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해진다는 것은.. (2022.05.14.토) *

by clavecin

* 친해진다는 것은.. (2022.05.14.토) *


같이 대화하던 중 A가 나에게 말했다.


- 한마디만 해도 돼요?

- 네~

- 뻥치시네~~

- 네???? (같이 폭소)


내가 B에게 말했다.


- 이것저것이 후졌어요..

- ‘후졌다’는 말이 뭐예요...

- ‘후졌다’는 말이 비속어인가요???

- 아니..잘 모르지만..

- 예쁘지는 않죠....쓰지 않도록 해 볼게요...

(..라고 했지만 나는 계속 쓰고 있다)


C선생님이 전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 그랬어요?? 저랬어요??

- 누구와 통화하시는 건가요??

- 아...아들이예요..

- 네..?? 아들에게 존댓말을 쓰세요??

- 네...*^_^*..


학창 시절이나 지금이나, 일반적인 친구들보다 ‘좀 다른 생각을 지닌’ 친구들, 사람들을 찾는 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모두다 나O키나 아O스 같은 명품을 찾던 아이들 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시장 운동화를 신었던 D가 내 눈에 띄었었다. 나도 물론, 명품족에 들지 않았었고 오히려 그 아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았었던 사람이었다.


- 내 눈에는 하나도 예쁘게 보이지 않는데 왜들 저렇게 똑같은 운동화를 신고 싶어 할까??


내 눈에 띄었던 D, 다른 친구들과 좀 달랐던 D와 나는 친하게 지냈는데, 그녀는 동년배인 친구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학생이었다. 물론 나에게도 존댓말을 썼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 끝에 ‘~~님’을 붙여서 불렀다.


- E님~~(내 이름).. 이랬어요...저랬어요...

- D님~~(그 친구 이름).. 맞아요.. 그랬어요...


그녀와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아주아주 가까워지지는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었다.


- D님~ 왜 존댓말을 쓰나요..같은 나이인데..

- 그래야 서로 예의를 지키니까요...


내 기억에는 그녀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명품 운동화를 서로 자랑하던 동년배들 사이에서 완전 다른 칼라를 확실하게 풍겼던 그녀였고 그래서 바로 내가 찾던 친구였는데, 우리가 더더 가까워지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서로가 존댓말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때도 지금도 생각한다. 그 존댓말로 인해서, 우리는 늘, 서로에게 조심했고 예의를 차렸고 함부로 할 수 없었으니까......우리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기에 ‘확’ 밀착되지 못했다.


누군가가 특별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을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3개월~3년이라고 한다. 여기에서의 ‘사랑’은 ‘열정적인 사랑’을 일컫는데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이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지나가기 전에 이별을 해야 한다고 한다. 6개월 동안 사랑하고 상대방 모르게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까지 한 뒤 상처없이 이별을 통보하는 방법을 적은 책소개 글을 보았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가끔 유통기한이 없는 듯한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아주 희소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사랑의 생명이 짧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모두들 ‘강한 의지’로 살고 있는 걸까..



우리가 화를 많이 내는 상대는 의외로 연인이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 등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인데, 특히 연인들 사이에서는 사소한 대화나 표현 한 마디에도 지나치게 민감해져서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유는, 우리의 뇌는 '나'를 생각하는 영역과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으로 구분되어있는데, 나와 가까운 관계(소중한 대상)일수록 나에 가깝게 저장되어 있어서, 그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내 맘대로 통제가 안 되면 불같이 화가 나는 것이라고 한다.


화가 날 때는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 내가 원하는 것은...


즉, ‘네가 이렇게 저렇게 해 주었으면..’하는 대화법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저런 것이야’ 식이라고 하는데, 어렵다.ㅠㅠ


내 짧은 견해로는, 이성간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누군가와 친해지게 되면 생기는 대표적인 현상은 ‘가까워짐’이 아닐까... 물리적으로도 더 붙어서 가까이 있고 싶어지고, 심정적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져서 이것저것 미주알고주알 말하고 싶어지고 듣고 싶어진다.


잘 모르던 사람과 가깝게 앉아야 되면 ‘움찔’하게 되고 마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는 듯 일정 거리를 두고 앉게 되고 서로 쳐다보는 것도 잘 되지 않지만, 이미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된, 친해진 사람과는 바로 옆에 딱 붙어서 앉고 싶어지고 시선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만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지지 않을까..


F와 대화하다가 이런 내용을 말했던 적이 있었다.


- 저는 누구와 친해지면 막 대하는 편이예요..

- 막 대한다는 말이 뭘까요??

- 말 그대로 편하게 대하게 된다는 거죠..

잘 모르는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지만

가까워지면 편해지니까...

- 그건 좀...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다른 사람을 막 대하는 사람과 친구로 사귀지 않는데..


내가 ‘막 대한다’는 말은 함부로 한다는 말과는 다른, 좀더 친밀하고 가깝고 편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말 그대로 서로 재미있는 농담도 주고받고 가끔 가볍게 때리기도 하고 사소한 것으로 같이 웃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말이 짧아지기도 하고 아주 가끔 (비)속어도 쓰고, 다른 사람과는 좀더 다른 편안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리 굴리지 않는, 따뜻한,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관계... 이 관계에 ‘함부로’ ‘예의 없음’ ‘상처주기’는 들어가지 않는다.....아니, 행여 생각이 없어서 또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더라도 ‘건강한 멘탈’로서, ‘칼’을 날렸더라도 잘 튕겨낼 수 있을 것이고, ‘창’을 날렸더라도 용케 잘 비켜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론’을 만들어 본다.... 난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어 격식과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경우보다,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을 오랜 시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나의 사회생활에서, 이론대로 한다면 ‘친해지게 되어 막 대하는’ 일이 많아져야 하기에 좀더 ‘편안하고 따뜻한 관계 맺기’로 가야 하는 것임에도, 현실은 왜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지, 항상 새롭고 신기한 세상의 모습을 알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은 늘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세상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도 깨닫는다.


서로에게 아쉬운 것이 있으면 말할 수 있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털어낼 수 있으며,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친한 관계’들이 많았으면, 아니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그런 시간이 나에게 있었을까...

그런 사람이, 그런 시간이 나에게 찾아올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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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교무실에 있는 여자 선생님들께서 G선생님이 너무 재미있으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나는 그동안 조용하신 분인 줄로만 알았는데 몇 년 동안 같은 교무실에서 쭈욱 보아온 내가 보기에도 올해 유독 말도 많아지시고 재미있어지신 것 같았다. 이 말을 H선생님께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 여자 선생님들만요??

여자 애들이 엄청 좋아해요..

- 그래요??

- 애들이 그러던데요...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지만, 사투리 억양이 정겹다고 해요..


서울 말씨이지만 중간중간 사투리 억양이 섞여있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본다고 하신다.


이런 정겨운 팻말을 보았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노점에 있던 팻말..


경상도 사투리인가...??


안동하회마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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