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 단상 (2022.05.28.토) *

by clavecin

* 구두 단상 (2022.05.28.토) *


A에게 물었다.


- 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죠?

- 300(cm)인데요.

- 300이요????

- 네...

- 나는 230 아니면 235인데...ㅠㅠ

발 사이즈 300은 내 평생 처음 들어보는데요..


오래 전 B와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서 만났는데, B는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오토바이 퀵으로 어떤 물건을 받았다. 오토바이 퀵이 공항까지 오는 것도, 출국하기 전 이렇게 물건을 받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그 때 B가 받았던 것은 샌들이었는데 얼마나 놀라웠던지! 이유를 물었다.


-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샌들을 봤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공항에서 받기로 한 거야.


B의 발 사이즈는 225cm... 발 사이즈 300cm에 놀라기 이전에 225cm라는 발 사이즈에 나는 이미 놀랐었다. 그런 발 사이즈를 지닌 성인이 있다니...


C에게 말했다.


- 새 신발 샀나 봐요.

처음 보는 신발이던데….

-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 물건이라는 뜻)~

- 너무 새 것이어서 한번 밟아주어야 할 것 같던데….

- 으이구!!!

- 그런데 그렇게 꽉 막힌 거 신으며 무좀 걸릴 수 있어요.

- 조심하면 되지요.

- 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요?

- 270?

- 생각보다 크지 않네요.


나름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기분 좋게 수업을 했다. D가 나에게 말한다.


- 선생님~ 오늘 그 슬리퍼, 너무 예쁜데요??


슬리퍼라니...아, 내가 몇 년동안 신고 있는 이 슬리퍼를 말하는건가...매일 신는 건데... 그 날의 내 옷을 예쁘다고 하면 이해가 되었겠지만, 매일 신었던 지금의 그 슬리퍼를 예쁘다고 해 주니 약간 당황을 했다. 물론 지금의 그 슬리퍼는, 뒷굽이 빤짝거리는, 앞에는 금색 비즈가 깔린, 멀리서 보면 온통 빤짝이는 화려한 슬리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 벗겨지고 허름한 슬리퍼여서, 빨리 새 것으로 구매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시간이 없어서 지금 그냥 신고 다니는 슬리퍼인데....이것을 예쁘다고 해 주니...


나의 겉모습은 대단히 화려해 보여서 이것저것 비싼 것을 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둔다. 물론 이 시점에서 나를 아는 어떤 이는, ‘무슨 소리? 비싸 보이는 것 없던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_^*..


일단은 명품에 대한 안목이 없어서 명품이 없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모든 제품이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는 것. 또 무엇보다 아무리 예쁘고 갖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일정 가격선을 넘으면 깨끗하게 삭제한다. 그리고 즉석에서 사는 경우는 없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몇 주일을 보고 난 뒤에,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제야 구매한다는 것. 그래서 몇 번을 보고 보고 저울질만 하다가, 결국 품절이 되어서 못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아쉬운 쇼핑 습관이라고나 할까...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오래 고민하지는 않고, 이전보다 빨리 결정을 한다.


화폐 가치가 많이 변했지만 내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 가격의 한계선은 3만원 정도다. 항목에 따라 조금 마음을 쓴다면 5만원에서 10만원 선. 아마도 그 이상이 넘는 상품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 가격선에서 제일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것이 나의 쇼핑의 가이드 라인인데, 어느 정도 맞춰진다.



처음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새롭게 구매해야 되는 것들이 많은데, 나의 경우 옷, 구두, 가방을 많이 구매했었던 것 같다. 옷을 백화점에서 사는 경우는 없었지만, 구두나 가방은 백화점을 이용했었는데, 옷과 달리 구두나 가방은 왠지 제대로 된 것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백화점에서 산 구두나 가방은 아직도 쌩쌩하기는 하다. 다만 지금의 내 눈에는 예쁘지 않아서 신지 않고 들고 다니지 않을 뿐...


예전에는 옷에 맞추어서 가방을 바꾸어 들고 다녔지만 한참 게을러진 지금은 가방 하나를 겨우 들고 다닌다. 때에 따라 가방을 바꾸어 들고 오는 D를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가능한지를 알기 때문.


