리, 그 친구는 내 레슨 선생님의 선생님에게 레슨을 또 받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11월인가에 알게 되었고 깜짝 놀랐지만(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나는 처음 알았다), 나는 똑같이 할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그냥 간간이 그의 소식을 들을 뿐이었다.
1월에 시작한 작곡 레슨, 9월에 시작한 피아노와 청음 레슨 등 재수는 ‘절대 불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재수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래서 절대로 떨어지면 안되었고, S대 다음의 Y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생일대에 ‘딱 한번’의 입시였다. 눈앞의 레슨 숙제만 생각하고 있는 순진한 나에게, 삼수를 하던 어떤 언니가 이렇게 말해 주었다.
- 재수를 하게 될까 어떨까..이런 생각, 아예 하지 말아..
- 그냥 지금 열심히 해..
- 잘하는 다른 애들 생각도 하지 마..
- 그냥 네 일만 생각해..
지혜로운 언니의 말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언니가 말하는 것들을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다른 애들이 나보다 잘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순진무구한 학생이었다. 아마도 그랬기에, 별생각이 없었기에, 딱 한 번으로 끝낼 입시였기에, 다시 한번 한다면이라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 어려웠던 입시를 통과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보다도 1년 먼저 레슨을 시작한 O는 나와 달리 적극적인 학생이었다. 같은 학교에서 S대 작곡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2명이나 있었으니 모두의 관심을 받았는데, 결국 나보다 더 오래동안, 더 많은 돈을 들여 레슨을 받았던 O는 S대를 떨어지고, 다시 재수를 해서 E대학교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나는 그 때 알았다. 인생이 논리적인 수학처럼 이치에 딱딱 맞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그것이 엄청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이렇게 인생이 풀어지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거지...
그리고 이런 의문은 지금도 계속 가지고 있다.
- 왜 착한 사람들이 잘살고 있는 것이 아닌거지..
- 왜 나쁜 사람들은 저렇게 아무 일도 없이 멀쩡한거지..
- 왜..?? 왜 그런거지????
- 이게 뭐지..??????
2022학년도 수능 감독을 하고 왔다. 2년 만에 하는 감독이어서 실수를 할까 많이 떨었기에 마치 내가 수능을 보는 것처럼, 감독관 유의사항에 형광색을 칠하고 빨갛게 동그라미와 별표를 몇 개씩 그리면서까지 감독을 준비했다. 그런데 웬걸... 학생이 1명만 있는 곳에 부감독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3감독을 해 보기도 하면서, 정작 정감독은 한번도 하지 않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여유로운 수능 감독이었다.
감독을 했던 교실 중 어느 교실은 24명 중에 15명이 결석을 하고 9명만 있었는데, 끝까지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은, 우리 학교를 아주 한참 전에 졸업한 학생 딱 1명이었다. 수능 원서를 냈지만 결석을 한 학생들, 결석하지 않고 출석은 했지만 수학문제를 풀지 않고 그냥 같은 번호로 찍고 자는 학생들, 탐구 시험은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이어서 한국사까지만 시험 보고 1시간 일찍 끝난 학생들 등... 우리 학교 울타리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했던 인생을 뛰어넘는 다양한 인생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 같아...
-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벌써부터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S대에 합격했더라도 무슨 과인지가 중요하고, 재수를 하려면 1년에 3,4천만원은 있어야 하며, 의대에 가기 위해서라면 7수도 하겠다는 요즘, 10년 뒤의 내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지, 어떻게 쉽게 예단할 수 있단 말인가....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어지는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아름다운 장밋빛 꿈을 꿀 수 없는 것이 무척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소망해 본다.
- 수능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그 이후의 삶을 잿빛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 수학을 포기하고 다 찍고 잤지만 그들의 삶이 수학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고 안정이 되고 크게 성공하기를..
- 힘든 삶에 지쳐 쓰러지지 말고, 모두들 버티고 버텨서 잘 살아내기를...
- 잘 살아낸다는 말이, 풍족한 삶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발 일단은 풍족하기를......
- 젊고 젊은 A가 몇 년 뒤에는, ‘사는게 막막해요..’라는 말을 했다는 것조차 기억되지 않고 인생이 잘 풀어지기를...
- 사는게 막막한 광야같은 이 세상에서 제발 모두들, 끝까지 살아서, 잘 버티고 버텨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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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수능 감독은 평소에 내가 엄청 좋아하는 선생님들, 딱 세 분과 함께 아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수능 감독을 하는데 왠 즐겁고 유쾌한 시간? 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텐데, 총 4시간 중 1시간은 쉬기 때문에, 그 쉬는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해는 대성공이었다.
어떻게 이런 팀이 꾸려졌을까 싶은 멋진(?) 선생님들이었는데, 오죽하면 교감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 완전 드림팀이네요..
OOO 선생님 고생시키지 말고 잘 다녀 오세요..
세 분의 선생님들께서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 우리를 감독하기에 OOO 선생님이 딱..이라는 거지..
- OOO 선생님 따돌리지 말고 잘 챙기라고
교감 선생님이 메시지 보내신거잖아요...*^_^*
나를 잘 챙겨주신 선생님들과의 솔직하고 거침이 없는 대화들로 정말 원없이 마음껏 웃고 왔던 시간들이었다.
2022학년도 수능의 필적 확인란 문구를 기억해 본다.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