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to watch over me*

* Someone to watch over me(나를 지켜주는 사람)

by clavecin

* Someone to watch over me(나를 지켜주는 사람) (2022.05.21.토) *


언젠가 평일 오후 5시에 원격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런 날 원격회의라니!’ 하며 약간은 불만스러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눈에 빤짝이와 마스카라까지 하고 나름 예쁘게 입고 앉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데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하며 메신저를 켜보니 예정되었던 회의는 며칠 전에 갑작스럽게 잠깐 열렸던 모임으로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메신저로 오가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어서 약간 격앙된 메시지를 보냈다.


- 예정되었던 회의가 취소되었다면, 미리 공지를 하셨어야 하지 않을까요??


죄송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전체 공지가 되었다. 만약에 다른 곳에 있다가 이 회의 때문에 부랴부랴 뛰어 들어왔다가 이런 사태였다면 더 화가 났었겠다고 생각하며 애써 진정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A가 말했다.


- 5시에 회의를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했는데..


다음 중 지금 상황에 가장 적절한 단어를 1개만 고르시오.


1) 어쩔티비

2) 킹받네

3) 갑분싸

4) 머선129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한껏 투덜거렸는데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응수해 준 것에 나는 큰 웃음이 터졌고 고조되었던 내 감정은 깨끗하게 종료되었다. A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 감정은, 즉 ‘(2번) 킹받네’였던 내 감정은 내내 내 안에 쌓여져 있었을 것이다. A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B에게 말했다.


- (제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 왜 다른 사람만 이해해야 하는 거죠?

(너도 다른 사람을 좀 이해해 봐~)


이런 글을 읽었다.


- 다른 사람을 비판하려면,

그 사람 신발을 신고 1마일(1.6Km)을 걸어봐야 한다

-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 Walk a Mile in His Moccasins


Mary T. Lathrap(1838-1895, 미국)의 ‘Judge Softly’라는 시에 나오는 부분이다. 이 시는 ‘Walk a Mile in His Moccasins’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석해 놓았다.


기도하세요. 다리를 절거나

비틀거리며 길을 가는 그 사람을 헐뜯지 마세요.

그가 신고 있는 모카신을 신어본 적이 없다면,

그가 지고 있던 같은 짐을 들고 비틀거려 본 적이 없다면.


보이지는 않지만

발바닥이 아파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죠.

그가 지던 짐을 당신의 등에 올리면

당신 역시 비틀거리다 넘어질지도 몰라요.


오늘 넘어진 사람을 비웃지 마세요.

그를 쓰러지게 하고

넘어진 그만이 알고 있는 수치감을 느끼게 한

그런 타격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


.....


그의 모카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 보세요.

....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기 전에는 섣불리 평가하지 말라’는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문구가 ‘그의 모카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라’는 글인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내 삶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삶을, 또 그 상황을 제대로 알고 또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에 대해 아예 말하지 말아라’가 아닐까 싶다.


-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야 지혜로운 걸까...


많고 많은 ‘꼰대 테스트’ 중 하나를 해 보았더니, 8가지의 꼰대 유형 중 나는 O에 들어갔고 5단계 중 O단계에 속했다. 요즘의 화두인 ‘꼰대 되지 않기’에 들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며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어쩔 수 없나 보다.


- 꼰대 :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뜻


(이해되지 않는) 권위적인 행동이나 말을 하는 ‘나이 든 어른’의 의미에서, 요즘에는 ‘젊은 꼰대’도 있다고 하니, 나이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평가하게 되고, 잘한 것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무엇보다도 그 중에 잘못된 것은 ‘콕’하고 짚어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우리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제대로 이해하기’는 가히 불가능하므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오래된 문구를 다시금 꺼내 보며, 어쩌면 좀 더 무감각하게 지내는 것이 현명한 세상살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정리해 본다.


진짜로....그렇게 살아야 할까 보다.


바라기는, 나도 그렇게 살테니, 즉,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삶을 살아 볼테니, 다른 이들도 그래 주면 안될까 하고, 불가능한 바람을 가져본다.


세심하지 못하고 배려심이 적은 나의 어떠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조곤조곤 짚어주는 것도 정말 고맙지만, 그냥 눈 감아 주고 귀 닫아 주고 입을, 다른 것보다 입을 좀 닫아주면 안될까..


나도 내 모카신이 심히 불편하고 발바닥이 아파서 시원하게 벗어서 저 멀리 던져 버리고 싶지만, 등에 있는 짐을 지금 이 시점에 누군가에게 맡기는 무책임한 일을 할 수는 없으니, 애써 다리를 절고 비틀거리며 어설프게 조금씩 길을 가고 있는데, 너는 왜 비틀거리면서 당신을 치고 있느냐고 외친다면...???


내 감정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알아주고 이해해 주면서 고차원의 유머를 날려주었던 A처럼, 차라리 엉뚱한, 다른 것을 날려 주었으면 효과가 더 좋았을텐데...


그럼 내가 멋쩍어하면서 조금씩 바꿔 보려고 애써 보았을텐데...


그는 나의 모카신을 신어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모카신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그에게 나의 모카신을 좀 보라고 소리치기보다, 나는 내 모습 이대로 그냥 가기로 한다. 비틀거림은 여전할테니 나와 부딪히기 전에 알아서 비켜 주시기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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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화가인 (Eva Armisén(에바 알머슨, 에바 아르미센, 1969 ~) 의 그림,

‘Someone to watch over me(나를 지켜주는 사람)’..


따뜻함, 사랑, 인생이 느껴지는 그림...


우리의 인생 뒷 편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omeone to watch over me Eva Armisé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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