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 Nothing without You (2022.06.18.토)
* I'm Nothing without You (2022.06.18.토) *
남학생 학급을 처음 맡았던 2011년.. 매일 오전 7시20분까지 학교에 출근했었다. 오전 7시40분에 방과후수업이 진행되는데 그 전에 잠깐이라도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였고, 아이들의 등교시간도 오전 7시20분이었다. 서울에서 내가 오는 것을 알았던 아이들은 이런 나를 신기해했다. 그중 A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런 말을 했다.
- 선생님...저희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A의 그 물음에 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답변했다.
- 너희가 예쁘니까...
오전 8시40분에도 겨우겨우 출근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내가 그때 어떻게 그렇게 했었는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데, 지금도 A의 말이 가끔씩 떠오른다.
- 선생님... 저희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정말 아이들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있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정말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그렇게 나를 이끌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몇 주 전 졸업생들을 복도에서 만났다. 음악선생님으로 나를 접했었던 B와 C가 나에게 질문했다.
- 선생님..지금은 몇 반 담임 선생님이세요?
- 아...지금은 담임 선생님 아닌데..
- 아...그래요??
- 지금은, 1학년 부장이야..ㅠㅠ
- 아..진짜요??
- 하시겠다는 분이 없으셔서 선생님이 하게 됐어.ㅠㅠ
- 아쉽네요...선생님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났으면 아이들이 훨씬 좋았을텐데요...
- (약간은 감동을 하며) 아....그랬을까..???
- 선생님이 담임인 아이들이 부러웠었거든요..
- 아...진짜????
아이들의 이 말을 D에게 전했더니 이렇게 답변했다.
- 아이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 (진짜로)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고요??
- (무슨 의미지??)???
- *^_^*...
반면, 얼마 전에 왔던 E는 이렇게 말했다.
- 선생님이 무서웠어요..
- (놀라면서) 무쓴 말이야!!!
- 진짜로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저는 도망쳐다녔는데 그걸 본 옆반 아이들이 저에게 불쌍하다고 했어요..
3월 첫 만남부터 내 눈에 띄었던 E였다. 장난기가 넘쳤지만 리더십과 총기가 있어서 잘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녀석이었는데, 1년 내내 여자친구 문제로 온 학년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E..
내가 예뻐할 만한 것들이 많아서 내 방식대로 귀여워했었고 E도 그것을 잘 알았다. 나는 E에게 항상 말했다.
- E~ 공부하면 잘 할 수 있어. 제발 이런 것(이성교제 문제)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자.
1년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상담을 하며 애지중지 키웠던 E였는데, 나를 무서워했다니...내심 속상했다.
- E~ 나를 무서워했다니 속상해..
- 선생님... 무서웠지만 선생님이 저를 생각하시는 것, 잘 알고 있었고요..지금은 그때 선생님 말씀처럼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후회를 많이 해요...
고등학교 때와는 사뭇 다른, 의젓하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대학생 E의 반짝거리던 눈이 생각난다.
3학년이 있는 은혜동 건물 전면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
- 동산이 여러분의 자랑이듯 여러분은 동산의 자랑입니다.
언젠가 F와의 대화 중 일부분..
- 학교에 오기 싫어요..요즘..
- 왜요...무슨 일이 있나요..
- 그냥...다 싫어요..
- 음....학생이..? 아님..학부모가...아님..가르치는 일...업무..???
- 글쎄요...다 무기력 하네요....
- 아.....
어제는 몇 명의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마지막에 이런 멘트를 했다.
- 작년 27기들도 예뻤는데요, 올해 28기는 더 예쁜 것 같아요.. 작년에는 업무에 바빠서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제 눈에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보이고 있어서 잘 챙기고 싶어요..
F의 이야기가 마음 쓰였던 것은, 사실 학생에 대한 마음만 살아있다면 나머지 것들은 큰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들과의 만남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처럼 고역인 것은 없으니까....
나의 경우, 나의 넘치는 열정을 쏟을 곳이 아이들이었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과분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졌었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부러운 사랑’으로, 또 어떤 아이들에게는 ‘무서운(?) 사랑’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그리고 소박하게 바라기는, ‘자랑하고 싶은 사랑’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한가득이다. 가능할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없었다면 사실, 이 모든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내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인정해 주고 따라주는 아이들이 없었다면 사실, 나의 젊은 날부터 시작된 직장생활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거꾸로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어요???
난 사실, 그게 신기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토록 부족한) 나를 인정해 주고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알려주고 나를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며 조금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허술한 내 모습을 받아주었던 지금까지의 아이들에게 쑥스럽지만 고마운 마음을 작게나마 적어본다.
- 너희가 없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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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 옆에 있을 때 내가 더 빛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이유가 생기고
무의미한 시간들에 생명이 더해지며
건조하던 나의 삶에 의미가 부여되고 살 소망까지 생긴다는 것을
절실하게 알게 되었던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내 옆에 없었을 때
숨도 쉴 수가 없었고
그 무엇을 할 힘이 생기지 않았으며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도 느리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갑갑했었던 그 경험...
누군가가 내 옆에 없었을 때
나는 정말,
이전의 열정 넘치는 내가 아니었다.
그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이 떠오른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그 시간...
나 자신만으로도 빛이 난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 누군가의 존재가
나의 삶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노래를 듣다가 발견한 가사 한 줄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 I'm Nothing without You...
* https://youtu.be/15pvaFI_mQk