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듦에 대하여 (2022.05.07.토) *
테마방학 중에 들었던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인형같은 외모의 대배우 A의 쓰러짐 소식이었다. 요즘 배우들과는 급이 다른, 정말 아름다운 그녀도 어느덧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고 빨리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었다.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개교 초반부터 알고 있었던 출판사 사장님을 몇 년 전에 교무실에서 뵈었다. 나를 보고 깜짝 놀라신다.
- 아니 선생님….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
- 네??
- 아니 통통한 게 좋았는데….
- 지금도 완전 통통한데요?
- 아니 왜 이렇게 됐어요??
같이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걸 살이 빠졌다고 하시면?? 아마도 세월의 흐름을 인지하시고 놀라셨던 것일 듯….
아이들에게 10년 전의 <전교생 할렐루야> 동영상을 보여주다가 깜짝 놀랐다. 10년 전의 선생님들 얼굴이 잠깐 스쳐 지나갔는데 얼마나 생동감 있는 젊은이들이었는지를 확인해서. A에게 말했다.
- 선생님… 완전 젊었던데요. 10년 전 동영상에서.
- 개교 때부터의 사진을 봐봐. 시간이 얼마나 흘렀어.
B 교생이 교생 연수 마지막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 19년 전에 교장, 교감선생님은 까만 머리셨는데, 지금은 하얗게 되셔서….
나중에 따로 만난 B가 나에게 말했다.
- 아! 원래 이렇게 말하려고 했었어요.
음악선생님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우신데~~~
한 대 때리면서 내가 말했다.
- 무쓴 소리야!
교장, 교감선생님도 몇 년 전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해지시더라~
일이 많으니까….
얼굴을 전혀 모른 채 이름을 익히려고 하니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아예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 익히기를 포기했던 코로나 시대가 이제는 곧 끝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도 몇 년 동안 까먹은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내가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
C가 이렇게 말했다.
- 3년 동안 늙었겠지….
- 늙는 과정을 보지 않아서 더 늙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늙었을까???
물론...젊어지진 않았겠지…. 보톡스를 맞았더라도 3년이나 지났는데….
D가 나에게 물었다.
- 방학 때 보톡스 같이 맞을래?
- 아니…. 한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잖아.
- 물론 그래야지.
- 안맞을래.
오래 전 E가 나에게 물었다.
- 20대의 사랑과 50대의 사랑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아요??
- 20대의 사랑은 뜨거움? 50대의 사랑은??
- 50대의 사랑은 그리움이야..
- 그리움..???
F가 나에게 친구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 내 친구들예요. 어때요?
- 와…. F가 제일 젊어 보이는데요??
- 진짜??
- 다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여요??
- 그렇지??
- 그런데...나이대로 보이는게 좋은거래요….
그래도 진짜 제일 젊어 보이는데요????
말은 일부러 그렇게 가볍게 했지만, 누구나 다 자기 나이보다 젊어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내 눈에는 젊었을 때의 검은 머리보다 희끗희끗한 하얀 머리가 더 멋있어 보인다. 왜 그렇지???
한참 전 2015년 여름방학에 북유럽으로 가족여행을 갔었다. 형편도 환경도 전혀 허락하지 않았지만 ‘더이상 미루면 안 될 듯하여’ 용감하게 그냥 내질렀던 여행이었는데 8월 여행이 끝난 뒤, 11월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 테러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유럽여행이 막혔었다.
여기서 더 이상이란, 부모님 연세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토록 간절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었다. 그때 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보통 유럽여행은 서유럽부터 시작하여 동유럽, 북유럽 순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북유럽부터 여행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도 이 순서대로 여행을 했었고 마지막 정점이 북유럽이었다.
유럽이라는 곳 자체가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국경선을 쉽게 넘나들지만, 북유럽은 고풍스럽고 예쁜 서유럽과 달리 거친 산악지대가 워낙 많아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즉, 이동하는데에 여행시간을 다 보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어른들에게는 얼마나 힘든 여행이었겠는가….
그런데 ‘파리 신드롬’을 비롯한 유럽에 대한 로망이 지나치게 넘치는 일본 사람들, 특히 일본 어르신들이 이토록 많이 단체 여행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몸집이 작고 소박한 옷차림의 어르신들이 우루루 같이 몰려 다니셨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80대 또는 90대 일본 어르신들이 단체 여행을 많이 온다고 하였다.
그들도 북유럽을 올 정도면 이미 다른 지역의 유럽은 다 다녀본 사람들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마지막 노년기에 북유럽을 온다는 것이었는데, 우리와 달리 노인분들끼리만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놀라운 열정이며 부러운 건강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80대~90대는 아직도 움직이기에 어려움이 없는 나이라는 것이 부러웠다.
겉으로 연세가 있어 보일 뿐이지 걸어다니는 것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나에게 여행의 포인트는 ‘혼자 스스로 걸어다닐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니까…
이번 테마방학 때 경북 영주와 안동을 잠깐 둘러보았다. 영주 부석사,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와 월영교까지 짧게 둘러본 길이었는데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빛바랜 도시 풍경과 사람 없는 농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 더 주의를 끌었던 것은 보행보조기를 밀면서 박물관 견학을 하시거나 지팡이를 짚고 부석사 언덕과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실 저렇게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라도 보고 싶은 정경 또는 하고 싶은 여행이 있고 그걸 감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2022년이 ‘어린이날 100주년’이라고 한다. TV에서 8세 여자아이 G가 나와서 올해 82세인 H 여배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내 친구 H 어린이~ 반가워요~
우리는 모두 한때 어린이였으니까요~
지금은 80대 노배우이지만 화면에 나오는 젊은 시절의 H는 얼마나 어리고 예뻤는지…. H가 말한다.
- 친구 G~ 반가워~~
우리 모두, 그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에서 무언가 알아가는 젊은이를 지나 아직도 무언가를 제대로 알지 못해 헤매고 있는 중년을 지나,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는 채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어르신, 노인으로의 삶을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멈출 수 없고 주름살과 흰머리가 늘어가고 허리가 구부정해지며 관절이 아파오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총기있던 머리가 가물가물해지고 재빠르던 행동이 굼떠지고 탱탱하고 통통하던 볼살과 근육이 빠져서 볼품 없어지고 빛바래지는 윤기를 어찌해야 할까….
나는 ‘Now and Here’를 선택하려 한다. 흘러가는 것을 변화시키려고 애쓰지는 않겠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누릴 수 있고 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그래서 지금의 나이에 맞는,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진짜로 그런 삶이기를 소박하게 꿈꿔보는, 아쉬운 테마방학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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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의 모습..
깜짝 놀랐다.
이런 생생한 초록과 풍광이라니..
나이 듦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지만,
세월이 지나도 이런 ‘힘 있는 푸르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