물건을 한번 사면 오랫동안 쓰는 것이 나의 특징인데 해어져서 도저히 입을 수 없고 신을 수 없는 것이 아니면 버리지 않는다. 옷은 유행이 한참 지나서 입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구두는 유행을 타지는 않아도 해어지는 일이 많다. 특히 나는 구두를 수선해서 신는 경우가 많아서 오죽하면 내 핸드폰에는 지하철역 옆 구두 수선가게 아저씨의 핸드폰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특히 가방과 달리 구두는 옷에 맞춰서 챙겨주어야 하는 아이템인데 사실, 집에서 내 차까지, 내 차에서 교무실까지가 내가 구두를 신는 시간이기에, 구두가 자주 닳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래된 구두가 많은데 어떤 구두는 너무너무 예쁜 색상이어서 아끼고 아껴서 몇 번 신지도 않았건만, 그다음 해에 신으려고 했더니 구두가 다 쪼개지고 벗겨져서 버렸던 적이 있다. 수선가게 아저씨에게 수선을 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 이 구두는 버려야 해요.

자주자주 신어주어야 하는데 신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예요...


나를 일명 ‘금쓰레빠’로 불려지게 했었던, 명동 지하상가에서 구매했던 금색 샌들이 있었는데 그 샌들은 하도 수선을 해서 아저씨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 한 번만 더 수선해달라고 가져오면, 제가 알아서 버릴겁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구두 중에 가장 오래된 구두는, 1994년에 소공동에서 구매한 29년이 된 구두인데 지금도 내가 신고 있다. 구두 앞선이 너무나 독특하고 예뻐서 정말 큰맘 먹고 구매했던 구두인데 알고 보니 이탈리아제였다. 그 당시 돈으로 10만원을 주고 샀으니, 얼마나 큰 결정을 했던 것인지... 내 시선을 잡아끌었던 앞부분의 가죽도 여기저기 벗겨지고 뒷 굽도 찍혀서 상처가 많지만, 아직은 버릴 수 없는, 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이 구두가 신발장 한켠에 고이 있다.


춥던 겨울이 끝날 것 같지 않아서 겨울 구두만 내내 신다가 잠깐 찾아온 봄이 스치듯 지나가고 뜨거운 여름이 오는 지금 이 시절, 그래서 봄 구두를 언제 신어야 할까 하다가 갑자기 샌들로 넘어가게 되는 지금 이 시절, 5월의 마지막 토요일...


정말 바빴던 5월 한 달 동안 옷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두만 계속 신고 다녔기에 새로운 구두와 학교 슬리퍼를 하나씩 사야겠는데, 해야 하는 일을 다 하고 검색을 해야 할지, 일하지 말고 일단 쇼핑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해야 하는 일을 다 하고 검색을 하게 되면 여름이 끝나 있을 듯하고, 일단 쇼핑부터 하게 되면 일은 언제 끝내게 될지...


여러분 생각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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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족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2020년 11월부터 했었다.


- 학교에서 세족식을 하면 안될까.

- 학년이 바뀌는 2월이면 좋을 것 같은데.

- 지하 2층 그레이스 홀이나 로고스 홀에서 한 학급씩 하면 안될까...

- 굳이 수련회에 가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3월 학교 수련회에 가서 세 번째 날에 하는 정례 행사였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련회를 비롯한 학교의 모든 행사가 중단되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아니, 모두가 반대를 하였기에 실행되지 못했다. 모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던 올해 2022년 1월, 다시 세족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3월에 진행하려던 일이 미뤄지고 미뤄져서 결국 이번 주 5월23일(월)에 실행되었다.


개교 이래로 학교에서 진행된 적이 없었던 세족식을, ‘진짜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 그걸 꼭 해야겠어요??

- 진짜로 하는건가요??

- 그게 지금 필요한가요??

- 왜 하는 건가요??

- 하고 싶지 않은데요...

- 허리 아픈데요...


가장 불편했던 말은 이것이었다.


- 보여주기식, 아닌가요???


구비해야 하는 물건은 너무도 많았지만 예산은 하나도 없었고, 수련원의 스탭들이 진행하던 온갖 일을 수업도 하는 선생님들이 직접 해야만 하는 난감한 일들이, 하나씩 준비되고 학부모와 학생 임원들의 체계적인 도움까지 더해져서, 완벽하게 잘 진행되고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되었다.


모든 사람을 이해시키지도 못했고 모두가 환호하고 찬성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감정적으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25기 이후로 끊어졌던 세족식을 28기에게 다시금 직접 하게 되어서, 얼마나 감격스럽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2022년 5월23일(월) 세족식을 끝내고 찍은 28기 1학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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