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밀한 사람과 아는 사람 (2022.01.15.토) *
교회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반주하는 대학생 A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그의 핸드폰에 내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통화를 누른 뒤 끊고서는 저장해 놓으라고 했다. 그 때 나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몇 분 뒤 윗층에 올라와서 내 핸드폰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와 있었다. 모르는 전화번호여서 잠깐 망설이던 나는 차를 빼달라는 전화인가 하고 머뭇거리며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 누구신가요??
- (깜짝 놀라며) 아...선생님.....저 A인데요..아까 제 핸드폰으로 번호 누르셔서...
- ....아..?????...
이런 어처구니없는 전화번호 에피소드가 많다. 같이 있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모른다. 어쨋건 그 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A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유명 연예인 B가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10년이 되어가는데도 아직까지 카O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루종일 카O만 하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는 것이 그의 이유였는데 딱! 내가 6년 전까지 카O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바로 그 이유였다. ‘카O카O’하는 소리도 듣기 싫었고 사람들이 수시로, 아니 하루 내내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도 싫었다. 그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저게 뭐 하는건가..’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나는 그 다수의 무리에 속하는 것을 ‘당당하게’ 거부했었다.
하지만, B의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당신에게만 따로 메시지를 보내야 하잖아요..’라고 불평을 한다는 것처럼, 가족들이 나에게 ‘너 때문에 불편해 죽겠다’는 말을 쏟아내서 어쩔 수 없이 6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 때까지 속으로 욕했던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작게 전하며,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활발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나의 한 부분을 여기에 밝혀둔다. 욕이나 하지 말걸...
재작년에 처음 원격수업을 할 때는 우리 학급만 만들었던 학급 채팅방을 작년에는 12개 학급 모두다 오픈 채팅방으로 만들었다. 과목 특성상 혼자서 1학년 전체를 담당하다 보니 수업 시간에 직접 연락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알게 된 것은 카O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과, 오픈 채팅방은 10개까지만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
할 수 없이, 작년 우리 반 학급채팅방은 남겨 놓은 채, 9학급은 오픈채팅방으로, 3개 학급은, 일일이 전화번호를 찍어 넣어서 일반채팅방으로 만들어서 사용을 했다. 올해 28기를 위해서는 또 이 오픈채팅방 9개 모두를 폭파시켜야 한다.....그동안 쌓아왔던 관계들, 주고 받았던 내용들, 작고 이쁜 감정들을 없애야 한다니.....아쉬워서, 속상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정말 걱정이 태산이다....2월에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
27기와의 채팅방을 없애지 않으려면,, 28기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저장해서 일반 채팅방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가능할지......340여개의 전화번호를 저장해야 한다니.....
아무 전화번호나 쉽게 저장하는 내가 아니기에, 나에게 전화번호 저장이란, 그 사람에 대한 심각한 애정도를 일컫는다. 만약 그 사람과의 감정선에 먹구름이 낀다면 나는 전화번호를 지운다. 그래서 삭제된 전화번호도 많고, 얼마 뒤 감정선이 회복되면 다시 저장하기도 한다. 또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는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익숙했던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삭제되었다면 전화를 받지 않게 되기도 한다......그 사람은 모르지만...
재미있는 것은, 맨날 삭제와 저장이 반복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전화번호는 끝 번호가 익숙해져서 외워져 있기도 하다. 좋았다가 싫었다가가 반복되는 관계들이 있다는, 또 다른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일면들....
이걸 아는 C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 내 전화번호 삭제한 거 아니지???
- 네.. 아직은 살아있네요...아쉽게도...*_^*..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를 보다가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라는 사람들도 많다. 그 때는 (나의 입장에서는) 전화번호를 저장할 정도로 ‘엄청 애정하던 사람’이었을텐데, 지금은 왜 기억조차 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아쉬워한다..
- 삭제하지도 않았는데 멀어진 관계구나....흠...누구였더라..
이런 글을 읽었다. 인간관계에는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가 있는데, ‘강한 유대’의 사람들보다, ‘약한 유대’의 사람들을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가끔 마주치는 정도의 사람들이 친한 친구보다 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강한 유대 관계에서의 대화는 감정적인 부담이 있어서 더 힘든 경우가 많지만, 약한 유대 관계에서의 대화는 가볍고 부담이 적으며,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이는 시점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과 얼굴만 알고 지내는 것을 넘어서지 않도록 넘쳐나는 감정의 흐름을 정지해야 하는 걸까.....
‘강한 유대’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 ‘약한 유대’는 ‘아는 사람’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친밀하다’는 단어의 뜻은 이렇다.
- 친밀 : 지내는 사이가 매우 친하고 가깝다.
‘친밀한 사람’과 ‘아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 친밀한 사람 : 그 사람의 관심이 나의 관심이 된다면 친밀한 사람
- 아는 사람 : 그 사람의 관심과 나의 관심이 달라도 아무 상관 없는 사람
누군가와 어떤 관계인지 짚어보고자 한다면 이렇게 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나도 관심을 갖고 싶은가..
- 그 사람의 관심이 나의 관심이 되는가..
‘예스’이면 ‘친밀한 사람’, ‘노우’ 또는 ‘글쎄..’이면 ‘아는 사람’....
가끔 얼굴을 보게 되는 ‘아는 지인’으로서 기대하지 못한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의 관심과 나의 관심이 같아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일명, ‘친밀한 사람’이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일자리를 얻게 되는 것과 같은 실제적인 도움은 없더라도 말이다...
핸드폰 속의 전화번호 속에 ‘친밀한 사람’으로 구분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살펴보자..
많은가요..
아님..
없나요..
아니..
있기는 한가요...
아니..만약 있다면..
그 사람도 당신을, ‘친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요....
제발, 그러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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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에 가족, 직장, 학생, 기관 등등 다양한 그룹을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에 ‘즐겨찾기’와 ‘나의 12인방’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이곳을 내맘대로 편집하고 사진을 추가하다가 D의 전화번호를 눌러버리고 말았다. 아뿔사...
내 핸드폰 프로필 이미지..
그동안 잘 몰랐었는데 오늘 보니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If Music is the Food of Love, Play On.
- William Shakespe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