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2021.12.11.토) *

by clavecin

*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2021.12.11.토) *


시험 전 주 들어간 어떤 학급에서 맨 앞에 앉은 A가 갑자기 질문을 한다.


- 선생님......명품보다...어쩌구 패션..저쩌구..???

- (너무 빨리 말해서 제대로 듣지를 못했다) 뭐라구???

- 아니.... 명품보다...어쩌구...할아버지..할머니 패션...하세요??

- ??? (도대체 뭐라고 하는거지..??) 명품 좋아하냐고??

- 아니.....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좋아하시냐구요..

- 아.......일단 명품은 좋아하지 않구요...

명품보다...길거리에서 파는, 다른 곳에는 없는, 손으로 만든 상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딱 하나.. 그런 것을 좋아합니다...

- 그럼...할아버지 할머니 패션을 좋아하시는건가요??

- 명품과 그 2개 중에 고르라면,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을 더 선호하죠..

- 아....

- 근데 이게 어디에 나오는 말인가요..

- 아..요즘 인터넷에서 애들이 떠드는 거예요..


교무실에 와서 그 단어가 내내 떠올랐다..


-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그 날따라 긴 원피스를 입고 간 내 패션을 말하는 건지 (걱정)해서 다음 날 A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 어제 그게 무슨 말이었던 건가요??

선생님 패션을 말하는 거였나요?? (쫄아서 질문함..)

- 아뇨..... 어떤 노래 가사에 나오는 거예요...


밤에 다시 이 단어가 떠올라서 찾아보니, ‘불협화음’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분이다.


이런 가사가 나온다.


- 우린 돈보다 사랑이

트로피보다 철학이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

동그라미들 사이에 각진 세모 하나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 친구야

쟤들은 아무것도 몰라


불 협 화 음

불 협 화 음

불 협 화 음

불 협 화 음


아이들 따라가기 힘들다...*^_^*.. 주말편지에 이 에피소드를 적은 뒤, A에게 알려주었다. 이 에피소드를 주말편지에 넣었다고.. A가 말한다.


- 선생님....이제 주마다 유행하는 노래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누구나 일명 ‘명품 – Luxury Items’이 하나씩은 있을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분도 취미생활이 ‘명품구매’다. 사실 수입에 어울리지 않게 명품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에게는...명품이 없다. 쇼핑이 취미이기는 하지만, 의도하고 명품을 구매한 적은 없으니...


그런데 무엇보다도, 남들이 선호하는 명품에 내가 혹하거나 선호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내 눈에도 예쁘고 멋져 보이면 당연히 구매하였겠지만, 아직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또 ‘나도 명품 가졌어’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치장하고 자랑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명품이라고 나에게 내밀며 자랑(?)하는 것을 보면 전혀 부럽지도 않을뿐더러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이게 왜 그렇게 비싼 것임???

- 이게 왜 명품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생각이 내 속에 깔려 있다는 것....


- 내가 명품인데, 왜 명품을 해야 함???


명품을 오랜 시간 보면서 자라왔거나 명품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거나 한 일이 없었기에, 또 그래서 명품 자체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에 가능한 나만의 ‘높은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선생님이 나에게 손목시계를 보여주며 어떤 명품 브랜드를 이야기했었는데 내가 예쁘다고 하거나 놀라지 않는 것을 보며, 그 선생님이 더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생각했었지..


- 이 스테인리스 시계가 왜 명품인거야???


나에게는, 10만원 같은 만원짜리 상품을 고를 줄 아는 안목과 그 만원짜리들을 엮어서 고급진 명품처럼 하고 다닐 줄 아는 센스와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말해놓는다. 뭐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내가 가진 나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 명품으로 나를 치장하지는 않겠어..

- 내가 다른 것을 빛나게 해 주지...


사람은 늘 변하는 것이니 아마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 내가 어떤 명품으로 확실하게 치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돈을 들여야 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본적인 모토는, 100만원짜리 명품을 해서 나를 빛내기보다 (사실...빛이 나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로 인해서 내가 가진 것들이 빛나게 하겠다는 의지가, 아직은 있다는 것을 여기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이건 내 삶의 여러 곳에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전해진다.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 몇 가지..


- 유명한 동아리에 들어가서 네가 부속품처럼 여기게 하지 말고, 별 볼일 없다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네가 빛나게 하고 일으키면 되지 않을까...

- 사람들이 환호하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아봐...

- 네가 브랜드가 되도록 해 봐....

-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사람들이 하고싶어하는 일로 만들어 봐.....

아직도 ‘꿈과 환상’을 좇는 이야기이기는 하다...*^_^*....


이 시점에 거창고 직업 십계명을 적어본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어쩌면 지금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도 있고, 차마 이것을 내 가족이 실천하기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신이 아직은 살아있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지만 ‘아직은’ 명품보다 동묘 앞 할아버지 할머니 패션을 선호하고, 돈보다 사랑을(이건 너무 어려운데..ㅠㅠ), 또 트로피보다 철학을 찾으려 노력하며(이것도 엄청 어려운데..ㅠㅠ),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그렇지 않은 곳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고 더 신경이 쓰이며, 아직은 꿈과 환상을 좇고 있는 나로서는, 그래서 요즘의 추세에 맞지 않아 약간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더라도,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었던 이런 불협화음들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신감을 가져본다.


달콤하기만 한 맛들 속에, 짜고 씁쓸하기도 한 소금의 가치가 훨씬 더 가치있고 빛나는 것이니까........


다음 주에는 동묘 앞 할아버지와 할머니 패션이 좀더 멋지게 살아나도록 치장해 보아야겠다.


https://youtu.be/n30-nDqriys

이전 07화* 현타(現time) (2021.12.04.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