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지 읽.씹. (2022.01.08.토) *
학교 메신저의 이름은 ‘쿨 메신저(Cool Mesenger)’..
A 선생님에게 말했다.
- 선생님.. 이 내용, 쿨로 보내드릴게요..
- 핫(Hot)으로 보내 주세요~~
- (모두 폭소)
B선생님이 나에게 말씀하신다..
- 선생님~~ 매사자 2통만 더 보내요..
- 왜요??
- 2통만 더 보내면 오늘 10통이 되거든..
- 앗, 선생님~~~~~~ㅠㅠ
C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C) 오늘은 왜 이렇게 허전하지??
- (나) 왜요??
- 오늘은 왜 메시지 받은게 없는 것 같지??
- (소리 지르며) 아.....!!!! 제가 오늘 메시지를 하나도 안보낸 것 같아요..
- 그러니깐요...오늘은 메시지가 없어서 아주 좋으네요..
- (놀란 표정의 나) 아....... 왜 안보냈지???
어쩐지 저도 뭔가 허전한 것 같더라구요..
- 아니예요..아주 좋아요...메시지가 없어서..
- 아니, 뭔가 놓친게 있는 것 같아요..
메시지가 없을리가 없는데...
- 아니 아니...놓친 거 없어요~~~~
- (모두 폭소)
- 어쩐지...오늘 내가 뭔가 할 일이 없는 것 같더니만........
하루에 수십 통의 메시지를 보내는 내가, 어느 날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더니, 선생님들이 무언가 허전하다고들 하시면서도 좋아하신다. 나는 선생님들이 메시지를 읽는 그 순간이 너무 좋은데 말이다. (내가 보낸 메시지를 누군가 읽게 되면, 누군가 내 메시지를 수신했다는 메시지가 조그맣게 화면에 뜨는데 그 순간이 나는 좋다. 또 최근에 메시지를 보낸 기억이 없는데 누군가 내 메시지를 수신했다는 메시지가 뜨면, 어떤 내용을 수신했다는 거지..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메시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너무너무너무 많다. 요약하자면, 나는 메시지를 엄청 보내는 사람이라는 것...이겠다. 특히 작년이 더 그랬다.
생각해 본다. 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가....나름의 이유를 적어본다.
- 전달할 내용이 많다
- 공유해야 할 것 같은 내용이 많다
이런 이유 말고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워낙 종이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문구점에 가서 예쁜 편지지, 엽서와 카드 등을 사모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내 비밀상자에는 어린 시절부터 모아놓았던 편지지, 엽서, 카드 등이 많이 담겨있다. 아마도 그런 영향일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써서 보내는 일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편지보다 문자 메시지, 카O, 페이스O 메신저, 인스타OO DM 등등 다른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담아 보낼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중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문자 메시지.. 카톡은 왠지 일회성으로 느껴지고,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불안한 매체라고 느껴진다. 카톡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이 되지만 문자 메시지는 안되었었는데, 어떤 사람과는 문자 수신 여부가 확인이 되기도 한다. (왜지??)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에 따라, 또 읽은 메시지에 답장을 하는 속도에 따라,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정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나의 경우에도, 읽기는 읽었지만 신중하게 답변을 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고, 누가 보낸 어떤 내용인지 대략 보이지만 즉각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나중에 클릭해서 읽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변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사실 제때 답변을 하는 편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일명 ‘메시지 읽.씹.’ 이다. 이제 생각해 보니 왜 그랬지..??? 라는 생각..
또 서로 (형식적인) 답변이 왔다갔다 하게 되면, 어디에서 끊어야 하는지 몰라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사 내용을 계속 주고받는 경우도 다반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확실하게 느낀 것은, 누군가의 메시지를 읽었으면 ‘넵!’ 이라는 답변이라도 보내야, 보낸 사람의 마음이 ‘안정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바로 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내가 보낸 메시지에 아무 답변이 없으면 엄...청.. 속상하다.
D선생님이 맨날 내 메시지를 읽기만 하던가, 아주 가끔 ‘네’(...말 줄임표도 없고, 마침표도 없이 말이다)라는 말만 붙였었는데, 연말에 어느 날에는 이렇게 답변을 했다.
- 네..알겠습니다..
내가 소리질렀다.
- 아니 1년 동안 답변이 없던가 ‘네’만 하시더니 오늘은 좀더 길게 답변을 주셨어요... 이제 헤어질 때가 되어서 그런건가...*^_^*...
오래 전 언젠가는 너무 바빠서(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내 메시지를 읽고 씹는 일이 다반사인 E에게 말했다.
- 메시지 읽기만 하시면, 쫓아갈 겁니다~
- 네....곧 답변 드릴게요.. / 네....메시지 확인했습니다.. / 기다려.... 등등 뭐라도, 답변 주시기를...
또 메시지를 읽고 답변이 오래 걸리는 F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을 주었다.
- 내 마음을, 이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
- 나는 눈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가슴을 울리는 이 멘트들은 또 뭐란 말인가.........
하긴 내 머리 속의 생각들을 글로 구구절절 상세하게 표현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시간이 들어간다. 또 감정을 담기 어려운 글보다 직접적인 감정이 전달되는 말로 하는 것이 낫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가벼운 언어를 구사하는 나의 글과 추상적이고 문학적이고 묵직한 단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글에는 차이가 있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를 읽었으면 씹지 말기를 모든 사람에게 권해 본다....
멋진,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뜬 구름을 잡고 환상을 좇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철학적인 글이 아니어도 되니까.........
아님... 글보다도 자주, 서로의 얼굴 한번 보고 오래 동안, 지그시 눈을 바라보아 주던가....
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가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이것일 듯..
- 이야기하고 싶다....
수많은 메시지, 메일 발신과 함께 새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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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전형위원으로 이틀 정도 빠진 선생님들께 여쭈어 보았다.
- 메시지가 몇 개 왔어요??
- 20개 정도..??
- 생각보다 적은데요..??
어느 해의 방학이나 긴 연휴 뒤에 학교 메신저를 열었더니 거의 100통 정도가 와 있었던 적도 있다. 또 어느 카O 모임방에서 갑자기 200통이 넘는 대화가 쏟아진 것을 보고, 내가 한동안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던 적도 있고..
아마도 사람들도 나처럼, 누군가와 대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게 중요한 이야기이건, 진심이 아니건, 감탄사이건, 무엇이건 말이다....
나는 메시지가 없으면 서운하고, ‘이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면서 메시지를 클릭한다.. 다른 사람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
28기 인OO그램 표지...
이 곳은 말보다 사진을 올린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의 감정을 사진 한 장에 담는 것은 더 어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